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맥도날드 목사, "나도 실패했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 "나도 실패했었다"
  • 김성회·박지호
  • 승인 2010.09.19 13: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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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전병욱 목사와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공통점과 차이점

▲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사건으로 미주 한인 교계까지 떠들썩한 가운데, <미주뉴스앤조이>는 LA에서 열린 2010년 미주온누리사역축제 주강사로 참석한 고든 맥도날드 목사에게 물었다.
한국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와 미국의 고든 맥도날드 목사 사이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이름난 목회자이면서 베스트셀러 저술가다. 최근에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생겼다. '성추문에 휩싸인 유명 목회자'라는 점. 하지만 동시에 차이점도 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성추문에 대한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고백한 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회복 후 복귀했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성추행을 저지른 전병욱 목사의 경우, 3개월간 강단을 비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공적인 차원의 사죄, 치유, 용서의 과정은 건너뛴 채.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사건으로 미주 한인 교계까지 떠들썩한 가운데, <미주뉴스앤조이>는 LA에서 열린 2010년 미주온누리사역축제 주강사로 참석한 고든 맥도날드 목사에게 물었다. 교회에서 성추문이 생길 때 잘못을 저지른 목회자에 대해서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클린턴 대통령도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이후 정기적인 상담을 했는데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한국 교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World Relief(세계구호선교회) 총재인 그는 미국 기독학생회(IVF) 대표를 역임하며 베델신학교와 고든콘웰신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공식적인 약력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력도 있다. 한창 목회 중이던 1987년에 혼외 성관계로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것과 이런 경험 때문에 르윈스키와 스캔들을 일으킨 클린턴 대통령의 카운슬러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민감한 질문인 만큼 그의 대답 또한 조심스러웠다. 맥도날드 목사는 클린턴 대통령과의 상담 경험을 먼저 얘기한 뒤 자신이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사역을 하다 보면 정말 끔찍하게 실패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이 그런 경우였다. 르윈스키와의 사건 직후부터 클린턴 대통령과 “3년 동안, 3주에 한 번, 3시간씩 만났다”고 말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클린턴 대통령을 상담했던 것을 언급하며 “ 목사는 누구에게나 회개하고자 하는 영혼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고 당시를 좋은 추억으로 회고했다. 클린턴과 상담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실패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도 실패했다. 나도 모든 것을 잃은 경험이 뭔지 알고 있다. 그런 순간에는 당신을 믿어왔던 사람들이 당신을 떠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실패의 순간에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실패는 25년 전 사건을 말한다. 그는 실패의 과정을 겪은 뒤 치유와 회복을 위해 보냈던 3년여의 시간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실패로 다시는 설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당시 평범한 성도 중 한 명으로 교회를 다니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 후 아내와 함께 교회에 예배드리러 갈 때 나는 설교자도 아니고 지도자도 아니었다. 난 한 교인이었다.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을 경청하려 노력했다. 영적으로 부서진 상태에서 예배를 드리러 갔었다. 아무도 못 알아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예배를 드리러 가면서 항상 아주 조그마한 소망이라고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곤 했었다."

교회에 갈 때마다 그는 “소망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성도들 간의 피상적인 교제, 목회자의 감정적인 반응, 뻔한 설교들이 자신의 무너진 상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교회에 대한 실망이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이후 목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나는 그때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다시 목사가 된다면, 내가 만약 다시 한 번이라도 말씀을 전하고 설교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맨 먼저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겠다’고. 또 ‘나는 아내에게 ‘예배당 의자의 한 줄에 한 명씩은 정말 부서진 마음을 부여잡고 교회를 찾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말씀을 전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맥도날드 목사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위해 사역하겠다는 다짐을 지난 25년간 지키고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실패의 시간이 결과적으로 그에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교인들에게 자신이 무너지는 것이 어떤 심정인줄 아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교인들에게는 희망이 어디 있는지 찾아 줄 수 있는 목회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강한 카리스마로 교인들에게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목회자보다 교인들의 무너진 심정을 헤아리는 목회자의 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의미 있는 반추를 전병욱 목사에게 그대로 적용하긴 무리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공개적 사과와 회개가 선행됐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채 3년의 회복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권력 관계를 악용한 성범죄에 해당하는 성추행을 저지르고 ‘3개월 설교 중지와 6개월 수찬 정지'로 매듭지으려는 목회자에게 동일한 희망을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이르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작년 워싱턴 정계에서 섹스 스캔들이 불거지자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지도자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그 밑의 사람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곰비임비 조직의 법이 자신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려버린다. 같은 순간,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비꼬고 냉소적이 되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2009년 8월호, <Christianitytoday>)

