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달란트를 가진 목사
특별한 달란트를 가진 목사
  • 신기성
  • 승인 2018.10.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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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 김선근 목사 퀸즈성결교회 EM 목회 사역
퀸즈성결교회 조승수 담임목사(좌)와 김선근 목사(우)

[미주뉴스앤조이(뉴욕)=신기성 기자] 베이사이드에 있는 퀸즈성결교회(담임목사 조승수)에는 남다른 목회자가 한 명 있다. 퀸즈성결교회 EM을 맡고 있는 김선근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밀알 장애인 선교단과 오래 함께 해 왔고 선교목사로 위촉되기도 한 김목사는 자신도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이다.

어려서 뇌성마비를 앓아 걷는 것과 말하는 것 등이 불편하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설교자의 모습도 아니다. 불편한 몸짓으로 어떻게 설교를 하고 성경공부를 인도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과 편견도 있다. 실제로 안수를 받은 후 3년이 지나도록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 마음고생도 심했고 어려운 시기도 보냈다.

얼라이언스 신학대학원(Alliance Theological Seminary)을 졸업한 후 2015년 2월 8일에 뉴욕 어린양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8살 되던 때 외조부께서 그가 장차 자라서 목사가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고 한다.

 

장애아로 자라기

목사의 자녀로 자란 그의 어머니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부총재였던 아버지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그의 어머니에게 큰 어려움이 하나 생겼는데 건강 문제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번의 유산을 했고 세 번 만에 사내아이를 낳게 된다. 그녀는 너무 기쁘고 감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난 후 일주일 만에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흔한 황달 증상이었고 병원에 즉시 가기만 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었다. 방에는 노란 커튼이 쳐 있었고 그 때문에 황달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기가 얼마나 열이 나는지 어머니는 알지 못했다. 피부가 노란 색을 띠는 것이 커튼 색깔 때문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열은 점점 심해졌고 뇌성마비로 변해갔다. 뇌성마비란 뇌에서 근육을 통제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설상가상 아기는 발작 증세까지 일으켰다.

서둘러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의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아기의 뇌는 이미 심하게 손상을 입은 후였다. 그는 보통 사람처럼, 먹을 수도,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심지어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기는 사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매달렸지만 희망은 없어보였다.

의사는 아기가 더 이상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니 집에 데리고 가서 눕혀 놓고 한 이틀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아기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는 그 말이 사실처럼 보였다. 아이에게 젖을 먹여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고 발작은 점점 더 심해졌다.

발작이 시작되면 모든 근육이 긴장되고 온 몸이 뒤틀려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발작을 한번 씩 일으킬 때마다 상당한 뇌세포가 손상된다. 의사가 말한 대로 2-3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마지막 발작은 매우 심해서 왼쪽 팔이 구부러지고 틀어졌다.

아기는 점점 약해져갔고 거의 숨도 쉬지 못했다. 아기가 하늘에 가기 전에 마지막 기도를 하려고 목사였던 외조부와 모든 가족이 모였다.

아기를 하나님 품에 보내게 된 어머니는 절망에 빠져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주님께서 이 아이를 살려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필요합니다. 기도하면 당장 얻을 수 있는 물질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살려주실 것이라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녀는 서원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뒤틀린 손을 붙잡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 아이를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그는 주님의 종이 될 것입니다. 주님이 그에게 원하시는 것을 이루어 주시옵소서. 나는 이 아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주님이 이 팔을 고쳐주시면 그의 미래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겠나이다. 그리고 이것이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런 뒤에 어머니는 아이의 뒤틀린 팔을 잡고 바로 잡기 시작했다. 틀어진 팔을 되돌리느라 뼈가 부서졌다. 다른 가족들은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아이의 팔뼈는 부러졌고 온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큰 소리로 기도하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그의 할머니는 아이를 씻기려 데리고 갔다. 아이를 목욕시키는 동안 할머니는 그의 뼈가 똑바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가족들은 하나님께서 김목사 부모의 기도가 응답되었음을 알게 됐다.

