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이력 모르고 간증 세운 것"
"안태근 이력 모르고 간증 세운 것"
  • 최태선
  • 승인 2018.02.0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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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상] 온누리교회 유감

"안태근 이력 모르고 간증 세운 것"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서지현 검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와 관련해 해명을 내놨다. 온누리교회는 1월 31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온누리교회에서 안태근 씨의 세례식 간증은 그분이 고위층 이력이 있다고, 특별하다고 인정해서 세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온누리교회는 만약 안태근 전 검사가 과거 불미스런 사건 가해자라면 "교회에서 세례받은 성도로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죄받는 행동을 보이도록 권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 내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온누리교회가 정말 그랬기를 바랍니다. 또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두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안태근 전 검사와 같이 세간에 알려졌던 고위층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 교회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그가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되어 좌천되고 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성추행 기사가 드러나기 전에 그 사건만으로도 그를 간증자로 세우는 일에 좀 더 신중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안태근씨를 고위층 이력이 있어 특별하다고 인정해서 세운 것이 아니라는 교회의 해명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교회가 한 일입니다. 여기서 세례의 의미와 세례의 진정성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세례는 성서가 말하는 것처럼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는 儀式에서 벗어난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세례는 한 사람이 자신들 교회의 정식 지체가 되는 엄숙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례식이 끝난 후 교회는 그 교인이 자신들 교회의 입교인이 되었다고 선포합니다. 그렇게 안태근씨는 온누리교회의 정식 교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세례 후에 안태근씨의 불미스런 과거가 드러났더라도 그 교회는 위와 같은 해명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안태근씨는 그 교회의 지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교회는 그 지체의 모든 것을 감싸 안아야 합니다. 저런 식의 해명은 교회의 명예와 안위를 위해 가차 없이 지체를 잘라내는 행위입니다.

아마도 짐작컨대 사건이 보도된 후 교회 관계자가 안태근씨를 만나 해명을 들어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세간에서 자기 교회의 명예가 더렵혀지는 것이 두려워 서둘러 해명을 한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조치가 세상 사람들조차도 그토록 경멸하는 꼬리자르기식 행동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적어도 온누리교회가 지체가 된 안태근 성도를 보호하고 세간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참된 교회, 성숙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안태근씨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날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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