무엇이 중한가?
무엇이 중한가?
  • 강만원
  • 승인 2018.01.2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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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습금지, 종교인 과세... 그러나 교회개혁의 본질은 지엽적인 제도개선을 넘어, ‘목사권력의 타파’가 돼야 한다.

세습을 금지해야 되며 종교인 비과세를 철폐해야 된다는 올곧은 주장에 한 치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세습은 일부 얼빠진 목사들이나 얼치기 신학교수가 주장하듯이 단순한 ‘목회 계승’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가난한 교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목회하는 것을 세습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섣불리 비난하지 않는다.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조차, 그나마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영세교회를 기꺼이 아들에게 ‘계승’하는 목사라면, 그리고 그 아들이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타락한 세습’의 오욕을 덮어씌우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를 사랑하는 사역자, 사명자의 진정한 헌신이며 소중한 희생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세습이 비난받는 이유는, 그리고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습을 통해 부당하게 부를 대물림하고 하나님의 집, 하나님의 소유를 감히 사유화하며,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선언하신 예수교회의 공교회를 훼파하는 이단적 악행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세습 실태를 파악한 ‘세습반대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근래 밝혀진300여개 세습교회에서 교인 수 300명 이하인 교회가 전무하며, 지방 소도시에서 세습이 일어난 경우 또한 전무하다는 것이 이를 뚜렷이 입증한다. 이를테면 세습은 중대형교회의 문제이며, 부의 대물림, 그리고 ‘목사권력’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교회의 악행이자 악습이 되고 있는 사악한 세습을 성토하기 위해서,그리고 종교인 비과세를 폐지하기 위해서 개혁단체들이 앞장서고 있으며,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 역시 세습금지나 종교인비과세 폐지에 적극 동의한다.

세습에 못지않게 종교인 비과세는 한국교회의 수많은 악행들 가운데 대표적인 악행이다. 단지 특정인에 대한 비과세라는 특혜 때문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종교인 비과세가 한국교회 전반에 시행되면서 마치 사회법의 ‘치외 법권’인 양 세무당국에서 교회의 ‘장부열람’을 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고, 이로 인해 비리가 만연한 중대형교회의 재정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교인 비과세는 세금면제라는 특혜가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재정은폐'로서 교회권력자, 이를테면 중대형교회 담임목사·당회장의 부당한 축재와 비리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관점에서 말하고자 한다. 세습이나 종교인과세를 문제 삼는 개혁단체에 맞서, 비리에 찌든 중대형교회의 목사들이야 당연히(?) 비난을 퍼붓지만, 개혁진영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교계에서 소외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사성직자주의, 간단히 줄여서 ‘목사주의’ 타파를 외치는 사람은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개혁진영에서조차 철저히 외면당한다. 이유인즉, '목사주의 타파'가 지나치게 과격하며 전통과 규범, 또는 질서와 시류에 맞지 않게 급진적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실정에서 개혁단체 역시 목사가 중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목사주의’와 ‘목사권력타파’라는 불경스러운 말이 그리 편하게 들릴 수 없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직하다. 세습이나 종교인 비과세는 ‘시행 제도’의 문제로서 개혁과 개선의 대상이지만, ‘목사주의’ 타파는 제도개선이나 교회개혁을 넘어 ‘교회혁명’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사실인즉, “목사주의를 타파하라”는 것은 교회의 ‘주인’을 삯꾼목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되돌리라는 ‘혁명’이며, 합법을 가장한 참람한 이단에 지나지 않는 ‘목사교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친 ‘도발’이다.

