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의 백인들을 위한 백인들에 의한 교회
백인들의 백인들을 위한 백인들에 의한 교회
  • 김성회
  • 승인 2010.05.19 09:2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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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 교회를 가다’ (1) 미국장로교 산마리노교회

한국의 모 대학 1960년 교지에 "요즘 후배들 버릇이 없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언제나 새로운 세대는 나타나고 그 새로운 세대가 하는 일들은 못 마땅해 보이기 마련이다. 교회가 위기라는 말은 교회가 생긴 이래 계속 되어  왔다. 해결책은 달랐지만 결국 여기까지 살아남아 왔다. 개신교의 가장 유명한 구호 "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교회는 개혁 되어 왔고, 언제나 개혁 되어 갈 것이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사회 내의 교회들을 탐방하며,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국 교회의 다양한 몸부림을 살펴보려 한다. 미국 교회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며, 특정한 선택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기자 주)

미국장로교단은 쇠퇴하고 있다. 한 때 주류 교단(Mainline Denomination)이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던 수는 자꾸 줄어 이제 300만 교인을 남아 있는 정도이다. 예전의 영화를 기억하는 백인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살아남으려 하고 있을까?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한때의 추억은 스러져가고 다른 한편에선 추억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반세기 전 백인들만의 "미국장로교회"를 유지하고 있는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를 방문했다.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백인들만 모이고 백인들만으로 운영해서 다원주의와 다문화가 판치는 21세기를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정석대로 살아남기로 결의한 교회인 듯 보인다. 이 교회는 산마리노 시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 교인 1,500에 출석 교인이 800명의 대형 교회로 미국장로교단(PCUSA) 소속이다.

미국장로교단은 소위 미국 개신교 주류 교단 중 하나다. 미국에서 주류 교단이라고 하면 미국장로교(PCUSA), 연합감리교(UMC), Christian Church(Disciples of Christ), 성공회(Episcopal Church), 연합그리스도교회(United Church of Christ), 루터교 등을 꼽는다. 한때 3,000만이 넘는 신도 수를 자랑하던 주류 교단은 그 세가 점점 축소되어 현재는 2,000만 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산마리노 시는 인구 1만 3,000명의 조그마한 도시다. 인구의 절반은 백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대만 계열의 중국인들이다. 흑인은 단 33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시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보여주는 단상이다. 산마리노 시는 파사데나 시에 근접해있으며 헌팅턴 라이브러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인 남자들의 '우리 교회 지키기'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지역의 장로교회치고는 꽤나 큰 규모의 교회다. 이머징 교회며 신식 교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교회 성장을 꾀한다면,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회 유지를 꿈꾸고 있다. 마치 "이게 우리가 예배를 드려왔던 방식이다. 정통이란 이런 것이다"를 항변하는 듯하다.

▲ 성채처럼 지어진 교회 외관.(출처 :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 웹사이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성채 같은 교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1,000명을 거둘 수 있는 예배당은 마치 성당처럼 높고 길게 지어져 있다. 산마리노 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130만 불에 달한다. 이 교회는 그런 부촌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잘 차려 입은 성도들. 예배의 시작과 함께 찬양을 올리며 입장하는 성가대는 50여 명이 넘었으며 지휘자는 커뮤니티칼리지 음대의 학장 출신의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예배는 엄숙하게 진행 됐고, 빈틈이 없었다. 잘 짜인 한 편의 군무를 보는 듯 했다. 통성 기도는 없었지만 정중한 가운데서 성령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신도들의 진지함이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가니 10여 명의 예배봉사자(Usher)들이 좌석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예배봉사자들은 모두 백인 남자들이었으며 백인 여자가 단 한 명 있었다. 모두들 감색 블레이저로 복장을 통일하고 있었으며 블레이저에는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예배를 드리고 있는 회중들.
교회는 가족 단위의 교인들이 많았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교회 출석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의 90% 이상은 백인들이었다. 중국인들의 모습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커뮤니티만의 교회

카메라 가방을 메고 이리 저리 기웃거리는 기자에게 인사를 해오는 교인이나 안내인은 없었다. 마침 교회를 방문한 다른 교회의 흑인 장로를 한 사람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냉대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인 수가 1,000여 명에 가깝지만 교인들끼리는 서로 다 아는 사이인 듯했다. 말 그대로 커뮤니티의 구성원들만 환대 받는 커뮤니티 교회의 모습이었다.

▲ 예배당에서 설교하고 있는 유년부 목사와 아이들.(출처 :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 웹사이트)
예배는 아이들과 함께 이뤄졌다. 유년부를 담당하는 목사가 예배당 앞자리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5분의 짧은 설교를 마친 후 아이들이 퇴장했다. 회중은 성가대의 합창과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맞춰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예배는 매우 엄숙하고 진지했다. 협동목사인 카런 번스의 설교가 끝나고 성찬식이 진행됐다.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매달 한 차례씩 성찬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성찬식 때가 되자 아이들이 다시 예배당으로 들어왔다. 부모와 함께 성찬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3세 이하는 히스패닉 보모, 3세 이상은 백인 교사

성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동안 아이들은 0~3세, 3~6세, 6세 이상 초등학생, 12세 이상 청소년 그룹으로 나뉘어져 돌봐진다. 교인은 800여 명이 넘었으나 아이들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신도들이 노령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도  모두 백인이었다. 특이하게도 0~3세를 돌보는 곳만 히스패닉 보모가 있었다.

