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향한 모든 노력은 '실험'이다
교회를 향한 모든 노력은 '실험'이다
  • 최태선
  • 승인 2019.01.18 0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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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저희 교회를 다니던 여자 청년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랑 될 사람이 다니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교회의 이름은 ‘주님의 교회’였습니다. 주님의 교회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네 교회만 주님의 교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교회가 다 주님의 교회인데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약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처음 기독교가 들어왔을 때는 교회 이름을 특별하게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천에서 가장 먼저 생긴 교회는 인천 제일교회, 두 번째 생긴 교회는 인천 제2교회 식으로 교회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회가 주님의 교회라는 기본적인 인식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인식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관계가 자매와 형제이며 교회간의 관계도 주님의 몸으로서 한 자체라는 인식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초기교회에서 볼 수 있었던 형제애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교회들이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염원으로 담긴 소중한 이름들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이름들이 그리스도의 몸이어야 할 교회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난도질이 되었고, 자매와 형제이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관계를 타인과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순수성을 추구하고 교회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노력들마저 하나 됨이 아니라 또 다른 분파 형성이라는 악순환이 되고 맙니다. 참으로 암울한 현실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다 대고 기우면 새로 댄 조각이 그 옷을 당겨서, 더욱더 크게 찢어진다고 하셨습니다. 개혁이나 본질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주목해서 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말씀은 헌 부대에 담겨 있는 헌 포도주를 바 버려야 한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주님은 분명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새로운 포도주를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을 새로운 이스라엘을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헌 부대에 담겨 있던 헌 포도주인 유대교를 당신이 허물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말해 그분은 하나님 백성의 새로운 강령인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셨지만 옛 강령인 율법을 무시하거나 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늘 ‘~한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라는 표현방식을 사용하셨습니다. 율법을 버리지 않되 그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거나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셨습니다. 동시에 종교적인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바꾸셨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그들의 일상생활자체를 사용하여 심오한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전하셨습니다. 그것은 종교와 삶의 괴리를 극복하고 삶 자체를 거룩한 것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하나님께서 시간을 거룩하게 하심으로 창조를 거룩하게 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교회를 위하여(피터 C. 블룸, 최태선 역, 대장간)

피터 C. 블룸은 자신의 책 <For a Church to come>에서 교회를 향한 인간의 모든 노력을 ‘실험’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의 실험이라는 말에서 자유를 찾았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교회의 모습을 보고 그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모습을 보고 깨달은 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분의 삶 자체가 하나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예수님을 가리켜 ‘몸소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오늘날 교회가 잘못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의 근본적인 핵심은 바로 이 제자 됨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몸소 하나님 나라가 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블룸의 ‘실험’이라는 말은 엄청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새 술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자유는 바로 이 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거기에 과거와의 단절이나 부정은 그 자유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같이 하나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저는 주님의 은혜로 복음에 담긴 위대한 정신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정의입니다. 저는 제가 알게 된 하나님의 뜻과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은 제게 도전임과 동시에 실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일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분열시키거나 그리스도인들의 형제 됨을 깨뜨리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입니다. 보다 신중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안에서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주님의 사역이 될 수 있도록 조심, 또 조심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님이 저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사랑으로 풍성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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