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수련회를 떠나다
예수, 수련회를 떠나다
  • 최긍렬 집사
  • 승인 2018.07.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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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선교교회 최긍렬 집사의 이스라엘 기행문 5번째
가이사랴 빌립보: 분봉왕 헤롯 빌립2세가 로마 황제 가이사랴 아우구스토스를 위해 가이사랴와 자신의 이름을 따 가이사랴 빌립보라는 도시를 건축했다. 현재의 지명은 바니아스. 이곳에서 솟아나오는 샘물이 요단강과 갈릴리 호숫가로 흘러들어간다.

예수님이 수련회를 떠난다. 12제자와 극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이 땅에서의 사역 막바지 단계다. 이제는 일을 벌일 때가 됐고 알릴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소는 가이사랴 빌립보. 선교센터인 가버나움에서 2-3일 거리다. 물 맑고 산 좋은 곳,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다. 요단강과 갈리리호수의 원천인 헤르몬산이 병풍처럼 둘려있다.

가이사랴 빌립보로 가면서 제자들에게 물었다. 

예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남들이 말하는 것 말고.

베드로: 주는 그리스도십니다.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은 고무됐다. 이 정도면 아버지 하나님이 왜 나를 보내셨는지 말해도 제자들이 이해할 것 같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 충분히 숙지시키자.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시키자. 예수님의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기대는 곧바로 무너지고 만다.

예수: 나는 죽으러 왔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제자들: 말도 안돼요. 믿을 수 없어요.

제자들은 생각한다. 죽은 사람도 살리고, 귀신도 굴복시키고, 자연도 다스리시고, 죄도 사하실 권능이 있으신 예수님이 죽으러 오셨고 또 죽는다니, 덜컥 겁이 난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압도되자 그 다음의 말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는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믿었던 베드로마저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목격하고도 엉뚱한 소리만 한다. 예수님은 답답하다. 그래서 재차 말씀하신다. 마가복음에서 도합 3번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이는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또 인자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고 죽은 지 삼 일만에 살아나리라는 것을 말씀하셨기 때문이더라.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묻기도 두려워하더라. (마가복음 9장 31-32절)

수련회도 다녀왔는데 수제자라는 것들이 무리들과 다르지 않다. 누가 넘버 2인지 따지고 있는 제자들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아닌가.

판신전: 로마 황제 가이사랴 아우구스토스 신전과 판 신전의 흔적. 두 개의 신전이 나란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리창 모양의 벽면은 우상을 놓던 곳.

갈릴리호숫가에 있는 디베랴라는 도시에서 아침 일찍 버스가 출발한다. 가이사랴 빌립보로 향한다. 예수님이 수련회를 갔던 그 길이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이스라엘의 최북단. 로마 황제 가이사랴 아우구스토스를 기리기 위해 헤롯 빌립 2세가 도시를 세웠다. 헤르몬산을 끼고 있다. 산 중턱에 이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줄기가 신기하게도 갑자기 솟아 나온다. 요단강과 갈릴리호수가 시작되는 물줄기다. 헤롯 빌립2세는 이곳에 거대한 아우구스토스 신전과 판 신전도 세운다. 지금은 흔적만 있지만, 그 흔적만으로도 신전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현 지명은 헬라 목축의 신인 판을 따라서 파니아스(바니아스로 발음)다.

벤탈산: 1974년 제 4차 중동전쟁의 격전지 벤탈산. 골란고원에 있는 이 고지는 현재 유엔군이 지키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유엔군 초병이 경계를 서고 있다. 초소 아래의 비무장지대가 시리아로 이어진다.

갈릴리로 돌아오는 길에 골란고원의 벤탈산을 들렀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현장이다. 속죄일인 욤키퍼에 기습당한 연유로 욤키퍼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욤키퍼인 까닭에 무방비였던 이스라엘은  개전 이틀만에 17개 여단이 전멸했다고 한다. 75만 명의 이집트.시리아 연합군과 3천여대의 탱크 앞에 이스라엘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미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열을 가다듬은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전투에서만 9백여대의 탱크와 3천여대의 아랍군 차량을 파괴하며 승리를 거둔다. 이 탱크와 차량의 잔해로 만들었다는 조형물들이 고지에 이르는 길 양쪽에 진열돼 있다. 마사다 처럼 ‘이 전쟁을 잊자마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짐작케 한다.  정상에 이르니 북서쪽으로 비무장지대와 시리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초소가 있다. 총을 차고 경계하고 있는 2명의 군인이 보인다. 유엔군이란다. 아직도 이곳은 전쟁 중이다. 한반도처럼 휴전 상태다.

예수님이 디베랴 호숫가, 곧 갈릴리 호숫가에 다시 오셨다. 부활하신 후 약속하신 대로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3번 물으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마가복음에서 죽음과 부활에 대해 3번 설명하시던 예수님이 요한복음에서는 3번의 질문으로 베드로를 일깨우신다. 베드로는 이제사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대답한다.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죽기까지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죽어도 주님을 위해 죽겠습니다. 주님은 그리스도시오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수련회을 떠나면서 베드로에게 기대했던 것을 마침내 얻은 듯 하다. 그리고 담담히 명령하신다.  ‘내 양을 먹이라.’ 베드로도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달려 순교했다. 두려움없이 거꾸로 매달려서. 다시 살아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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