 

고통과 질문

하지만 삶은 평탄치 않았다. 유치원에 다닐 때, 걷는 것과 말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했다. 때로는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고 선생님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아이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본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 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10살, 12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에 관해 하나님께 묻기 시작한다. 요 9:2 말씀과 같다.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하지만 주님은 대답이 없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자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고 친구도 없었다. 늘 외로웠고 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17살이 될 때까지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그를 사랑했던 선생님들이 유일한 친구였다. 성인이 된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울면서 그의 어머니에게 너무 외로워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위로하려고 애썼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거실에 있던 아버지는 그를 불렀다. 아버지는 로마서 8:38-39 말씀을 가지고 말씀을 해 주셨다. 아무것도, 결코 아무것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사람은 오고 간다. 친구와 가족은 오고 간다. 이 세상 사람들은 계속 너를 배신하고, 심판하고, 상처를 줄 것이다. 너는 결코 너를 떠나지 않을 진정한 친구를 의지해야 한다. 이런 친구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단다. 하지만 너에게는 이런 친구가 있어. 그는 예수 그리스도시란다. 네가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그는 항상,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며 그의 사랑은 너에게서 떠나지 않는단다. 너는 예수를 너의 친구로 삼는 진정한 복을 받았단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뉴욕밀알 25주년 기념 만찬에서 워십 댄스를 선보인 김선근 목사

변화된 기도 제목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질문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가 22살이 될 때까지 기도 중에 자주 묻곤 했던 질문이다.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이렇게 만드셨습니까? 왜요?” 하나님은 아직 답을 주시지 않았다.

언젠가 아프리카 단기 선교 중에, 하나님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를 더 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장애를 치료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 했다.

뜨겁게 기도하던 중에 그는 마음속에 분명하게 울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나님은 “내가 너를 내 형상으로 지었다. 너는 나의 걸작품이다. 네게 장애가 있는 것은 네 잘못도 네 부모의 잘못도 아니다. 내 영광이 너를 통해서 드러나도록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너의 장애는 내가 네게 준 특별한 달란트란다. 네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네게 주었고 너는 그것을 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 음성을 들은 후에 그는 얼굴을 땅에 대고 회개했다. “하나님 저를 왜 이렇게 만드셨습니까?”라고 하던 기도는 “장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만 주신 이 달란트를 감사합니다”로 바뀌었다.

그는 점차로 마음의 평안을 찾아갔다. 이제 하나님의 손 안에 있으며 주님이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달란트가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겸손히 하나님 나라와 그 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자신의 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장애를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에 주님의 도구가 되고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

 

쉽지 않은 길

장애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사람들의 시선과 적응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한 때 3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있던 중고등부 전도사로 사역을 했었는데 어느 날 예배 때 자신만 혼자 있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설교를 하면서 좌절하고 목회를 포기하려고 했던 경험도 얘기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완수하기까지는 결코 평안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주셨다고 한다.

목회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보려고 찾아보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한 갈등과 고뇌를 겪으며 모든 것을 내려 놓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사가 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피트니트 센터에서 트레이너 자격증도 획득했다. 임지를 구하지 못해서 목회를 포기하고 피트니트 센터 인터뷰를 마치고 취직을 하려던 차에 퀸즈성결교회의 청빙을 받고 극적으로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눈물과 아픔이 들어 있었고 눈시울은 내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삶이 눈물과 기도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할 수도 없으며 하나님께서 하시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 EM 목회자로 청빙을 받아 온 것은 아니었다. 퀸즈성결교회 EM 사역자가 사임한 후 임시 설교자로 한 번 초청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외부 강사로 첫 번째 설교를 한 후 다시 한 번 부탁을 하게 되었고 두 번째 설교를 했을 때는 조승수 담임 목사와 EM 회원을 비롯한 모든 교인들이 모두 좋게 생각하고 말씀에 은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 다음 주에 세 번째 방문했을 때 교인들 가운데 EM 목회자로 청빙을 하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조승수 목사는 김선근 목사를 보며 목회자와 설교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목사란 환경이나 외모와는 상관없이 설교든 삶이든 교인들에게 은혜를 끼칠 수 있어야 되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김선근 목사는 설교를 파워포인트를 비롯해 철저히 준비를 할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진정성 있고 신실해서 교인들이 큰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조승수 목사는 김선근 목사를 “우리 교회의 큰 복덩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3월에 청빙을 받아 사역을 시작했으니 8개월이 된 셈이다. 김선근 목사의 설교가 꿀처럼 달다고 조승수 목사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선근 목사가 선교목사로 봉사하는 밀알장애인선교단 멤버들도 김목사의 설교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큰 은혜를 받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조승수 목사는 교인들이 목사의 진심과 말씀의 진정성을 보고 은혜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선근 목사는 퀸즈성결교회에 오게 된 것이 삶의 보람이고 은혜라고 고백한다. 사역을 시작할 때 5명이었던 EM은 24명으로 늘었다. 필요한 곳마다 사람이 채워지고 일꾼들이 늘어가는 축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장애를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이며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라고 고백하는 목사와 그를 복덩이라고 부르며 환영하고 사랑하는 담임 목사 및 교인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어떤 열매를 맺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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