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문제, 십계명이 답이라고요?
총기문제, 십계명이 답이라고요?
  • 마이클 오
  • 승인 2018.03.3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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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총기문제에 대한 Fox 인터뷰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폭스 인터뷰 <유투브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마이클 오 기자] ‘총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아이들부터 십계명을 가르쳐야 합니다.’ 미국의 한 초대형 교회 목사가 제시한 총기문제 해결 방안이다. 

얼마전 포르노 배우와의 염문설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 논란이 되었던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28일 Fox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종려주일을 맞이하여 진행된 March for Eternal Life를 소개하면서, 전날 전국적으로 진행된 March for Lives를 의식한 듯, 총기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총기 규제를 위한 강력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March for Lives에 대해서 ‘마치 암덩어리에 반창고 붙이는 격’이라고 폄하했다. 

진짜 해결책은 사람들이 삐뚤어진 행동을 고쳐야 하며, 이것은 오직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기독교 복음만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뒤이어 지난 수십년간 세속의 물결이 미국 사회를 뒤덮었으며, 학교 등 공적 영역에서 신을 부정하고, 말씀과 기도를 막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총기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초기 150년 동안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도를 했고, 말씀을 읽었으며, 심지어는 ‘살인하지 말라’는 구절을 포함하여 십계명을 암송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다시)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우리가 반드시 시작해야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집권 1년동안 가장 많은 성과를 만든 대통령이며, 레이건과 조지 부시와 함께 가장 친기독교적인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십계명 금지 v.s. 반자동소총 

이에 대해 데이빗 맥아피 Patheos 칼럼리스트는 150년 전 총기로 인한 대량살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반자동 소총이 없었던 것 때문이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친것과는 무관하다며 제프리 목사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한 ‘세속의 물결’에 대한 제프리 목사의 비판에 관해서, ‘그 세속의 물결은 (독실하였던) 미국의 건국자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가장 신실한 신앙인들도 종교와 정부는 분리되어야 하며, 국가 종교(당시의 기독교)를 통해 타 종교의 종교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신들의 신념과 충돌된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도덕주의와 기독교 보편주의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의 발언은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그는 총기 문제를 개인의 일탈과 윤리의 문제로 축소 시킴으로서, 이 비극적인 문제를 떠받치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억압과 부조리를 은폐시키고, 기득권과 정치권의 위선적인 행태를 옹호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과 윤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와 사회를 변혁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신앙의 창조성을 한낮 개인의 도덕과 윤리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행위이며, 나아가 기득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여 자신의 입지와 이권을 지키려는 종교적 도덕주의자의 타락이다. 

또한 복음과 말씀이면 다 해결할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기독교 보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이 이해하고 주장하는 복음이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것이라는 주장은, 복음 그 자체의 가능성과 능력을 오히려 축소시키며 왜곡하는 결과를 일으킨다. 이런식의 복음은 폭력을 태생적으로 잉태하고 있으며, 혐오와 배제를 일으키는 누룩의 다른 이름 일 뿐이다. 

소설가 장정일은 기독교 보편주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기독교 보편주의는 유대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훨씬 광범위 한 외부 집단을 새로 만들어 낸다. 유대인에겐 고작 사마리아인이 외부였으나, '기독교 보편주의는 가장 자유롭고 자비로운 상태에서조차 동일화에 대한 강제적 담론을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다. 기독교의 외부는 없다는 보편주의가 바로 기독교의 가공할 폭력인 것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중에서)

국가조찬기도회 <미주뉴스앤조이>

새로운 빛을 찾아서

이러한 제프리스 목사의 행보 위로 자연스럽게 한국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부조리한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을 찬양하고, 오히려 억압받고 소외된 자들의 절규를 낡은 이념과 신앙의 이름으로 묵살하고 억압하는 자들이다. 

이들 개인의 위선과 퇴폐적인 신앙도 문제이겠지만, 이들로 인하여 일어나는 기독교에 대한 왜곡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미 한국 뿐만 아니라 서구 및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그 광채를 잃고, 오직 희미하게 점멸하는 불빛으로 존재하고 있다. 기독교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도 더이상 역사와 미래를 밝히기 위해 그 점멸하는 불빛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점멸하는 불 빛 앞에 보이는 것은 많지 않다. 오직 이 암울한 현실 앞에 각자가 어떻게 서야 할지에 대한 질문만이 남겨져 있다. 일탈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버린 기독교의 현실을 바라볼때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저들의 왜곡된 신앙과 양심에 대한 분노와 비판, 그리고 정의 실현을 넘어서서, 기독교 가운데 여전히 존재하는 그 빛을 찾고, 시대에 비추어 재해석하며, 그 해석 가운데 삶을 연장해 가야 할것이다. 

스위치를 가진 자들의 등불이 아닌, 각자의 빛을 찾고 함께 그 빛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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