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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스 목사님과 꼴뚜기 왕자님
빤스 목사님과 꼴뚜기 왕자님
  • 김종희
  • 승인 2019.02.22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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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말이 있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도 있다. 내 말을 하나님 말씀처럼 받드는 신도들이랑 내가 화끈하게 밀어서 장로 대통령 하나 세웠는데, 그깟 국회의원 100명 정도야 못 만들겠나 싶었나보다.

목사들이 정당을 만들어서 이번 총선 때 국회의원 100명을 당선시키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떤 성령이 누구에게 어떤 예언을 해주셨나 싶어서 <뉴스파워>와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아하, 빤스 목사 얘기구나.’

‘청교도영성훈련원’이라는 집단이 한국에 있다. ‘청교도’니 ‘영성’이니 ‘훈련’이니 하는 듣기 좋은 단어는 다 가져다가 붙였다. 규모도 제법 크다. 자기들 말로는 수백만 명이 영향권 안에 있다. 근데 이 집단의 원장이고 목사라고 하는 전광훈 씨는 엽기적인 설교나 강연을 자주 하는 바람에 안티 기독교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개신교 목사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 때마다 엽기적인 발언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아왔던 전광훈 목사가 이번에는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100명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 때마다 엽기적인 발언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아왔던 전광훈 목사가 이번에는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100명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안티 기독교인들이 전 씨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전광훈 어록 중에 히트작만 간단히 소개한다.

2005년 1월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 씨가 2,000명이나 되는 목사 부부들을 모아놓고 한 얘기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인 나를 위해 죽으려는 자가 70% 이상이다. 내가 손가락 한 개 펴고 다섯 개라 하면 다 다섯 개라 한다. 자기 견해 없이 목사를 위해 열려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주'가 되어야 한다.”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명절 때면 잊지 않고 케이블을 타고 안방에 찾아오는 영화 ‘넘버3’. 여기서 어설픈 조폭 두목 송강호가 쫄따구들한테 하는 명대사.

“니들 한국 복싱이 왜 잘 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 줄 아나?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야. 헝그리 정신. 옛날엔 말이야, 다 라면만 먹구두, 진짜 라면만 먹구두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홍수환. 어 엄마 챔피언 먹었다. 다 라면. 복싱뿐만이 아냐. 어, 거 뭐야. 현정화.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구, 어, 라면만 먹구두 육상에서 금메달 두 개씩이나 따버렸어.

임춘앱니다, 형님.
 

사이비 교주의 억지나 조폭 두목의 공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노리끼리한 색이라도 내가 빨간색 하면 그때부터는 빨간색이야, 이 씹새끼야.
사이비 교주의 억지나 조폭 두목의 공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노리끼리한 색이라도 내가 빨간색 하면 그때부터는 빨간색이야, 이 씹새끼야."

 

(퍽 퍽 퍽, 말대꾸하는 놈한테 몽둥이질이 유일한 약이다.)

내 말, 내 내 내 내 내 말 잘 들어. 내 내가 하늘 색깔, 하늘 색깔이 빨간색 그러면 그때부터 무조건 빨간색이야. 어? 요 요건 노리끼리한 색이지만 내가 이걸 빨간색 이러면 이것도 빨간색이야 어? 이 씹새끼야! 내가 현정화 그러면 무조건 현정화야! 내 말 토 토 토 토 토 토 토 토 토 토 토 다는 새끼는 전부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배반형!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앞으로 즉사시켜버리겠어, 즉사! 아무튼 어… 그 어 이 씹새끼야. 너 땜에 까먹었잖아, 씹새끼야.”

전광훈 씨가 영화배우 송강호에게서 영감을 얻은 장면이리라. 사이비 집단 교주나 3류 조폭 두목이나, 그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백미는 그 다음이다.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2006년 4월 천안 집회에서 한 말이다.

"우리 여자들, 교회 올 때에 너무 짧은 치마 입으면 돼? 안돼? (사람들: 안돼요.) 빤스 다 보이는 치마 입으면 돼? 안돼? 내가 그렇게 입고 오면 들춘다. 인터넷 들어가 봐. 전광훈 목사는 빤스 입은 여자 들춘다고 나와 있어. 우리 교회도 보면, 당회장실에 나하고 상담하러 오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 입으면 빤스가 다 보여요. 다 보여. 그럼 가려야 할 것 아니야. 그런 거 없어. 아멘 하는 년 하나도 없네. 아멘 해봐. (사람들: 아멘.) 한여름철 큰 교회에 가 봐. 큰 교회는 강대상이 높아. 강대상에서 앞에 앉아 있는 년들 보면 젖꼭지 까만 것까지 다 보여. 그럼 돼? 안돼? 대답해봐. (사람들: 안돼요.)"

하나님이 전광훈 씨한테 300만 명 청교도 신도들 앞에서 빤스 벗고 설교하면 진짜 목사고 빤스 안 벗으면 똥개라고 명령하지 않으신 것이 아쉽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이명박 동영상보다 인기 높았던 허경영 동영상을 한순간에 제치고도 남을 만한 명품 동영상이 탄생했을 텐데.

