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 60년 전 성범죄까지 샅샅이
미국장로교, 60년 전 성범죄까지 샅샅이
  • 김성회
  • 승인 2010.10.29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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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공소시효 지난 범죄까지 특별위원회 구성해 진상 파헤쳐

미국장로교(PCUSA) 산하 Independent Abuse Review Panel(학대조사특별위원회, 이하 IARP)는 지난 10월 8일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지난 1950~1990년대 미국장로교가 관리하는 선교지에서 생겼던 성적·육체적 학대 사례에 대한 것이다. 증거가 명백히 드러난 건들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실명을 모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이들의 명단은 총 6명이며 모든 조사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면접으로 조사해 이루어졌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린 건에 대해서도 IARP는 주고받은 편지, 주변의 증언, 정황, 명단 확인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아직 살아있는 생존자들의 경우는 해당 대회와 노회에 이와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미국장로교는 60년 전의 일까지 추적해 성적·육체적 학대를 중단시키려 노력했다.

▲ 미국장로교 총회 산하의 직속 기구로 활동하고 있는 IARP.
이 발표 현장에는 린다 밸런타인(미국장로교 선교위원회 사무총장), 헌터 파렐(미국장로교 세계선교 디렉터)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보고서 발표 이후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거듭 사죄한다고 하며 이와 같은 피해 사례를 용기 있게 폭로해 준 점에 대해 감사했다.

미국장로교는 해외 선교의 과정에서 선교사나 그의 가족들로부터 성적, 육체적으로 학대당한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40년 만에 알려와 조사위를 구성하게 됐다. 처음 신고한 이들은 콩고 출신이었다. 피해자들은 선교사들로부터 당한 학대에 의해 우울증, 자기비하,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선교지 곳곳에서 자행된 성적·육체적 학대

이에 미국장로교는 2002년 Independent Committee of Inquiry를 구성하여 조사에 착수했다. 2004년까지 2년간 조사를 마친 ICI는 각각의 피해자를 찾아가 미국장로교를 대표하여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문제가 콩고에만 있지 않음을 알게 된 ICI는 Independent Abuse Review Panel(IARP)를 조직하여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IARP는 미국장로교 선교지에서 벌어졌던 육체적·성적 학대에 대한 보고서를 미국장로교에 제출했다. IARP는 "신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지고 약속된 삶에 대한 충만함과 가득함을 향해 우리 모두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IARP는 90분짜리 동영상도 제작하여 배포했다. 이 동영상은 미국장로교 선교지에서 성적·육체적 학대를 당했던 생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고통과 정의와 회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미국장로교 선교사나 그의 가족들 중 성적·육체적으로 지역 주민을 학대한 가해자들의 실명과 구체적 피혜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1950~90년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IARP가 찾아낸 것은 총 30건이다.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실명 공개

범죄 사례 중 더글러스 스터블필드 목사가 지난 60~70년대 태국 현지 선교지 기숙사의 사감으로 일하면서 이와 같은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터블필드 목사는 현재 해당 노회에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ARP의 조사원들은 가해자 중 일부는 지속적으로 현지 아동들 중 목표를 정하고 성적으로 학대해왔다고 했다. 이 가해자들은 이후 다시 미국으로 들어와 뉴욕, 웨스트버지니아, 캘리포니아, 워싱턴 주 등에서 청년, 대학, 아동 사역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가 피해자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해자에 선교사 자녀들까지

성범죄 사례 중에는 선교사 자녀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1980년대 선교사로 파송 나가는 부모를 따라 콩고로 간 샴바 왈릭은 장로교와 감리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숙학교에서 최소한 두 명의 남자 후배들을 상대로 성추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은 이 사실을 즉각 사감에게 보고했으나 사감은 왈릭을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식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해 왈릭이 이후 같은 학생을 다시 성추행할 계기를 만들어줬다.

▲ IARP는 지난 7년간의 자료를 정리해 568쪽에 달하는 자료집을 발간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http://www.pcusa.org/resource/final-report-independent-abuse-review-panel-presby/ 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왈릭은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최소한 8군데에서 미국장로교 소속 행사 및 보이 스카우트 행사 등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가 피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해당 노회에서 왈릭의 처벌 건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왈릭의 어머니이자 미국장로교 소속의 선교사인 낸시 왈릭 씨는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으나 보고서의 내용은 잘못된 점이 있고 추후에 성명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말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파키스탄 기숙학교에 여사감으로 있던 베니 헤이스 씨(루터교 선교사)는 멍이 들지 않게 아이들을 때리는 방식으로 1962년부터 65년까지 4년간 상습적으로 아동들을 폭행하고 심지어는 계단에서 아이를 집어 던진 사례도 있다고 했다. 헤이스 씨는 6년 간 선교사로 일했고 이미 세상을 떠났다.

태국의 치앙마이 기숙학교의 사감으로 복무했던 찰스 메싱어 목사는 최소한 5명의 여학생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등지에서 목회를 했으며 1986년 사망했다.

보고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아래는 다른 지역의 피해 사례들이다.

카메룬

카메룬의 조사는 Hope School과 Ononobeta 기숙사에 집중됐다. 특별위원회는 1955년부터 1965년까지 사감들에 의해 자행된 여러 학대 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선교 파송은 됐으나 미국장로교로부터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선교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선교지에 헌신했던 선교사들이 스트레스와 부족한 돈으로 인해 아이들을 학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침대에 오줌을 싸는 학생의 경우는 구타를 당했다. 다른 학생의 경우 아침으로 주어진 오트밀을 다 비우지 못하자 사감이 다 먹을 것을 강요하고 학생이 구토를 할 때까지 계속 오트밀을 더 먹였다고 한다. 마침내 더 먹을 수 없어 학생이 구토를 하자, 사감은 그릇 안에 담긴 구토물을 학생에게 강제로 다 먹였다고 한다.

이렇게 사감에게 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됐다.

자녀들을 데려간 선교사들도 "하나님이 돌보아 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에 기숙사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남녀 상급생들이 하급생들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증거는 없으나 성인들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상급생들이 하급생을 같은 방식으로 성적 학대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는 매주 수차례 피해자들을 학대했던 경우도 있었고, 여러 명의 가해자로부터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도 있었다.

"존경 받고 사랑 받는" 교사였던 리처드 피에트 씨는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방식으로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 피에트 씨는 이후 귀국해 신학교를 졸업하고 안수 목사가 되었다. 뉴욕, 웨스트버지니아 등지에서 목회하다 사망한 그의 경우를 보면,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껴안거나 키스하는 방식으로 성추행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특별위원회는 보고 있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다 지역의 Good Shepherd School이 조사 대상이었다. 이 학교는 5~6개의 교단이 함께 지원하던 곳이었다.

이 학교의 교사였던 존 마로우 씨는 최소한 2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존 마로우 씨는 미국장로교 소속 교인은 아니었다. 마로우 씨는 매주 수차례씩 학생들의 옷을 벗기고 가슴과 성기를 만지고 애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로우 씨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일부러 골라 특별한 정성을 들이며 접근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하는 짓들을 결혼을 준비하는 행동으로 정당화 했다. 그는 상대방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우리를 호도했다"고 했다.

콩고

1951년부터 1962년까지는 콩고의 예수제자회 선교회에서, 1982년과 1983년에는 미국장로교 선교회 소속으로 의료 활동을 했던 킨 왓슨 박사의 경우는 아이들을 간질이거나 키스하는 등 성적으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왓슨 박사는 켄터키 주에서 5세와 10세 여아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하다 적발돼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고 투옥 된 것으로 확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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