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의 회복
제자도의 회복
  • 최태선
  • 승인 2018.03.23 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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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도 전에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이미 제 글을 읽을 분들의 이해와 반응이 어떠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지닌 존재로서 제가 하는 말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글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말이 전부이고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복음이해를 말할 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제 글을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침에 목사무용론을 말하며 평신도들만의 교회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교회개혁에 대해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그 글에서 그분은 이런 결론을 제시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교회개혁을 위해 한국교회의 타락을 부추기는 제도들을 개선·개혁하되, 가지에 지나지 않는 지엽적인 제도개선을 넘어 ‘목사권력’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혁신에 집중해야 된다. 목사는 모름지기 ‘말씀사역’에 전념케 하고, 목사에게 집중된 ‘교회권력’을 전면 타파하면서 성도가 교회의 지체로서 역할을 분담하는 혁명적인 변화가 전제될 때 비로소 진정한 교회개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목사무용론에서 목사 권력 타파로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아마도 다른 여러 분들의 이야기를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엽적인 제도개선을 넘어 근본적인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씀도 진일보한 일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목사에게 집중된 교회권력을 성도에게 분산하는 것이 혁명적인 변화이며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교회개혁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근본적인 혁신이나 진정한 교회개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권력 자체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변화는 근본적인 혁신이나 개혁을 능가하는 급진적인 변화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세상과 정 반대인 나라입니다. 세상의 방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님 나라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권력이 분산된 곳이 아니라 권력 자체가 없는 나라입니다. 성서는 그 나라를 이렇게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너희(제자들)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하나님 나라는 제자들의 사회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사회인 하나님 나라는 크고자 하는 자(지도자, 그것이 목사이든 그 누구이든 간에)는 섬기는 자가 되고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본을 예수님이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섬기시고 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으셨습니다. 그분은 권력을 분산하신 것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무력화시키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목사가 권력이 된 것은 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성도들이 제자들이었다면 제자가 아닌 목사라도 권력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회개혁은 가장 먼저 제자도의 회복이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교회가 제자들의 사회가 될 때 성서가 말하는 복음은 진정한 구원의 복음이 될 것입니다. 그곳에 임하고 열리는 하나님 나라는 온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경륜이 될 것이며 진정한 빛과 희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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