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성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을 고민하자
기자수첩] 명성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을 고민하자
  • 지유석
  • 승인 2018.08.21 18: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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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철회가 공교회성 회복으로 직결되지 않아...철회 이후도 고민해야
지난 7일 오전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모임을 앞두고 장신대 총학생회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국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 지유석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예장통합 교단은 물론 온 개신교계가 떠들썩하다. 흡사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세습 반대 진영은 다음 달 10일부터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리는 제103회 총회가 재판국 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회재판국의 결정에도 세습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은 무척 고무적이다. 명성교회 측은 이런 여론이 부담스러웠는지, 8월 20일자 <국민일보>에 광고를 싣고 "그동안 저희 명성교회를 비판하고 반대한 분들이나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분들 모두 명성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고, 저희는 총회의 판결을 겸허히 그러나 무거운 부담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명성교회가 세습을 해서는 안되는 신학적, 사회적 이유는 넘쳐난다. 그러나 명성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을 위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대 진영의 간절한 바람대로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한다고 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세습 철회가 곧장 명성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으로 직결될 것인가?

800억 비자금 조성의혹, 김삼환 원로목사의 세월호 망언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유착 등 명성교회는 공교회로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습이 철회됐을 경우라도 김 원로목사가 막후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회로를 찾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예장합동 길자연 목사의 '통큰 세습'이나 감리교 김국도 목사의 '징검다리 세습' 등 훌륭한(?) 선례가 마련돼 있지 않은가?

김 원로목사로서는 아들로의 직접 세습이 아니더라도 선택지는 충분한 셈이다. 김 원로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직접 교회를 물려준 건, 그만한 이유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 총회재판국 판단에도 불구하고 세습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지속되는 건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당면현안에만 매몰된 나머지 다음의 한 수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통합 총회 안팎에서는 총회재판국의 세습 적법 판단이 신사참배에 버금가는 역사적 수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신사참배가 아니어도, 한국교회는 교회는 물론 한국 현대사에 큰 오점을 계속해서 남겼기 때문이다.

예장통합 교단만 봐도 그렇다. 매년 제주4.3 즈음해서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와 서북청년단의 유착 의혹은 연례행사처럼 일곤한다. 한경직 목사는 광주의 피울음이 채 가시지 않은 1980년 8월 김준곤, 정진경 등과 함께 전두환씨를 불러놓고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전씨를 축복하기도 했다. 총회재판국의 결정이 명성교회라는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와 엮여서 의미를 갖게 됐을 뿐, 총회재판국의 세습 적법 판결은 그간 관행으로 볼 때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그보다 명성교회 세습을 되돌리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이참에 명성교회를 포함해, 한국교회 전반의 공교회성을 회복할 보편적인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런 노력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교회 갱신과 개혁의 목소리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부디 새역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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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2018-08-25 12:46:38
명성교회 뿐인가요?
감리교단의 세습문제 알기로 제일 많은 교회들이 세습을 했다지요.

제발요 2018-08-25 12:41:15
교단탈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