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에세이집 논란, 개혁 필요성 재차 일깨우다
이영표 에세이집 논란, 개혁 필요성 재차 일깨우다
  • 지유석
  • 승인 2018.10.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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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에세이집 중 '무통주사' 대목 논란....교회 존재의미 돌아보게 해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이 에세이집에 쓴 글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은 다시금 교회개혁의 의미를 일깨운다. ⓒ KBS

“우리 가정에 셋째가 생겼다. 아침에 진통이 시작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간 아내와 나는 곧바로 분만실로 이동한 후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촉진제를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간호사가 요즘 거의 모든 산모가 이 주사를 맞는다며 통증을 없애 주는 무통주사 의향서를 가지고 왔다. 나는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을 주신 것과 남자에게 이마에 땀을 흘려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신 창세기 3장 16절을 찾아 읽었고, 주님께서 주신 해산의 고통이라면 피하지 말자 이야기했다. 첫째와 둘째 모두 무통주사 없이 출산하여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아내는 잠시 고민하더니 내 의견에 따라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출산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정작 진통이 시작되고 부들부들 고통에 떠는 아내를 보면서 오히려 내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말씀에 따라 살려는 노력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노력을 통해 느껴지는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내와 나는 앞으로도 쉽게 사는 방법과 말씀대로 사는 방법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그때마다 주님의 은혜로 선한 선택을 함으로 날마다 기뻐하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 202~203쪽, ‘무통주사’

2002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이영표 현 KBS 축구 해설위원의 에세이집 <말하지 않아야 할 때> 중 한 대목이다. 이 대목은 1일 <경향신문>, <허핑턴포스트> 등에 소개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조롱 섞인 어조로 이 해설위원을 성토했다. 몇 가지 반응을 아래 인용한다.

"이영표 선수는 돼지고기도 안 먹는지 궁금. 구약에 부정한 동물인 돼지는 먹지 말라고 써 있을텐데" (____CH*****)

"이영표 평생 마취 없이 수술하길" (m*****_****)

"이영표 저 말이 뭐지? 여자에게 출산의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무통은 안 된다는 건가?"(dd******)

"이영표씨는 죽을 만큼 아파도 하느님이 견디라고 주신 고통이니까 참으세요. 왜 약을 드세요?"(p********)

이 해설위원의 에세이집 논란은 새삼 그의 과거 전력(?)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5년 전인 지난 2013년 9월 김성회 축구칼럼니스트는 '개신교의 축구 이기주의, 당장 멈춰라"란 제하의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김 칼럼니스트는 이때 이 해설위원이 2009년 사우디의 알 힐랄으로 이적할 때 일화를 소개했다. (이 해설위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거쳐 사우디 알 힐랄으로 이적했다) 

"2009년 유럽에서 뛰다 사우디 알 힐랄에서 이적 제의를 받은 이영표는 구단 최고 권위자와 면담을 할 때 생소한 계약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제가 원하는 한국인 몇 명의 비자 발급을 해주세요.” 구단에서는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영표가 지정한 한국인의 비자 발급을 도와줬다. 그런데 이들은 개신교 목사와 선교사였다. 이영표는 이 사실에 대해 개신교 문화를 수용하지 않아 선교가 힘든 중동에 복음 전도자들을 입국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국내 한 개신교 방송에 나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축구를 이용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행동을 교묘하게 해놓고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히려 떳떳하게 이를 방송에서 공개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 칼럼을 소환(?)하며 이 해설위원이 편향적 종교관을 갖고 있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이 해설위원의 에세이가 논란이 되자 그를 모든 활동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라인매체 <ㅍㅍㅅㅅ>의 편집진인 임예인 대기자는 "신념에 따라 저런 발언을 할 자유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발언이 약자와 소수자를 핍박하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부지불식간에 이런 자의 목소리가 '던져지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바로서야 신도도 바로선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신앙관을 둘러싼 논란은 새삼 교회의 존재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누가 뭐라해도 이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그리고 축구 해설위원으로서 예리한 시각과 선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기흐름을 시청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해 축구 중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관점을 달리해서, 이 해설위원이 에세이집에서 적은 대목은 자신의 신앙관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교회다. 교회가 상식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를 건전한(?) 신앙심의 표현이라며 공공연히 장려할 때가 많다. 이 해설위원 스스로도 무통주사를 거부한 걸 '말씀에 따라 살려는 노력'이라고 한 점은 그래서 무척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우 성향의 개신교 단체 '에스더기도운동'(아래 에스더 운동)은 <한겨레> 보도로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런데 에스더 운동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인터넷 선교사'를 양성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사실이 재차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그런데 에스더 운동은 이 같은 활동을 '대선사역'으로 지칭했다.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는 사회법에서도 엄격하게 다루는 범죄행위다. 그러나 에스더 운동은 이 같은 범죄행위를 '사역'으로 포장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개신교인들은 대한민국 사회 각계 각층에 포진해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이 잘못된 신앙관을 갖고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 사회 전반에까지 미친다. 

이미 한국사회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을 몸소 겪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에세이집에서 밝힌 몇 가지 생각은 그래서 위험하다. 

이 해설위원의 하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 이 해설위원이 자신의 신앙관이 정말로 성서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진지하게 성찰했으면, 그래서 잘못된 점을 발견했다면 바로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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