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간증하는 '평화기도회'는 '영적 불법 집회'
부시가 간증하는 '평화기도회'는 '영적 불법 집회'
  • 김용민
  • 승인 2010.06.09 18:3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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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불의한 전쟁 획책한 부시와 공범 반열 오른 한국 교회

한국에선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22일 평화기도회가 열린다. 광고 포스터에 나온 '간증 강사는 '조지 W. 부시'. 충격과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전직 미국 대통령, 그 사람이다. 104개월째 접어든 아프가니스탄 전쟁, 국지적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사망자가 자국 군인만 5,000명, 침략 대상 국가의 군인 또 민간인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 이 전쟁을 획책한 원흉이 바로 그다.

이 세상에 부시만 없었어도, 수십만에 이르는 이들은 누군가의 부모로 누군가의 자녀로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평화기도회' 주최 측이 '생뚱맞은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하지 않는다면, 부시는 그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평화'를 강변할 것이다.

▲ 부시가 일으킨 전쟁은 개시의 정당성부터 확보되지 않았다. 한국 교회는 이런 부시와 공범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간증 내용은 안 들어도 딱 나온다. 911 사건 이후 테러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밤 잠 못 이루며 주님께 도움을 구했고, 여러 경로와 과정을 통해 미국의 안전을 수호했으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던 지구촌 조폭들을 일망타진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드는 나라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은 일체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 이 코너를 통해서 9.11 직후 부시 행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모여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가를 부르며 전쟁을 획책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기도면 살육도 용납할 하나님인가.

부시가 기독교인이라서? 미국이 기독교 문명국이고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나라이고, 부시는 그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서? 부시와 미군이 죽인 자들이 이교도, 즉 이방인들이라서? 아니면 초청한 사람과 가까워서? 주최 측은 말해야 한다. 왜, 무엇 때문에 부시가 ‘평화기도회’의 주빈이 되는지.

해명을 피한 채, 부시를 '평화의 전도사'로 세워 강단에 세우는 순간, 부시가 일으킨 전쟁으로 비명에 죽어간 이들, 팔 다리가 잘린 이들은 그대들을 공범 반열에 올릴 것이다. 아무리 종교가 다르더라도, 문명이 다르더라도 다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생명을 안고 태어난 이들이다. 인간이 그 생명을 좌우할 수 없다. 이 원리를 부정하는가.

혹자들은 부시가 가한 침략을 '정의의 전쟁'으로 명명한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정의의 전쟁을 말할 때는 일반적으로 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전쟁을 벌일만한 충분한 근거와 명분이 있는가. 즉 전쟁 개시의 정당성. 둘째, 일단 전쟁이 벌어졌다면 그 전쟁에서 지나친 폭력을 삼가는 등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올바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가. 전쟁 행위의 정당성. 셋째, 전쟁 마무리 단계에서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짐으로써 다음 전쟁의 불씨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는가. 전쟁 종식의 정당성이다.
 
<화씨 911>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기한 의혹(‘911은 미국의 자작극이다’라는 설)부터 시작해, 이라크가 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 무기’ 제조국이라고 거짓으로 단정한 것까지. 부시가 일으킨 전쟁은 개시의 정당성부터 확보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구잡이 공습으로 민간인이 희생되고, 포로가 가혹한 고문과 처벌로 고통 받는 상황은 행위의 정당성마저 실종시킨 부분이다. 연일 폭동과 자살테러가 연발하는 현실은 종식의 정당성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이 전쟁은 공화당의 물적 후견인 역할을 하는 군수업체를 위한,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를 장악하려는, 강대국에 의한, 기독교 문명에 의한 살육전이다. 지금이 구약시대인가?

필자의 옛 직장 사장이었던 김장환 목사(현 <극동방송> 이사장)를 주목한다. 이 사람은 한국전쟁 당시 만난 미군의 도움으로 미국에 건너 가 밥존스대학이라는 학교에서 공부했다. 밥존스대학을 두고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는 2000년 2월 25일자에서 "이 기독교 사립대학은 서로 다른 인종 간의 데이트를 금지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학교"라고 묘사했다. (여담이지만, 김장환 목사는 이 학교에서 백인 동문을 반려자로 만났다.)

