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시대에 본회퍼를 읽다"
"가짜 뉴스 시대에 본회퍼를 읽다"
  • 신기성
  • 승인 2018.02.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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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 인문학 아카데미] 첫 공개 강좌

[미주뉴스앤조이(뉴욕)=신기성 기자] <미주뉴스앤조이 인문학 아카데미>가 지난 11일 오후 7시에 뉴욕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뉴욕 아카데미에서 열렸다. 강사는 퀸즈 칼리지 사회학 교수인 조동호 박사였다. 조동호 교수는 “가짜 뉴스 시대에 본회퍼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본회퍼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현재 뉴욕과 뉴저지에서 소그룹 독서모임을 갖고 있는 목회자, 평신도, 비기독교인들도 참석했고, 빠듯한 이민생활에 이런 공부 모임을 찾기 쉽지 않아 반가웠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플러싱에서 법률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신응남(Peter Shin) 변호사가 간식과 후식을 준비해 왔다.

조교수는 현재 범람하는 가짜 뉴스가 공공기관이나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있으며, 국가 기관이 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현상은 새로운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선포되는 복음(Good News)은 진짜 뉴스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행처럼 확산된 번영신학이나 기적과 치유와 위로에 지나치게 치우친 목회 등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경배하고 찬양하는 대상이 누구인가, 혹시 자본이나 대형 기업화되는 목회 현장이 아닌가 하는 물음도 던져주었다.

이어서 가짜 복음과 가짜 뉴스가 판치게 된 이유에 대해 역사적인 고찰을 포함한 설명을 했다. 악에 대한 규범이 통용되고 공유되었고, 이 악에 대한 공분이 가능했던, “걸려 넘어짐(falling down)"의 개념으로부터 ”아예 떨어져나감(falling away)"의 관념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악이 빛으로, 너그러움으로, 신실함으로, 개혁”으로, 혹은 “역사의 필연법칙으로 혹은 사회정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윤리학, 77)는 본회퍼의 글을 인용했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목적, 의미, 보람, 감사, 기쁨 등이 상실된 시대였다고 진단했다. 이성, 자유, 인권,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도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 목적을 잃는 다고도 했다.

이러한 시대에 본회퍼는 “종교”는 대답이 아니다 라고 선언했다. 신앙을 내면화, 심리화, 개인화, 주변화 하고,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초자연적 해결사로 바꿔치기 하는 종교는 그리스도로부터 떨어져 나간 근대 서구 사회의 발명품(containment strategy)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필요한 것이 그리스도의 주권의 선포이며 본회퍼는 그리스도를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 이해했다. 하늘나라는 현세의 삶 전부를 포함하는 “지금, 여기”의 개념이며, 우리는 늘 신앙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에 놓여있다고 했다.

그 밖에도 “성도들의 공동체로서의 인간”에 관한 이해, 자연과 몸의 삶에 관한 개념도 설명을 곁들였다. 마지막 주제로 하느님이 주신 네 개의 과제, 즉, 일, 혼인, 국가, 교회에 관한 본회퍼의 사상을 간략히 요약해 주었다.

본회퍼의 강의를 마무리하며 조동호 교수는 책임 있는 (응답하는) 삶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했다. “나”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바깥, 타자를 보는 것이 중요하며, 심지어 책임 있는 삶이 불가능한 직업은 버려라 라고 설파했다. 주어진 현실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를 버리고, 냉철하게 분석하여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사람답게 교회를 교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이 우리가 감당해야 될 빛과 소금의 역할이라고 상기시키며 가짜 뉴스의 시대에 이 소명은 더욱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강좌는 모두 둘러앉은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참석자 모두에게 어느 때는 질문이나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동호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질문과 대답은 10시가 넘어서도 계속됐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강연을 끝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조동호 교수는 본회퍼의 “어느 날의 기도”라는 기도시를 함께 나눴다.

 

     어느 날의 기도

 

     제 안은 어둡지만,

     당신과 함께 하면 빛이 있습니다.

     저는 외롭지만, 당신은 저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저는 소심하지만,

     당신과 함께 하면 도움이 있습니다.

     저는 불안하지만,

     당신과 함께 하면 평화가 있습니다.

     제 안에는 쓰디쓴 게 있지만,

     당신과 함께 하면 참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길을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신은 제가 가야 할 바른 길을 아십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 -

강의 내용 요약은 조동호 교수가 제공한 복사물에 근거한 것임을 밝힌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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