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뉴저지초대교회 박형은 목사의 반복설교 기사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 목회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영적 게으름이라는 평가가 그 하나다. 설교는 학위 논문이 아니니까 표절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이 안 되고 기사거리도 안된다는 주장이 다른 하나다. 청어람 양희송 대표도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후자 입장을 취했다.
정말 문제가 안 되는 것일까? 교회 홈페이지 설교 동영상을 보면, 박형은 목사는 LA의 동양선교교회에서 뉴저지초대교회로 옮겨와 취임 감사예배를 드렸던 2017년 7월 30일부터 1년 동안 외부 강사 설교를 제외하고 총 43번의 주일 설교 말씀을 전했다. 이 중에 확인된 것만 29편이 전임 사역지에서 했던 설교문을 사용한 것이다. 뉴저지초대교회 부임 첫 해 주일 설교의 70%에 달한다.
본문, 내용, 예화까지 거의 그대로다. 그것도 전임 사역지인 동양선교교회에서 전한 말씀만 대조한 결과다. 동양선교교회 이전에 있었던 텍사스 빛내리교회에서의 설교는 확인되지 않았다. 심지어 취임감사예배가 있던 날 설교도 동양선교교회에서 했던 설교를 거의 그대로 전했다. 박형은 목사 관련 기사에 링크된 동영상이 바로 취임감사예배가 있던 날 3부 예배 모습이다.
기사에 대한 비판적 댓글 중 다수는 학교 강의, 대중 강연, 부흥회 설교, 성경공부 등의 반복을 예로 든다. 즉, 이런 예들로 봤을 때 했던 설교 다시 한다고 자가 표절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부흥회나 순회설교 같은 상황에 쓰이는 ‘표준 설교’ 등을 반복적으로 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외부 강연이나 부흥회를 다니는 경우 혹은 전통적으로 순회 설교자들이 하는 설교는 대표적인 설교문들을 작성해 놓고 방문하는 곳마다 같은 설교를 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교회 절기나 비슷한 상황 등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전에 했던 설교 들을 다시 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설교가 아닌 성경공부나 강연 세미나 등도 별개의 문제다.
자가 표절이라는 말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주장처럼 학위 논문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설교를 표절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기사의 요지는 학위 논문과 같은 잣대로 자가 표절인지 아닌지를 규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 기사의 요지는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첫 1년 동안의 주일 예배 설교 중 확인된 것만 70% 이상이 이전 교회에서 했던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목회자가 주일 예배를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것이 설교가 아닌가. 더구나 개신교 예배에서 말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점을 감안하면 주일 설교 준비를 안 하고 다른 사역만으로 일주일 내내 바쁘게 보낸다는 것이 바람직한 목회 자세인지를 묻는 것이다. (개신교 예배에서 설교가 너무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한다는 비판은 별개로 다룰 일이다.)
거의 매주 설교 준비 없이 전에 했던 원고만 다시 읽는 다면 이것은 지적 받아 마땅하다.
초대교인이라고 본인의 신분을 밝힌 한 독자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중복설교한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목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목사와 성도간의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말씀과 씨름하며 진액을 짜내는 노고와 주님이 주신 영감으로 준비된 설교가 강단에서 내 귀에 들리는 것이라 여겼는데... 성도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니 반복할 수 있었고 바쁘다 핑계 대니 하나님도 이해해 주셔야 하는 거다. 우리교회 성도들에 대한 목사의 마음이 그 정도뿐이라는 것이고, 목사의 사명을 감당하는 태도가 그 정도뿐이라는 데에 정말 화가 난다...”
이 교인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목사와 교인 간의 신뢰문제다. 설교 전문가적 입장에서 반복설교가 표절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은 전혀 기사의 의도가 아니었다. 더구나 반복 설교는 박형은 목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심지어 몇 년 동안 전임지에서 했던 설교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이것은 영적 게으름이다. 혹은 어떤 이의 지적처럼 목회자의 영적 침체다.
설교를 준비할 때 콘텍스트 혹은 회중을 좀 더 염두에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회에 새 신자 한사람이 등록하면 단순히 한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 전체를 포함하는 인생 전체가 온다고 한다. 단순히 구원받은 사람 하나 혹은 교인 수 하나 등 숫자로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설교를 준비하는 목사들이 그 한 사람 한사람을 마음에 두기를 바란다. 특히 겉으로는 말끔하게 예배당에 나와 있지만 고단하고 힘겨운 이민생활을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교인들의 지치고 상한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말씀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맡은 일에 대해 새로운 노력없이 쉽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미 내 설교가 너무 완벽해서 더 노력할 필요없다 라고 여겨서 일수도 있고, 남이 모를거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될수 있다. 영적 게으름을 우려하는 이번기사는 작금의 목사들의 마음가짐에 경종을 울리는것임에 틀림이 없다. 좋은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