그렇다. 목사의존신앙’이 지금처럼 한국교회 교인들의 영혼에 깊숙이 박혀있는 한, 목사주의 타파를 부르짖는 외침은 마치 돈키호테의 만용처럼 보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자. 한국교회에서 세습금지를 외쳤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실제로 세습금지법이 제정된 교단이 여럿 있다.
이처럼 세습이 버젓이 교회법으로 금지되었지만 사실상 한국교회에서 세습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법망을 피해 아들에게 바로 넘기지 않고 ‘얼굴마담’에게 잠깐 자리를 맡기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개척 세습’, 그리고 돌려먹기에 다름 아닌 ‘교차 세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꼼수로 한국교회에서 세습은 날로 부흥·발전(?)하는가 하면, 명성교회와 해오름교회에서 보듯이 아예 세습금지법 자체를 무시하거나 후임목사 청빙에 관한 ‘기본 원칙’까지 제멋대로 유린하며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종교인 비과세도 그렇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개신교 목사들에게도 올해부터 과세하기로 했다지만, 사례비를 제외한 목회활동비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뿐만 아니라 수입신고에 의혹이 있다 해도 세무조사는 실시하지 않는 채 다만 당사자의 자발적인 정정신고에 맡긴다는데, 그런 종교인 과세가 도대체 교회개혁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

중대형교회의 담임목사들 가운데 어떤 자가 ‘장부에 밝히 드러나는 사례비’로 비리를 저지르며, 남몰래 부당한 축재를 하겠는가. 예컨대 명성교회 김 삼환이 몰래 꿍친 800억이 사례비였나, 아니면 장부에 기록된 ‘공금’이었나? 공권력을 지닌 세무당국의 조사가 아니라면 술수에 능한 대형교회의 재정 비리는 막을 길이 없다. 외부 회계법인, 또는 당회의 감사로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소강석이 말했던 것처럼, ‘이중장부’를 사용해서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 더욱 음음하게 자행될 뿐이다.

한국교회 타락의 근원인 목사의 비리와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결코 세습금지나 종교인과세 같은 제도개선이나 개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 또한 마땅히 병행해야 되겠지만, 결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여러 차례 말했지만, 성경이 제시하는 ‘악한 나무’, 이를테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썩은 나무를 없애려면 눈에 보이는 ‘가지치기’가 아니라 땅에 박혀 눈에 보이지 않는 ‘악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또한, 샘이 오염되었는데 지류 정화에 매달리는 건 전혀 근원적인 대처가 아니다. 진정한 교회개혁, 나아가 근본적인 교회 혁명을 원한다면 지엽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근원에, 본질에 천착해야 된다.

그것이 바로 타락한 중세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로 불붙었던 종교개혁운동가들이면죄부 판매금지를 주장하지 않고 ‘사제성직자주의’의 타파를 외친 이유이다. 면죄부 판매가 ‘타락한 중세 가톨릭의 대표적인 상징’이었지만 사실인즉 면죄부는 드러난 현상이었을 뿐, 타락의 근원은 면죄부를 보속의 증거로 내세웠던 교황의 ‘절대 권력’이라는 것을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개혁 역시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오늘날 개신교가 중세 가톨릭 이상으로 타락했다는 험한 비난을 듣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후손인 개신교가 ‘사제성직자주의’에서 교묘히 얼굴만 바꾼 ‘목사성직자주의’로 회귀하면서 교회는 다시금 타락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었다. 오늘날 목사성직자주의에 매몰된 개신교회가 개별교회 수만큼 교황이 존재한다는 말은 단순히 언어유희가 아니다. 교회의 전권을 장악해서 독선과 전횡을 일삼는 목사제도의 오류, 이른바 목사주의를 타파하지 못하는 한 한국교회는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지금처럼 목사가 교회의 전권을 장악한 목사교회로 머무는 한 한국교회는 결코 구원의 터인 <교회>가 될 수 없다.

요컨대 목사교회, 목사교인의 비루한 옷을 벗어버리고, 예수가 ‘주’ 되시는 교회, 성도가 중심인 교회, 이른바 성경적인 교회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개혁의 요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세습이나 종교인 비과세 등, 불의한 종교제도에 맞서 열심히 투쟁하는 형제들에게 이 글이 혹시 누가 될까 저어해서 덧글을 붙인다. 나는 목사들의 비리에 저항하는 개혁운동을 결코 반대하지 않으며, 가능하다면 내가 있는 자리에서나마 마음을 다해 함께 참여하고 싶다. 다만 <본질>은 결코 망각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종교개혁이 개신교의 목사성직자주의로 인해 결국 실패한 것처럼 오늘날 목사주의가 교회를 지배하는 한, 지엽적인 제도개선을 통한 교회개혁운동은 사실상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졸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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