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직업’인가 ‘성직’인가
목사는 ‘직업’인가 ‘성직’인가
  • 양재영
  • 승인 2019.01.15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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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2억 람보르기니 논란을 통해 본 목회자의 현주소
존 그레이 목사와 그 아내(사진: John Gray Facebook)

아내에게 2억이 넘는 람보르기니를 선물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릴렌틀리스교회(Relentless Church)의 존 그레이 목사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8번째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슈퍼카를 선물하며 올린 SNS 동영상을 보며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지나쳤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다”고 고백한 그레이 목사에게 교인들이 보낸 응원의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 교인은 “기독교인들이 꼭 가난해야 하는가? 그레이 목사는 우리 교회에 오기 전부터 재정적으로 축복을 받았다. 그의 아내가 쓰레기 차를 몰지 않아도 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이곳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만일 목사가 아내에게 근사한 선물을 사줄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평하며 이번 논란을 통해 ‘더 많은 믿음의 결단’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교인들은 그레이 목사가 Δ 불법을 행하지 않았고, Δ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으며, Δ 아내를 기쁘게 하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조엘 오스틴 목사

‘직업인’인가 ‘성직자’인가?

미국은 목사들이 지나치게 부유한 점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국사회처럼 크게 문제시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16년 미국의 한 언론이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목사’ 1위는 TV 부흥사로 잘 알려진 케네스 코플랜드 목사로 재산이 약 8천억원($ 760,000,000)에 달했으며, 우리에게 잘알려진 조엘 오스틴 목사 역시 400억원($40,000,000)에 달하는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것으로 보도됐다.

코플랜드 목사는 세금탈루와 친인척 비리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재산의 액수에 대한 비판은 그리 많지 않다. 조엘 오스틴 역시 자신의 책과 활동을 통해 축적한 '부'에 대한 비판보단, 그의 ‘저급한 신학’이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 미국 교회 목회자는 “미국에서 목사는 그냥 직업인이다. 최소 대학원까지 교육을 받은 고등직업이다. 그래서 목회자의 연봉이 1억이 넘는 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레이 목사의 아내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은 람보르기니 비판에 대해 “NBA 농구선수들도 슈퍼카를 선물하지만,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남편은 이 날을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왔다”는 논리가 상당부분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미국과 달리 한국과 한인지역의 목사들의 ‘부’에 대한 평가는 좀 박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받는 데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목사들은 자신의 사역을 단순히’ 직업’으로 보지 않는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교회의 목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제사장’으로 간주하며, 스스로를 교인들의 ‘영적 아버지’로 부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우여곡절끝에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적지 않은 목사들이 반대 의견을 보였던 점은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수의 목사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성직’(聖職)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월급이란 표현대신 ‘사례비’라는 독특한 명칭을 사용한다.

또한, ‘성스러운 직업인’에게 요구되어지는 ‘청렴함’을 보이기 위해 온갖 위선과 꼼수를 부리다, 종국엔 불법까지 동원하는 것도 공공연한 현실이다.

한국의 대다수의 목회자를 ‘성스러운 직업인’으로 보기엔 그들의 도덕적, 사회적, 법률적 수준이 너무 저급하다. 이젠 사회가 상식적으로 요구하는 ‘일반적 직업인’의 수준에도 한참 못미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성직자’라고 명명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넘어 안타까움까지 들게 한다.

수억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성직자라는 명예까지 누리며 군림하려는 그들의 인식이 아내에게 람보르기니를 선물한 목사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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