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람에게 유사전능성을 부여한다
돈은 사람에게 유사전능성을 부여한다
  • 최태선
  • 승인 2019.02.21 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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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티브이에서 이명희가 소리 지르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명희가 귀신이 들렸다고 말했다. 귀신이 들리지 않고서야 사람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귀신이 들린 것일까.

이명희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어 많은 충격을 주었다(사진: 비디오머그 영상 갈무리)
이명희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어 많은 충격을 주었다(사진: 비디오머그 영상 갈무리)

사실 그녀는 교통부 차관의 딸이며 명문대학을 나왔다. 그러니까 그녀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교양이 있으며 사려 깊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도 잘 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니까 자녀들의 혼인에서 그 점을 누구나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명희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는데 왜 도저히 인간의 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발악에 가까운 그런 짓을 일상으로 삼는 막되 먹은 만무방이 되었는가. 귀신이 들리지 않았다면 인간으로서 그럴 수는 없는 막장인생이 되었는가.

발터 벤야민이 생각난다. 그는 돈이 사람에게 유사전능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마침내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가 귀신이 들렸다는 이해보다는 돈 때문에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지르는 소리의 내용을 들어보면 ‘무릎 꿇어’라는 말과 ‘죽어라’는 말과 ‘죽여 버릴 거야’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무릎을 꿇라는 말과 죽이겠다는 말에서 우리는 신격화된 그녀의 자아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은 이명희에게 국한된 개인적인 문제인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누구든 이명희처럼 돈이 많아지면 그녀와 같이 된다. 그녀의 딸들이 그녀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인 것이다. 그 가문의 많은 돈이 그들 모두를 신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신이 제대로 된 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그 모습을 귀신들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그들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열린 신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그 길은 돈뿐만이 아니라 돈과 같이 유사 전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스스로 신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 인간에게는 두 갈레 길이 있다. 하나는 스스로 신이 되는 길이며, 따른 하나는 신앙을 가지는 길이다. 영원을 사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은 이 두 가지 길 가운데 하나를 걸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가인은 에덴의 동쪽으로 걸어 나가 성을 쌓고 에녹이라 이름 지었다. 태어난 아들의 이름 역시 에녹이라 지었다. 에녹이란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라는 의미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스스로 하나님을 등지고 떠난 자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에녹으로 인식하려 한다. 그는 과연 자신을 어떤 자로 정의하며 살았을까. 성서가 그 답을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지만 자신이 쌓은 성과 아들의 이름까지 에녹으로 짓는 자신이야말로 에녹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타락한 인류의 자기인식이다.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보라. 모두가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이며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또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을 보라. 과연 그들이 하는 일과 그런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이 하나님과 연관이 있는가. 없다. 그들은 스스로 신이 되는 길을 택했으면서도 그런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신앙의 길을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신앙은 바로 그런 자신에게서 가인의 모습을 발견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신이 힘과 영향력을 구하고 있는가, 스펙을 쌓으려고 하는가, 경쟁에서 이기려 하는가, 가장 확실한 것은 돈과 권력을 명성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그 길에서 성공하면 그 사람은 신이 된다. 물론 이명희와 같이 귀신들렸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신이며 그 사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어느 때든 희생될 존재들이 된다. 그것이 인간이 신이 되는 길이며 가인이 착각에 빠졌던 길이다.

신앙의 길 역시 간단하다. 그 길은 힘과 영향력을 포기하는 길이다. 돈과 권력을 버리는 길이다. 그리고 기꺼이 다른 사람들의 종이 되는 길이며 경쟁하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헤아려 섬기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이명희가 가는 길은 자신을 신앙인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걷는 신이 되는 길이다. 그 길에서 사람들은 이명희처럼 되거나 아니면 가인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착각하는 자로 살게 된다. 그러한 자기모순을 발견한 자만이 스스로 힘과 영향력을 포기하고 신앙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이 전해진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진리이다. 그렇게 말씀하신 그분은 모든 것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십자가에 달려 가장 가난한 자가 되셨다. 그래서 그분은 오늘도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말씀하신다. 그 길이 신앙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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