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이라크전쟁이 남긴 것’
‘7년간의 이라크전쟁이 남긴 것’
  • 조희정·김명곤
  • 승인 2010.10.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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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인 60% ‘필요 없는 전쟁’ 민주 정권 수립 성과'도 소수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24일을 기점으로 이라크 전을 종식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 정부는 8월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5만여 명의 비전투요원으로 줄일 계획이며, 이들 대부분은 이라크 경찰력과 병력 훈련 임무를 수행하고 현지 치안 유지권 이양에 대비하게 된다.

최근 <USA투데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전쟁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60%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비슷한 비율의 조사 대상자들은 “전쟁 덕분에 미국이 테러로부터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거나 “전쟁 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상황이 더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도 위와 비슷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한편 이라크가 전쟁 후 더 나은 국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52%가량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0%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7년간 미군 4,400명 사망, 7,480억 달러 소요

7년간의 이라크 전을 치루는 동안 4,400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7,480억 달러의 전쟁비용이 소모되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가장 값비싼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군 사망자를 뺀 이라크인 사망자 수는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200만 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1년 미군 병력 전면 철수를 앞두고, 전문가들 또한 “이번 전쟁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자들과 전직 정부 관료들, 군사 전문가들, 일부 정치인들은 “비록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고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었지만 앞으로 수 년 혹은 수십 년은 지나야 전쟁에 대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며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테러 위협 명분으로 감행한 무리한 선제공격

잠시 이번 전쟁의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과 그의 내각은 사담 후세인이 미국인에게 너무나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게 된다.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대량살상무기 제조 시설에 대한 UN의 사찰을 거부하자 부시는 “사담이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대량살상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나섰다.

이어 2002년 10월, 미 양원은 이라크를 힘으로 응징하자는 안을 수렴하고, 같은 해 11월 UN안보리는 사담 후세인에게 보내는 ‘무장 해제 최후통첩’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로부터 3개월 후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과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라크 정부가 무기를 은닉하고 있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신년 연설에서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으나, 공격을 미리 예고하고 달려드는 적은 없다”며 선제공격에 의한 전쟁 개시를 암시했고 2003년 3월 34개 동맹국의 힘을 등에 업은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후 전쟁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예상치 못한 사태들이 발생했으며 전쟁의 가장 큰 명분 중 하나였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데도 실패했고, ‘911의 배후’ 혐의를 입증하는데도 실패했다.

전쟁의 여파로 이라크 내에 수많은 반군 조직이 생겨났고, 이들은 제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라크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국제사회는 7년간의 이라크전을 ‘이라크엔 혼란, 미국엔 상처만 안겨준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긍정론자들, “사담 후세인 실각, 민주 정권 수립 성과”

미국의 자체 평가이기는 하지만, 전쟁의 성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다. 수백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2005년 실시된 자유선거에 참여하였으며, 사담 후세인 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 정권’이 들어섰다. 폭력 사태 또한 줄어드는 추세이다.

전쟁연구기관(ISW)소속 제임스 듀비크는 “이번 전쟁으로 이라크인들은 사담 통치하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쟁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 전의 결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며 “이후에도 정치적, 경제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20년은 걸려야 이라크의 정치 사회적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직면한 과제로 치안 확보와 자유 사법권 확립, 경제 발전 등을 꼽았다.

부시 시절 미 대사를 역임했던 존 볼턴은 “이번 전쟁은 두고 볼 것도 없이 정당하고 가치 있었다”며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지 않았더라면, 사담이 지금쯤 핵무기를 보유하고 미국민에게 더 큰 위협이 되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턴은 “이라크 침공 이후 크고 작은 실수들도 많았으며 가장 큰 실수는 침공 직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라크인들에게 정권 이양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덕분에 정치적 안정이 늦어져 오늘날 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끝났으나, 경제는…

막상 이라크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 사정 등으로 인해 전쟁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 지도자 아부 리샤는 “우리가 지금 느끼는 것은 승리의 단맛이 아니다”며 “물론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는 이겼으나, 7년이 지난 지금도 전력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 이라크 인들은 서슴지 않고 자신들의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이라크인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자유선거를 통해 정부가 들어섰으며, 석유산업도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고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조희정·김명곤 기자 / <코리아위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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