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성폭력 당하고, 교인들에게 저주받고
목사에게 성폭력 당하고, 교인들에게 저주받고
  • 마이클 오
  • 승인 2018.03.07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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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락교회 성폭력 피해자 2차피해 당해, 실명걸고 인터뷰
JTBC 보도 <JTBC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성폭행 및 추행 의혹에 휩쌓인 목사는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음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비난과 저주를 퍼붙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의 주요 기독교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베뢰아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와 교인들의 상황이다. 

“다리 사이로~~”, “꽃뱀이다”, “교통사고 나서 일찍 죽더라”

이번 사태는 김기동 목사가 지난 12월부터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이 피해자들에게 꽃뱀이라고 부르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피해자 중 한명이 실명을 밝히면서 성추행 사실과 교인들의 비난에 관한 내용으로 JTBC와 인터뷰를 하였다. 

자신을 이진혜라고 밝힌 성락교회 교인은 지난 2016년 5월에 김목사에게 기도를 받는 중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였다. 

“목사님이 다리를 쫙 벌리시고 저를 의자로, 다리 사이로 끌어 당기시면서 스무스하게 내려가서 배를 집중적으로 막 만지시더라고요. 주무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고…”

이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이 교회에서 오히려 비난과 저주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인터뷰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의 자식들까지 다 공개가 된 거예요. '꽃뱀이다, 의도적으로 접근을 했다. 하나님을 욕보인 저주 받은 애들이다”

“주의 종의 비리를 드러내면 하나님을 욕보이는 거다. 자손 대대로 저주받아서 교통사고 나서 일찍 죽더라” 

JTBC 보도 <JTBC 갈무리>

 

교인 성폭행 경험자 5.9%, 13명은 김기동 목사에게 직접 성폭행 당해

JTBC는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실시한 교회 내 개혁협의회 법무팀의 설문조사를 공개하기도 하였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명중 6명에 해당하는 5.9%의 응답자가 교회내에서 성폭력을 당한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중 13명은 김기동 목사를 가해자로 직접 지목하기도 하였다. 

응답자들은 신분이 노출될 경우 자신들이 각종 피해를 받을 것이며, 목회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도 이야기 하였다. 

설교 중 피해자들에게 ‘메롱~’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김기동 목사는 자신을 향한 음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교인들도 교회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음모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김기동 목사는 설교중에 피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찾지 못할것이라며 장담하면서 ‘메롱’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롱하기도 하였다. 

설교중 피해자들을 향해 '메롱' 하는 김기동 목사 <JTBC 갈무리>

 

전병욱의 꽃뱀

근래에 미투운동으로 사회 각계 각층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성범죄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교회도 예외 없이 이러한 민낮을 내비추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성락교회 성추문과 일련의 교회내 성범죄 사건들에는 더욱 악질적인 면이 있다. 

미투운동으로 터져나온 사건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즉각 사과나 범죄사실에 대한 시인이 뒤따른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번 성락교회 사태에서도 나타나듯이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를 뻔뻔하게 부인하고, 그를 둘러싼 교인들은 가해자를 감싸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비난과 강요를 통해 2차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성범죄의 폭로로 인하여 피해자가 고통과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큰 고통을 당하는 결과를 일으킨다. 

가해 목회자 뿐만 아니라 교회가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과 공감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번 사건이 이단으로 규정된 교회와 목회자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인 신앙과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전병욱 목사 <뉴스엠 자료>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과 이후 당시 삼일교회 교인들이 보인 행태는 이번 사건과 전혀 다르지 않다.

사건이후 악어의 눈물과 같은 사과가 있었지만, 전병욱 목사는 뉘우침없이 다시 개척을 하였고, 당시 삼일교회의 교인들은 피해자들에게 ‘꽃뱀’, ‘이단’ 등의 라벨을 붙여가며 그들을 철저히 짓밟았다.  

 

교회의 물꼬를 터라! 

이러한 악질적인 행태가 교회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이유는 교회가 가진 구조적인 폐쇄성과 권력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소수의 목회자와 리더들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고, 이를 중심으로 조직이 형성된 상황에서 개인은 언제나 권력형 범죄에 노출되며, 그들의 고통과 상처는 조직의 이름으로 은폐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교회가 이러한 악질적인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철저한 처벌과 목회자 개인의 신앙과 윤리의식의 보완이 기본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 차원 대책만으로는 변화를 일으킬수 없다.  

좀더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과도한 권력 집중을 일으키는 조직과 리더쉽의 분산이 필요하다. 

고인물은 언제나 썩기 마련이고 악취를 풍길수 밖에 없다. 권력의 집중은 희생자의 눈물을 고이게 한다. 권력이 끊임없이 분산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조는 건강한 교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만큼 수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끔찍하고도 기괴한 현실을 바라보면, 어떠한 시도와 변화의 노력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더이상 악취나는 고인물을 가두지 말고, 모든 권력의 물꼬를 터뜨려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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