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초유의 감독 이·취임식 취소 사태
기독교대한감리회, 초유의 감독 이·취임식 취소 사태
  • 심자득
  • 승인 2018.11.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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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회 총회 감독취임 두고 격돌...신사참배 80년 맞아 죄책고백문 채택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3회 총회 둘째날 회무가 아침기도회를 시작으로 속개됐으나 전준구 당선자의 취임을 놓고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결국 오후에 예정되었던 감독 이·취임식을 거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혼란의 와중에 총회는 신사참배 80년을 맞아 감독회장을 포함해 11개 연회 감독들과 참석 총대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기도를 올렸으며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와 다를 바 없었다”는 내용의 감리교회 신사참배 죄책 고백문을 제33회 총회원 일동 명의로 채택했다.

전준구 감독당선자에 대한 성토가 극에 달하자 감독당선자들이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사진:<당당뉴스>)

서울남연회 전준구 당선자 감독취임 두고 격돌

전날 여선교회와 여목회자회 등 여성계를 중심으로 서울남연회 전준구 당선자의 당선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총회장 안팎에서 크게 일자 전준구 당선자가 총회석상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전준구 당선자는 “제33회 총회 회원들께 저와 관련된 피켓시위와 유인물로 많은 심려 끼쳐 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의를 이루고자 하는 뜻에 대해서도 충분히 헤아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와 관련되어 총회재판이 이미 접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과정 통해 성실하게 소명 다하도록 하겠다. 교리와장정에 따라 교회재판 결과에 따라 온전하게 승복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총회회원 여러분들게 심려끼쳐드린 것 송구하게 생각한다. 축제가 돼야 할 총회가 제 개인 문제로 시끄럽게 돼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준구 당선자의 발언은 불난데 기름 부은 격이 됐다. 여성 총대들은 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교회 성폭력 목사가 감독이 웬 말이냐', '전준구는 사퇴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취임 반대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전준구 목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된 셈이다.

장내가 소란스러워 지자 전명구 감독회장은 “법적 프로세스를 밞아 적법하게 처리하겠다. 재판에 따라 되는 것이 합리적인 성숙한 법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감리교전국여교역자회 회장인 김순영 목사(여교역자회장)는 발언권을 얻어 “총대로서 세 가지 이유로 도저히 이 분의 취임을 볼 수 없다. 첫째, 그리스도인은 어디서든 예수의 향기 드러내야 하는데 이 분은 가는 곳마다 여성문제 일으킨다. 둘 째, 감독은 모든 목회자의 모델인데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세 째, 감독으로서 모든 예배집례 성만찬 안수례 등을 행할텐데 우리 후배 여성 목회자가 성추행 한 감독으로부터 안수 받는 것 볼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여성 총대들과 방청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소요를 진정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전명구 감독회장은 정회를 선포했으며 당선자들과 이임 감독들이 급하게 각각의 대책 모임을 가졌다.

초유의 감독 이·취임식 취소 사태

대책회의에 들어갔던 이임감독들과 취임감독들이 입장을 발표했다. 이임감독을 대표해서 진인문 감독은 “제33회 총회 감독 일동은 성추행의 문제가 있는 당선자의 취임을 반대하며 이취임식에 나가지 않기로 천명한다”고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취임하는 감독을 대표해 원성웅 당선자도 “기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어려운 문제들이 수습할 수 없을 만큼 터졌다. 감독당선자 11명이 이렇게 은혜스럽지 않고 외부에서 우리 감리교회를 타겟으로 삼게 되는 상황에서 취임하는 것이 좋지 않겠다. 감독취임 하지 않는 것이 감리교회를 위해 좋겠다고 해서 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 했다.”고 이임과 취임 감독 모두가 전준구 당선자가 참석하는 이·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취임 감독들의 입장이 나오자 총대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며 혼란해 졌다. 이광석 감독이 당사자가 용단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정연수 회원은 “통합측이 명성교회 세습을 뒤집어 자정능력을 증명했다. 우리도 거부했다는 흔적을 역사에 남겨 희망의 시그널을 남기자”고 했고 박인환 회원은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 오늘 총회에서는 한 사람만 빼고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로고스교회 한성일 장로가 “2010년 3월 말 목사님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 사법부의 판단을 받고 계속 모실지 다른 판단을 할지 양해 구하고 10년을 왔다. 교단법과 사회법에 25차례 이상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서울남연회 심사위원회에 아무런 징계를 받은 적이 없고 사회법에서도 300만원 벌금형을 받았지만 재판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취임을 빼자 넣자는 말을 하는데 로고스교회뿐 아니라 서울남연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총특재에 제기한 문제들을 사실확인했는가, 교리와장정에 따라 절차를 밟았는가.  여선교회가 선교에 집중하기 바란다. (로고스 교회의)4500명 성도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전준구 목사가 3대 담임으로 와서  교회사유화 막았고 이단으로부터 지켰다. 건강하게 부흥하는 교회다. 더 이상 모르는 분들이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장내는 정리가 되지 않고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뿐이었다.

결국 전명구 감독회장은 이취임 감독들의 뜻을 받아들여 이취임식을 거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임감독들을 인사시킨 뒤 꽃다발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대신 하며 미진한 부분은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고 마무리 됐다.

문제는 취임식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 감독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김우겸 회원은 “감독당선자는 총회에서 감독선서를 해야 감독이 되는 것이다. 취임식을 안 한다는 것은 감독직 수행을 못하고 행정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장정 【627】 제127조(총회의 직무)④항 “감독과 감독회장 이·취임식 : 총회는 감독과 감독회장의 이·취임식을 한다. 다만, 회기 내에 총회가 개최되지 못해 취임식이 불가능한 경우 회기 종료일의 다음날부터 감독 또는 감독회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가장 먼저 열리는 총회에서 취임식을 한다”에 의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사참배 80년 맞아 총회가 신사참배 회개하고 죄책고백문 채택

혼란의 와중에 총회는 신사참배 80년을 맞아 신사참배를 회개하고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와 다를 바 없었다”고 감리교회 신사참배 죄책 고백문을 제33회 총회원 일동 명의로 채택했다.

고백문에서 총회는 “제3회 총회인 1938년 10월 7일 감리교인 7천여 명이 황성 요배와 황국 신민 서사를 제창한 후 남산 조선신궁을 참배하기도 했다. 신사참배는 창조주 하나님 신앙에서 볼 때 신격화된 천황에 대한 숭배요 또한 민족적인 양심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일제는 중국대륙 침략, 대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전쟁 수행의 정신적 통제와 지배의 야만적인 수단으로 신사참배를 강요했으니, 결국 그것은 일제의 폭력과 전쟁 신에 굴복하여 절하는 우상숭배이다”라고 천면했다.

총회는 이어 “한국 감리교회는 해방 후 다른 교파들과 마찬가지로 신사참배 등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주의에 굴종한 어두운 역사를 철저하게 성찰하지도 못했다. 이에 한국감리교회는 제33회 총회를 맞이하여 과거 불행한 시대에 있었던 신사참배의 어둔 행위를 창조주 하나님과 구원의 예수 그리스도와 보헤사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민족과 인류 앞에 철저한 회개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신앙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는 차원에서 모두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제안해 감독회장을 포함 11개 연회 감독들이 단상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신사참배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성직매매, 성적 문란, 맘몬 숭배도 회개하자"고 했으며 총대들도 앉은 자리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끊고 함께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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