지난 4월에는 마산에서 열린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청중들에게 “이번 대선에서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안 찍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이명박 씨가 청와대에 예배당을 세우기로 자기랑 약속했다고도 이 자리에서 말했다.

우리 작은딸이 유난스레 좋아하는 ‘Island Princess’라는 스티커 책이 있다. 얘는 거기서 왕자 스티커를 떼어서 공주 옆에 붙였다가, 원숭이 스티커를 떼어다가 코끼리 옆에 붙이기도 한다. 전 씨도 아마 ‘생명책’이라는 스티커 책을 갖고 있나보다. 아무나 붙였다 떼었다 하겠다니 말이다.

전광훈 어록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가자. 다시 원래 하려던 얘기로 돌아가야겠다.

전광훈 씨가 요즘 웬만한 개그맨보다 더 잘 나가는 목사 장경동 씨와 몇몇 부흥사들(부흥사들은 대개 ‘부흥시켜서’ 먹고살기보다는 ‘부흥 가지고’ 먹고사는 편이다)과 함께 (가칭) ‘사랑실천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서 내년 총선에서 100석을 차지하겠다고 12월 27일 창당 예비 모임을 열었다. 여기도 ‘사랑’이니 ‘실천’이니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였다. 이들은 1월에 800명 정도 규모로 창당대회를 열고, 3월 중순까지 각 지구당을 결성하고, 4월 총선 때 100석 이상 당선을 목표로 뛰겠단다.

전 씨는 자신만만하다. 자신의 300만 청교도 신도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처럼 국회의원도 100명 정도는 충분히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과대망상은 내력이 있다.

전광훈 씨는 2005년 7월까지 300만 청교도 생명 공동체를 이룬 다음 8월에는 300만 명이 모이는 생명공동체 집회를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개최한다고 수차례 언론에 밝혔다. ‘하겠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들었는데, ‘했다’는 얘기는 2년이 넘도록 듣지를 못했다.

그 대신 청교도영성훈련원은 청교도 카드, 청교도 보험, 청교도 초고속 인터넷, 청교도 핸드폰, 이렇게 네 개의 사업은 열심히 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에서 미국으로 갔다는 청교도가 한국에 와서 앵벌이를 하는 형국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12편인가에 나오는 ‘꼴뚜기별의 왕자님’을 본 적이 있는가.

꼴뚜기별의 꼴뚜기 왕자와 부하는 보물을 찾아서 우주를 여행하다가 그만 지구별로 불시착한다. 둘리네 집 앞마당에 보물이 있다고 확신한 꼴뚜기 왕자와 신하는 하수구를 통해 집안에 잠입하려다가 길동에게 걸린다. 썩은 오징어 취급을 받으며 길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왕자 일행. 이들은 화장실 변기를 욕조라고 생각하고 목욕하다가 변기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땅 밑을 탐색하려고 밑을 팠더니 집이 무너져 버린다. 자전거 바퀴 공기 압축기를 땅에 묻어서 집을 폭파하려고 한다. 성냥과 담배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서 집을 폭파하려고 한다. 매번 왕자는 심각한 표정을, 신하는 음흉한 표정을 짓고서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는 꼴뚜기 일행이다. 우여곡절 끝에 보물 찾기를 포기한 꼴뚜기들은 자기 분수에 맞게 살자면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꼴뚜기 왕자와 신하는 자전거 바퀴 압축기로 펌프질을 해서 집을 폭파하겠다고 저러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보던 꼴뚜기 왕자 이야기를 이제 정치와 교회 현실에서 보게 될 판이다.
꼴뚜기 왕자와 신하는 자전거 바퀴 압축기로 펌프질을 해서 집을 폭파하겠다고 저러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보던 꼴뚜기 왕자 이야기를 이제 정치와 교회 현실에서 보게 될 판이다.

 

태안반도를 뒤덮은 검은 기름 덩어리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마저 시꺼멓게 만들고 있는데, 잠시 시름을 잊고 연말연시에 한 번 크게 웃어보자고 국민들에게 선물하려는 마음이 가상하다. 어찌 보면 철딱서니 없어 보이면서도 또 어째 귀엽다는 느낌도 든다. 꼴뚜기별의 꼴뚜기 왕자님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새록새록.

하지만 가뜩이나 혐오 단어가 되어버린 목사와 교회라는 말이 2008년도에는 혐오를 넘어서 아예 저주와 증오의 대상이 될 것을 생각하면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게다가 제2, 제3의 꼴뚜기 왕자님들이 예수의 이름을 앞세워서 당을 만들겠다고 준비들을 하고 있으니….

그러나 아무리 거짓의 화신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세운 국민들이라 해도 이런 목사들이 나서서 만드는 당에 표를 줄 만큼 치료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질환에 시달리지는 않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내기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100석 이상 얻으면 내가 빤스 벗은 채로 인감증명 끊어 와서 꼴뚜기 왕자님한테 갖다 바치기로. 그 대신 100석 이상 못 얻으면 빤스는 벗지 말고(흉측하니까) 목사 가면만 벗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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