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 앞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절규
총구 앞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절규
  • 허현
  • 승인 2018.03.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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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 목사 (ReconciliAsian) 특별 기고, "March for Our Lives"를 바라보며
March for Our Lives에 참가주인 한인들

오늘 미국은 역사적인 날을 맞았다. 총기규제를 외치며 고등학생들 주도로 수백만명이 참여한 March for Our Lives가 전국적으로 일어난 날이다.

플로리다 파크랜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총기참사 생존자인 알렉스 윈드가 외친 "청소년들은 아무 목소리도 못낸다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은 우리 청소년들이다" 라는 말이 가슴에 사뭇친다. 다음 세대에게 너무 큰 짐을 지어 준 어른된 내가 너무 부끄럽고 일을 여기까지 몰고 온 NRA와 국회의원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교사들을 무장시키라는 트럼프의 어이없는 정책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선한 상상력의 종말을 고하는 것 같다. 교회에서도 총기 참사가 일어났으니, 이대로 가면 목사들도 총을 차고 예전을 집례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2012년 12월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6-7세 아이들 20명을 포함한 26명이 살해당한 참사 이후 이번에는 총기규제가 훨씬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들에게 방탄담요를 지급해야 한다는 NRA의 대응과 그에 협조하거나 무기력하게 방관하는 의회로 인해 총기규제는 물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ReconciliAsian을 통해 gun buy back 운동에 참여하면서 총기규제에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second amendment 권리만 읊조리는 NRA 류의 사람들과 아예 무관심한 반응 뿐이었다. 그 새 5년이 훌쩍 지났고, 연평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기로 살해되고 있지만(총기 자살자 2 만명 제외하고), 아직도 총기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무기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면 지구상 모든 국가가 핵을 갖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핵보유국이 많아지면 그 만큼 핵전쟁 위험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인구수와 맞먹는 3억 자루의 총기가 쉽게 접근 가능한 것이 문제아닌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일으키는 전쟁이나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을 보면 미국의 신은 폭력이라는 월터 윙크의 말이 생각난다. 이 모든 총기 참사의 살인자는 총기 살해범들 뿐만이 아니라 총기규제를 로비로 막아서고 있는 NRA, 거기에 발맞춰주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토록 많은 참상이 일어났음에도 무관심으로 침묵하는 대중을 포함해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아닐까.

March for Our Lives <유투브 갈무리>

총기규제에 관한 한국교회와 한인들의 목소리 또한 듣기 힘들다. 한인 이민자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집밖으로 나와 길 위에 서라. 수 많은 이들의 행렬 가운데 참여하라. 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생존이 치열한지 아느냐 내게 묻지 말라. 당신 보다 더 가난한 이들도 그 행렬 가운데 즐비하다. 이민자는 이류시민(secondary citizen)이라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자기기만에 빠지지 말라. 돈 벌어서 좋은 차와 집을 사고 내 가족만 편안하게 살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와 타민족을 이웃으로 보지 않는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가 특히 한인 이민자들에게 팽배한 것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메시지가 한인과 한인교회 틀을 넘어가지 못한다면, 만왕의 왕이라고 그렇게도 떠받드는 한인교회의 예수가 어떻게 기쁜 소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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