사실 설립자 밥존스는 이 대학을 세우면서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많이 발전한 셈이긴 하다. 게다가 이 학교는 가톨릭도 이단으로 볼 정도로 근본주의에 가깝다. 극우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극우의 전당인 셈이다.

그런데 부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 레이스에 가세하던 2000년. 출정식의 의미도 담겨 있는 출정 선언문 낭독(Kick off speech)을 이 학교에서 했다. 상징적이었다. 미국 우파 기독교는 이를 계기로, '불심으로 대동단결'이 아니라 '성령으로 대동단결'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믿는 대통령'을 창출했다.

그 '믿는 대통령'은 모슬렘 정벌의 화신이 돼서 '정의'의 이름으로 곳곳을 초토화했다. 우파 기독교는 환호했고 열광했다. 그의 시대는 반석 위에 선 것처럼, 교회의 탄탄한 지지 위에 8년을 달렸다.

김장환 목사는 이런 미국 우파 기독교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또 공화당과도 말 못할 깊은 연(緣)이 있다. 김장환 목사는 부시 당선 당시 '국내 몇 안 되는 당선자와의 교분을 가진 국내 인사'라는 명망을 발현한다. 이러다보니 부시의 ‘평화기도회 간증’에서 김장환 목사의 그림자를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를 '평화' 행사에 불러서 전쟁 범죄를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울러 남한 기독교인의 안보 정서 자극을 통한 대동단결을 꾀하려는 의도까지 어렵지 않게 읽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또 있다. 이게 미국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전쟁 불사' 운운하며 지난 10년의 평화 기조를 다 깨버린 소망교회 현직 장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우파 기독교, 부시, 김장환과 대단히 긴밀한 사이이며, 그들의 집권 노하우는 물론, 통치 이념부터 술수까지 모조리 베껴 쓰다시피 했다. 6.2지방선거로 허풍에 그친 '북풍'이라지만, 북한에 대한 응징 논리는 여전히, 정권의 실정을 가리고, 보수 진영의 대단결을 도모하며, 아울러 집권 연장의 발판을 위한 수단으로 매우 유효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부시가 말하는 '평화기도회'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심각한 영적 불법 집회임을 단언하는 바이다. 예수의 가치를 참칭한 얼치기 우파, 쓰레기 보수들이 염치 모르며 하나님과 평화, 정의를 기만하는 일을 두고 볼 수 없다.

김장환 목사의 노회한 권모술수에 기독 청년들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한다면 이런 모순어린 부당한 현실은 기한 없이 연장 반복될 것이다. 낡고 비루한 기성세대 신앙인들에게서 독립하자. 그리고 청년의 지성과 열정으로 대항하자. 정권과 함께 무너지는 교회를 보고 싶지 않다면.

김용민 /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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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 무지개 2010-06-24 01:19:20
이번 집회에 거론되는 모든분들은 그림자정부 프리메이슨의 33도 조직들입니다. 현재 미국은 기독교국가가 아닙니다. 프리메이슨 조직이 세운 프리메이슨 국가입니다. 1달러뒷면 피라미드위에 눈모양이 바로 프리메이슨의 상징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 프리메이슨 검색하시면 자세한 내용들이 나와있습니다. 프리메이슨 자유,평등,박애를 앞세우며 종교화합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무서운세력을 확장하여 전세계 단일정부 음모가 있습니다.

주말씀 2010-06-18 16:07:35
돈은 가라지들이 내고 재주는 곰이 넘고 ....

영분별 2010-06-14 10:33:03
전두환이 불러다가 간증시킨교회아냐

나대로 2010-06-11 20:50:13
너무 시비 걸지 맙시다.

smokybear 2010-06-11 01:30:37
아, 평화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회인가 보군요. 설마 한국 기독교인들이 그정도 개념이 없어서 부시를 평화 기도회에 초청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