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대로 살아보겠다고?
성경대로 살아보겠다고?
  • 마이클 오
  • 승인 2018.03.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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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신작 시트콤, ‘성경적으로 살기’ 방영시작
Living Biblically <CBS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좌충우돌 신앙 초보의 분투기를 그리는 시트콤이 나왔다. 미국의 주류 방송 매체인 CBS는 ‘Living Biblically’라는 제목의 시트콤을 지난 2월 26(월)부터 방송하기 시작했다. 

CBS의 시트콤 소개에 따르면 주인공인 칩 (Chip)은 평균적인 현대 남성의 삶을 사는 신문사 영화 평론가이다. 그는 최근 절친한 친구를 잃고, 아내는 아이를 임신하는 등 예기치 않은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삶의 변화에 대해 좀더 깊은 이해와 변화의 필요를 느낀 칩은 우연히 마주친 성경을 보며, 100% 성경대로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칩의 주변에는 이런 갑작스런 다짐과 변화를 의심스러워하는 아내 레슬리와 자문단 (God Squad)역할을 하는 신부님 진(Gene)과 랍비 길 (Gil)이 있다. 

시트콤은 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매회 성경에 나오는 주제를 실천하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일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려낼 계획이라고 한다. 3월 5일에 방영될 에피소드는 ‘가짜 우상’이라는 제목으로 스마트폰, 연예인 등을 둘러싸고 벌어질 소동을 그릴 예정이다. 

시트콤 ‘Living Biblically’의 등장은 역발상적 기획이라고 할수 있다. 

미국 사회의 문화적 상황은 세속화라는 표현조차 어색하게 느껴질만큼 신앙과는 거리가 멀고, 종교적 주제를 진부하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주류 방송 채널이 신앙적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말의 신앙적 진지함은 즉시 진부한 것으로 취급받고, 지탄과 조소의 대상이 될 위험까지 안고 있다.

하지만 ‘Living Biblically’는 이 진부함과 지탄과 조소의 위험을 시트콤이라는 가볍고 편안한 형식에 담아냄으로서, 시청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진부함과 혐오라는 두 괄호속에 갖힌 신앙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채, 광대의 옷을 입혀 통째로 내어놓은 것이다. 

Living Biblically Ep 1 <CBS 갈무리>

오프라 윈프리쇼의 시트콤 버젼? 

이러한 전략을 품고 있는 ‘Living Biblically’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더가스펠콜리션 (thecgospelcoalition.com)은 유쾌하지만 진지한 면을 많이 가진 프로그램이 될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기독교인과 무신론자 모두, 날선 비판과 대립 없이 모두 가볍게 웃을수 있는 드라마가 될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트콤이 과연 ‘성경적인 것일까’라는 의문도 함께 제기하였다. 시트콤의 소재 자체가 성경으로부터 빌려온것이기는 하지만,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내용까지 성경적이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시트콤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오프라윈프리 쇼와 같은 ‘보다 낳은 나’에 관한 진부한 서사의 되풀이라는 것이다. 

‘성경적인 삶’을 이야기하면서 교회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전무한 것도 같은 맥락의 우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시트콤 제작자의 무지나 오해로 탓할수는 없다. 그 동안의 복음주의 기독교를 비롯하여 서구의 기독교 신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변적인 형태를 취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비성경적 삶과 신앙의 등장 자체는 그동안의 DIY 신앙의 비판과 풍자로 읽힐수도 있을 것이다. 

신앙이 사회 문화적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것을 소비의 대상으로, 표피적 유흥으로 둔갑시키는 값산 자본의 가판대 위에 오른 신앙이 한편으로 안쓰럽고 딱하기도 하다. 

시트콤 ‘Living Biblically’의 가벼운 발걸음이 부디 신앙에 대한 오해나 소비로 작용하기보다는, 기존의 신앙에 새로운 시각과 이해를 제공해줄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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