▲ 3세에서 6세까지의 수업 광경.
아이들은 모노폴리와 비슷한 구조의 게임을 통해 부활절의 의미를 배우고 있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보드 위에 잘 구성하고 주사위를 굴려 말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퀴즈를 풀고 에피소드를 듣는 형태였다. 신도의 절대 다수는 백인이었지만, 유년부에는 중국계도 다수 있었다.

한 지붕 두 가족

백인 중심의 교회지만 중국인들도 다수 출석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인들이 앉는 자리였다.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앞이나 중간 자리에는 빈자리가 있어도 중국인들이 앉는 모습을 보긴 힘들었다. 대부분의 비 백인들은 예배당 맨 끄트머리에 모여 앉아 있었다.

함께 예배를 참관했던 흑인 조셉 에디슨 장로는 "내가 어렸을 때는 예배당에 가면 흑인들은 예배당 뒤에 줄 쳐진 구역에서만 예배를 드릴 수 있었는데, 60년대 인권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런 차별은 없어졌다. 오늘 이 교회에 와보니 보이지 않는 줄이 쳐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유색인종이 전무한 목회 팀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의 전통이란 것은 이민 문호가 개방되기 전의 백인 중심의 교회를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교회의 담임 목사는 백인 남성이고 박사학위 소지자다. 협동 목사를 맡고 있는 백인 여성은 호스피스 병원에서 원목을 역임했으며 바로 옆 부자동네인 라카냐다커뮤니티교회에서 사역을 한 경험이 있다.(미국장로교단은 보조목사(Assistant Pastor)제도를 폐지했고 모두 Associate Pastor로 부르고 있다.)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압도적으로 노인층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은 여성 목사의 몫이었다.

▲ 백인들로만 구성된 목회 팀. 한 명의 흑인 행정 직원과 한 명의 아시안 인턴이 있을 뿐이었다.
총 17명의 스태프 중 흑인은 교회 안내와 전화 교환을 맡고 있는 리셉셔니스트 한 명뿐이다. 스태프 중 목회를 맡고 있는 유색인종은 봉 브링가스 씨뿐인데, 그는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이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결국 정식 목회자 그룹 중에는 단 한 명의 유색인종도 없는 셈이다. 유색인종이 한 명도 없는 교회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장식용으로 한두 명을 끼워놓은 인상이었다.

남가주의 인종적 다양성을 생각하면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같은 백인들만의 교회는 버티기 힘들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액의 유산을 교회 앞으로 남기는 교인들이 계속 존재하고, 백인들만의 교회를 지키기 위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헌신이 이어지는 한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존속될 듯하다.

▲ 예배를 마친 후 커피와 도넛을 나누며 교제하는 회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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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tsburgher 2010-05-29 21:00:37
저 역시 JCJ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많습니다. 아마도 JCJ님께서 비판하신 것은 서구 교회의 시스템과 신학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서구 교회의 성도들에 대한 경험을 나눈 것입니다. 한국교회도 공격적인 선교와 소위 “선교대상”에 대한 교만한 태도때문에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JCJ님께서 지적하신 문제의 근본은 인간의 타락한 죄성입니다. 물론 유럽과 미국이 산업혁명이후 많은 나라들을 수탈하며 악을 행했고, 교회가 그 가운데 일조한 바 있습니다. 또 저 역시 교회역사에서 행해진 많은 죄악을 가슴아파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속해 있는 교단이 하나님의 편보다는 권력의 편에 서 있었던 모습에 대해서 반성하고 또 제가 힘 닿는데 까지 노회에서나 제가 속한 노회산하 각 위원회에서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의견개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때문에 하나님께서 부르신 많은 성도님들을 악하게 보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라는 이름 떄문에 점잖은 척 그리고 전혀 차별이 없는 척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몸에 벤 태도일 뿐입니다”라고 하셨는데, 적어도 제가 경험했던 시골교회의 130여명의 백인 성도들은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교재(fellowship)를 나누었다고 확신합니다. 또 저는 그분들을 “그들”로 본 적이 없습니다. 저의 형제와 자매로 보았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 오기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무척이나 비판하며 싫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교회를 섬기면서 깨달았습니다. JCJ님의 비판과 같이 많은 악을 행하는 미국교회와 정부이지만 아직도 하나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이유는 제가 섬기던 교회의 성도들과 같이 아직도 순수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하는 성도들이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는 이런 분들때문에 많은 오점과 허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소망이 있다고 봅니다. JCJ님께 주님께서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김성회 2010-05-20 10:17:01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순 2010-05-20 07:53:09
Christian Church 는 "그리스도의 제자들 교회"로 번역될 수 있지 낳을까 생각합니다. 이교단은 "연합그리스도교회"(United Church of Christ)와 가장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교단입니다. 함께 총회를 같이하고, 세계 선교국을 함께 운영합니다. United Church of CHrist를 "연합그리스도교회"로 번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 연합그리스도교회 소속 목사 드림

김성회 2010-05-20 02:45:53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는 기사 작성에 더욱 유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