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맛' 잃은 한국교회, 사회격리가 필요하다
'짠 맛' 잃은 한국교회, 사회격리가 필요하다
  • 지유석
  • 승인 2018.03.04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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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3.1절 구국기도회 등 퇴행징후 역력한 한국교회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신신당부했다. 현대적 의미로 그리스도교 성도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 지난 달 27일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총회재판국 심리가 열렸다. ⓒ 지유석

지난 한 주 동안 벌어진 일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지난 달 27일 오전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재판국장 이만규 목사)의 심리가 열렸다. 총회재판국은 이날 심리를 취재진들에게 공개했다. 이 같은 배려로 명성교회 세습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리를 현장에서 접할 수 있었다.

명성교회 측 변호인으로 나선 김재복 장로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변론을 마쳤다.

"명성교회 담임목사의 자녀승계는 이단 등과 같은 진리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만약 진리와 연관된 것이라면 최대 장로교단인 합동 교단은 관련 법안을 마련해 놓지 않았을까? 그보다 이 사안은 사회정서와 문화적인 측면에 가깝다." 

김 장로의 말은 결국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논란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진리와 거리가 있고, 다분히 사회정서와 관련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어디에도 교회를 대물림하라는 대목은 없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그저 가난한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었고, 이들이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포했을 뿐이다.

사회정서적으로도 교회 대물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교회의 대물림은 신도수 많고, 부유한 교회들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뚜렸했다. 세습 논란의 진원지인 명성교회는 장로교단 교회로선 세계 최대 규모를 가진 교회다. 즉, 교회 대물림은 교회의 부를 공고히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행위라는 말이다.

신앙적 관점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그리스도교의 진리에도 어긋나고, 사회적으로도 첨예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분명한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명성교회 세습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김 장로의 변론은 납득하기 힘들다.

구국기도회... 누구로부터 나라를 구하자는걸까?

두 번째, 지난 1일 도심에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3.1절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말이 기도회였지, 극우파 정치집회나 다름없었다. 이날 구국기도회를 주도한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간첩을 존경하는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 신영복 성공화대학교 석좌교수를 존경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6년 1월 고 신영복 교수가 타계하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직접 고인의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또 지난 달 10일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고 신영복 교수의 '통(通)'이란 글자의 서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 목사는 이점이 심히 못 마땅했나 보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많의 대중이 모인 집회에서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고 신 교수를 간첩으로 규정했고, 곧장 문 대통령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이날 집회 중 가장 경악스러웠던 건 자신을 감리교신학대 2학년 재학중이라고 밝힌 김아무개씨의 발언이다. 김씨의 발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 지난 1일 보수 개신교 주도로 열린 3.1절 구국기도회에서는 선동에 가까운 구호가 난무했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문재인의 정체가 뭡니까, 빨갱이입니다. 임종석의 정체가 뭡니까, 빨갱이 입니다. 우리는 그런자들을 몰아내고 이승만 대통령이 목숨걸고 세운 대한민국, 박정희 대통령이 목숨걸고 세운 대한민국, 하나님이 세우신 거룩한 대한민국, 자유대한입니다. 북한은 우리와 평화를 맺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북한은 우리가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북한은 우리의 주적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몰아내야 합니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환상이 하나 보였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님들이 찬양하는데 손을 들고 찬양하는데 손에 피가 가득했습니다. 주님이 저한테 뭐라 하시는줄 아십니까. 한국 사람들의 손에 북한동포들의 피가 가득하다. 북한동포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북한 정권이 무너지길 위해 기도하지 않으니 그 피를 한국교회안에서 찾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들 왜 침묵합니까, 기독교인들은 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왜 침묵합니까."

이 나라가 '빨갱이'들에게 넘어갔는지, 그리고 북한이 우리와 평화를 맺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닌지의 여부는 따져 보아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 발언들의 기저에 담긴 사고는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림픽 개막 직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고, 개막식을 즈음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다녀갔다. 이어 폐막식에 발맞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방남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집권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탄 셈이다.

그러나 보수 자유한국당은 이런 흐름이 못마땅했는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폄하하는가 하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방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런 와중에 보수 개신교계는 구국기도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했다. 이들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보수 개신교계 역시 일련의 남북화해 흐름을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인다. 

사실 보수 개신교계는 반공주의의 온상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이 땅에서 벌어진 잔혹한 양민학살의 배후엔 늘 기독교가 자리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제주4.3 당시 학살을 자행했던 서북청년단의 뿌리는 바로 기독교였다. 그리고 전쟁 이후 개신교 교회는 반공주의를 열렬히 설파했다. 지난 2014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성서대전 청장년 여름수련회>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해방되기 전 이미 국토는 분단됐고, 분단된 지 5년 만에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에 휩쓸렸다. 3년간 수백만이 죽었다. 그리고 혹독한 냉전 상태에 돌입한지 벌써 61년이 됐다. 이 긴 기간에 우리는 동족을 주적으로, 사탄으로 증오해 왔다. 정말 한심하게도 이 일에 기독교인이 앞장서 왔다."

퇴행 징후 역력한 한국교회 

명성교회 총회재판국 변론과 3.1절 구국기도회는 별개의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회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징후라는 점에서 한 줄기다.

그리스도교는 예언의 종교다. 여기서 말하는 예언이란, 특출난 예지력으로 특정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영민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예언의 본질이다. 따라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과 예수 그리스도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시대를 앞서가기는 커녕 퇴행하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거듭되면서, 그리고 구국기도회 이후 여론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그 이유도 한국교회의 퇴행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한국교회가 딱 이꼴이다.

아무래도 이런 교회의 모습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종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시대흐름, 특히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달린 남북화해 국면을 정면으로 거스르는데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부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사회가 이들의 준동을 방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 마태복음 5:13(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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