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길
믿음의 길
  • 최태선
  • 승인 2018.04.01 23: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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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 개혁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는 분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부패한 교회에 다니면서도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람들보다 엄청 좋아하고 얼마간의 기대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과 관계를 맺거나 이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크고 옳다는 확신이 강해서 내가 조금만 다른 생각을 드러내도 자신들을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매우 거친 반응을 보인다.

그분들은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지지, 다시 말해 동류의식이 너무 강하다.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여겨 배척하고 자신들의 동류의식을 강화해나간다. 자신들과 같은 편에 대해서는 무한 동조하고 조금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분들의 적처럼 되고 만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계가 단절되곤 한다. 페삭을 하던지 ‘좋아요’를 누르지도 않는 사람이 된다.

괜찮다. 나를 적으로 여기든 아니면 무시하고 짓밟든 상관이 없다. 내가 가는 길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무척 아프고 안타깝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런 것을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받아들이기가 수월해졌을 뿐이다. 그래도 그런 관계의 단절이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진정한 신앙의 길은 관계를 회복해가는 길이라 믿고 있기에 내게는 늘 나 자신을 의심해보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로 다가온다. 사실 이 문제는 내게 참 힘든 일이다.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할수록 고립되는 이 현상이 한편으로는 당연하면서도 그것은 동시에 올무가 된다.

‘그것 보라고. 그래서 주변에 아무 사람도 없는 거야.’ 사람들은 늘 그런 현상을 자신이 옳고 내가 틀렸다는 증거로 내세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은 내 인격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할 말이 없다. 그들의 그런 주장들은 근거가 없지 않다. 그러나 과연 내가 틀렸기 때문에 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주님의 길이 원래 그런 길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나는 내가 알고 이해하게 된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할 뿐이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 나는 교회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관찰해왔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고 깨닫고 배웠다. 그것이 다시금 교회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자신의 옳음을 확신하는 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예수님도 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체념 섞인 말씀을 하셔야 했다.

500년 전에 한 교회개혁이 또 반복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개혁은 반복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 개혁이 바른 것이었다면 다시 똑같은 일로 회자되는 일 자체가 없어야 한다. 부족한 인간들이기에 개혁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인간들이 영원한 진리를 향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다. 개혁교회는 영원히 개혁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 가지 않은 교회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진리에 투신하면 불완전한 모습으로 끝나더라도 그 자체로 완전함을 이룬다. 그런 교회를 이룬 사람들을 주님은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불러주신다. 그 사람들이 완전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가 인간의 몫이다. 주님은 그것을 아신다. 반복해서 개혁이 반복되어 한다는 것은 아직 진리를 모르고 진리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다.

노자의 말처럼 道를 道라하면 道가 아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진리를 알라고 하셨지만 그것은 참 어렵고 요원한 길이다. 그래서 나는 다만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려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나와 가는 길이 다르더라도 나는 끊임없이 들으려 애를 쓴다. 사실 그래서 나의 다른 생각도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최소한 그것이 내가 진리의 길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믿음 열차에 올라타도 주님을 따르는 길은 늘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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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2018-04-02 02:22:37
기자가 걷는 믿음과 개혁의 길은 무엇인지 두어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었으면 좋았겠다.

이태일 2018-04-03 04:21:27
"주님이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불러주실 만한, 완전하진 않지만" 교회개혁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향해, 단지 반복된 개혁을 주장"(실패하고 쓰러져도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고자 애씀에도 불구하고)한다고 해서 "아직 진리를 모르고 진리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지음으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글.
현재 한국 교회의 참담한 모습을 제대로 보고있다면, 반복된 개혁을 주장해야 할 만큼 주님이 원하시는 것과는 상반된, 그리고 고쳐지지 않는 모습에 가슴을 치며 회개해도 모자를 판에, 개혁을 외쳐도 고쳐지지 않는 교회를 탓하지는 못할망정, 개혁 주장이 반복되는 것을 탓하다니요...

(성추행 목사는 물러나라고 외치고 나면, 다시는 그런 외침을 해서는 않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