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과 인권, 누구의 권리인가?
그리스도인과 인권, 누구의 권리인가?
  • 마이클 오
  • 승인 2018.04.06 12: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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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 윌리암스 주교, 풀러 신학교 강연
로완 윌리엄스 주교 <풀러신학교>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신학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파편화 된 개인주의와 소비주의로부터 건져내야야 한다. 로완 윌리엄스가 후기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서 던진 메세지다. 

풀러 신학교 페이튼 강연회에 초청된 로완 윌리암스는 4월 4일, 5일 양일간에 걸쳐 ‘신학과 인간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다. 풀러 페이튼 강연회는 각분야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신학자들을 초청, 다양한 이슈와 신학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 '신뢰하는 삶' <알라딘>

로완 윌리엄스는 영국 성공회 104번째 켄터베리 대주교로 활동하였으며,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르는 신학자이자 시인으로서 신학 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 등의 영역에 걸쳐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사회 정치적 이슈들에 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어떻게 신학과 신앙이 세계와 삶의 문제에 마주하고 있으며, 어떤 기여를 할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 ‘기독교 영성입문 (The Wind of Knowledge)’, ‘신뢰하는 삶 (Tokens of Trust)’,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Being Christian)’, ‘제자가 된다는 것 (Being Disciples)’, ‘삶을 선택하라 (Choose Life)’ 등이 있다. 

개인의 권리? 

‘인간의 권리와 인간 개념’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번째 강연은 신학과 정치철학 등의 분야에서 논의된 권리와 인간 존엄성의 개념과 그 변천사를 개괄하면서, 현재 신학의 문제점과 과제를 제시했다. 

신학 분야에 있어 그동안 진행된  인간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논의는 하나님과 인간 상호 관계에 집중하기 보다는 법적인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은혜와 연합의 측면을 놓쳐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근대 이전에 활발하고도 깊이있게 논의된 인간 권리와 존엄성 개념을 살펴보면서, 이것들이 공동체와 사회의 관계적 맥락 가운데 실천되는 조화와 연합를 위한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 이후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은 관계적 맥락을 상실한 채 파편화된 개인의, 절대로 침범될수 없는 배타적인 개념으로서 전락하게 되었다고 비판하였다. 존 로크의 개인의 자유, 그리고 이에 입각한 소유와 재산권등은 파편화된 개인주의를 이미 배태하고 예고하는 예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배타적이면서도 절대화된 개인의 등장은 즉각적으로 한쪽에서는 전체주의의 이데올로기로 둔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에 입각한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언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신학은 근대 이전, 신학과 전통 가운데 풍성하고 조화롭게 꽃피웠던 인간 권리와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고립된 자아와 천부의 존엄성을 가진 개인을 묵살하는 전체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이데올로기로서부터 공동체적 맥락 가운데 상호 존중과 조화, 그리고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개념으로서 권리와 인간 존엄을 다시금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첫째, 보다 깊고 풍부한 사회적 연대와 공존의 경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주의와 절대적 개인 권리의 언어는 공동체적 경험의 부재에서 번성함으로, 이를 상쇄시키고 새로운 상상력과 가능성을 만들어 낼수 있는 경험이 계속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러한 숙제를 위해서는 타협할수 없는 인간 존엄과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공동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이백년간의 경험은 경제논리와 성장주의 가운데 인간을 희생시키는 것이었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적 논리에 저항하고 조화와 섬김에 바탕을 둔 인간 가치를 실천 할 작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연 결론에서는 이러한 숙제 가운데 신학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부정할수 없는 인간 존엄성을 짖밟는 파편화 된 개인과 전체주의적 논리에 저항할 상상력과 가능성을 근대 이전의 풍성한 신학적 작업들 가운데 찾고 오늘날 상황 가운데 재해석 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완 윌리엄스 주교 <풀러신학교>

그리스도인의 '나', 누구인가? 

둘째날 진행된 강연회는 ‘권리, 자의식,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로완 윌리엄스는 자의식이란 자신이 스스로 자기를 인식하는 행위가 아니라, 타자의 시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학은 자의식이 창조주이자 구원자로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며, 교회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배우고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할수 있다고 이야기 하였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자의식은 타인이 나의 관심과 섬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선언과 같다. 이렇게 상대방의 존재를 향하는 자의식은 섬김과 인내, 그리고 이웃의 유익을 위해 위험을 감내하려는 의지를 만들어낸다.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이 되며,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자의식인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자의식과 파편화된 개인의 자의식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은 보편적인 인간 존엄과 공존을 만들어낼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이고도 비판적인 자세로 인간의 권리에 대한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패널 토론 <풀러신학교>

로완 윌리엄스의 이번 강연은 그리스도인이 오늘날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갈수록 우경화되어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추세 가운데, 이름없이 희생당하고 위험에 처해지는 수많은 인간을 우리 앞에 소환해내고 있다. 

신학은 이들을 다시금 하나님께서 존귀한 인간으로 만든 존재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며, 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신앙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지나온 70년이나 묵은 4.3사태의 비극을 맞이하는 한국 기독교의 침묵과 무지위에 이번 로완 윌리엄스의 목소리는 더욱 뼈아프게 들려온다. 한국 기독교와 교회 가운데 과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존엄한 인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한국 교회는 이러한 인간을 향한 권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국과 미주의 한인 교회도 이제는 이러한 질문을 말씀과 기도로 마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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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재라 2018-04-12 00:32:31
뉴스앤조이는 성경적 기독교를 추구하지 않고
성공회 로완 윌리엄스 같은 진보주의,
덧붙여 반미주의, 종북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