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를 보며 김삼환이 떠오르다
김민기를 보며 김삼환이 떠오르다
  • 최태선 목사
  • 승인 2018.09.14 1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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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 오르지 않는 목사
사진출처: jtbc

나는 김민기를 좋아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의 노래는 모두 나의 레퍼토리였다. 그의 노래 속에는 시가 들어 있다. 그리고 시보다 더 옹골찬 현실에 대한 부조리를 담아낸다. 더 신기한 건 그의 노래를 부르다보면 내가 낮아진다. 낮은 음 탓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사라진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비오는 날 불러야 제격이었다. 그랬다. 그리고 내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던 그의 기타솜씨는 내가 그를 존경하고도 남을 충분한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그는 미대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이다. 그런 그가 당시 공순이라고 불리던 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은 대학을 다녔던 나는 그런 여자애들은 물론 그다지 좋지 않은 대학을 다니던 여자애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았던가. 그래서 나는 그를 생각하면 늘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어제 jtbc 뉴스 문화초대석 게스트로 출연했다. 최초의 일이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가수인 그가 한 번도 무대에 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음반만 내고 공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것도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반대편 입구에서 불렀다는 것이다. 그는 한 번도 공연을 안 한 가수였다. 나는 어제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런 가수의 노래를 내가 거의 다 알았다는 사실이 새삼 기적 같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가수로서 적당치 않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였다. 맞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어제 나는 그의 목소리가 낮은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자세가 낮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실 앞에서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얼마나 아직도 멀었는가를 통감하였다. 나는 어제 그에게서 삶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것의 의미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 나는 처음으로 예수의 길을 눈으로 보았다.

나는 늘 하향으로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복음의 삶은 올라가는 삶이 아니라 내려가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물론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내 의식이 인식하는 한 올라가려는 나를 억제했다. 하지만 어제 김민기 선생을 본 후 나의 그동안의 노력들이 너무 많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저 멀리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로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그에 비해 같은 뉴스 시간에 소개된 명성교회 김삼환의 설교는 얼마나 비루한가. 그는 자신이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 십자가이며 고난이라고 하였다. 정말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 정도가 아니다. 그는 세습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마귀라면서 더 이상 참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추해도 이렇게 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예수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상향의 삶을 살 수 있다. 아니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그렇다. 바로 이런 목사들, 이런 교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절망하기를 바란다. 명성교회와 김삼환에게는 물론 그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자신들에게도 절망하기를 바란다. 그 절망만이 오직 가능한 희망임을 느끼기를 바란다. 상향으로의 삶은 이처럼 추악한 결말로 끝난다!!!

김민기의 <그날>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싸움터에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마음속에 그 님이 돌아오질 않네.” 오늘이 그날일까. 그 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그리고 울려 퍼지는 기타의 베이스 소리, 솔라시도~~ 그 노래가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들린다. “교회 안에 교인들이 한 사람도 없네.” “싸움터에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그들 속에 주님이 돌아오질 않네.” 과연 이 땅에 그날이 올까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절망한 바로 그리로 희망이 스며들고 은총이 스며든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젠 정말 더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목소리를 낮추어야겠다. 가장 낮은 저음으로 복음을 노래해야겠다. 김민기의 노래 하나, 하나가 새롭게 들린다. 그 노래들은 그냥 노래가 아니라 성가다. 그렇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노래를 부른다. 거기서 우리는 <친구>가 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오늘의 부끄러움이 <그날>의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강단에 오르지 않는 목사. 내게 주어진 새로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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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청년 2018-09-14 20:55:56
귀한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