▲  행사 중간에 열린 참석자들과 가진 간담회 시간이어서 다양한 질문을 하긴어려웠다. 
다음은 <미주뉴스앤조이>의 질문에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답변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3년간 상담했다. 3주에 한 번 만났고 3시간씩 보냈다. 백악관 사무실에서 만나기도 하고 백악관 내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기도 했다.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직후부터 만났다. 상담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3년간 진행됐다.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사랑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대통령을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목회자이기에 영혼까지 들여다보며 일해야 했다. 내가 밖에서 말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매번 대화는 같은 패턴으로 진행됐다. 처음 15분 동안 해당 시기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빌 클린턴은 지난 100년간 가장 뛰어난 정치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자라났다. 양아버지가 3명 있었는데 그들 중 최소한 둘은 폭력적이었으며 알콜중독자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중재자의 역할을 했어야 했다. 집에 들어오면 집 안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걱정해야 했던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어떻게 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해왔었는데, 그게 바로 정치이지 않나?

그가 대통령이 돼서 한 일은 결국 어렸을 때의 경험을 다시 반복해서 하는 것이었다. 매번 15분 동안 들었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나는 당신의 영혼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보통 두 세 시간 동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 성경을 잘 알고 있었고 말할 때마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메모하고 다음번에 만나면 지난번에 나눴던 대화 내용을 인용했다. 성공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비밀스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방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그를 싫어했다는 점이었다, 민주당이었고 낙태를 찬성했고 동성애자 지지하니 복음주의자가 싫어했다. 그를 도우려는 주변 사람들조차 적대시했다.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나와 토니 캠폴로가 하는 일에 대한 비난 메일을 보냈다. 목사는 선서를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회개하고자 하는 영혼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 만약 다시 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일을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친구들을 잃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친구들을 얻었다. 참 좋은 추억이었다.

사역을 하다 보면 교인들 중에 정말 끔찍하게 실패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도 실패 했다. 나도 모든 것을 잃은 경험이 뭔지 알고 있다. 그런 순간에는 당신을 믿어왔던 사람들이 당신을 떠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실패의 순간에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절망과 회개의 순간에 하나님께서는 정말 아름다운 말씀들을 주신다. 내 경험은 그러한 캄캄한 절망의 순간에 처한 사람들이 뭔가 심오한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수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다.

25년 전 내가 그 일을 겪고 나는 다시는 설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 아내와 함께 교회에 예배드리러 갈 때 나는 설교자도 아니고 지도자도 아니었다. 난 한 교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을 들었다. 그러한 시절 영적으로 부서진 상태에서 예배를 드리러 갔었다. 아무도 못 알아 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예배를 드리러 가면서 항상 아주 조그마한 소망이라고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곤 했었다.

의자에 앉아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들어봤지만 대부분은 전부 겉치레 인사였을 뿐이다. 예배가 시작되고 리더가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됐다. 기도에 대해서 정말 생각해봤는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을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설교를 했었다. 설교가 나의 무너진 마음을 다스려 주지 못했다. 결국 실망을 가득 안고 교회를 나서곤 했다. 얼마나 많은 주일을 아내와 함께 주차장에서 차라리 오지 말 걸이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집에서 좋은 음악이나 들을 걸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 것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 교회, 그 아침 나는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아내에게 '내가 목사가 다시 된다면 내가 만약 다시 한 번이라도 말씀을 전하고 설교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맨 먼저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아내에게 '예배당 의자의 한 줄에 한 명씩은 정말 부서진 마음을 부여잡고 교회를 찾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말씀을 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다시 나에게 설교할 기회를 주셨다.

그래서 난 그때 하나님과 했던 약속을 지난 25년간 지키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 말씀을 전할 때도 항상 사람들이 희망의 말씀을 듣기를 원한다. 교인들이 비난과 정죄와 이야기만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교인들이 항상 화가 나 있는 목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목회자는 교만으로 가득 차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할 뿐이다. 교인들에게는 자신이 무너지는 것이 어떤 심정인줄 아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교인들에게는 희망이 어디 있는지 찾아 줄 수 있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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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10-12-21 02:59:57
이 목사님의 일화는 유명하죠
하지만 본받아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간음이란 죄악의 특성이 사람의 본능과 관련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어느쪽이 올바른 지는 서로간의 기도와 상의해나가면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 2010-09-24 13:01:20
내면의 질서와 영적 성장...그래서 이 책이 좋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