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반지를 녹여 여성성기(性器) 트로피를 만들다
순결반지를 녹여 여성성기(性器) 트로피를 만들다
  • 양재영
  • 승인 2019.02.22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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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란교회 볼즈-웨버 목사 실버 버자이너 트로피 프로젝트 시행
170여 순결반지 녹여 트로피 만들어
혼전순결에 대한 재인식 높여

수많은 여성들의 순결반지가 모여 여성의 성기(性器) 형상의 트로피가 만들어졌다. 이 트로피는 최근 열린 2019년 메이커스 컨퍼런스에서 활동가 글로리아 스타인엠에게 수여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콜로라도 덴버의 루터란교회 목사이자 ‘모든 죄인들과 성자들의 집’(House for All Sinners and Saints)의 창립자인 나디아 볼즈-웨버(Nadia Bolz-Weber)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볼즈-웨버 목사는 가부장적 신학의 상징인 ‘순결반지’(purity ring)를 모아 ‘실버 버자이너(여성 성기) 트로피’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실버 버자이너 트로피
실버 버자이너 트로피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이 프로젝트는 여성의 신체를 되찾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이것을 통제하고 숨겨왔다. 자신의 고결함을 드러내기 위한 캔버스로 삼았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의 것이다. 그것이 좋은지, 아름다운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170여개의 반지들은 아티스트 낸시 앤더슨에 의해 은색 여성성기 트로피로 변모했다.

볼즈-웨버 목사는 인터뷰에서 반지와 함께 동봉된 여성들의 사연들도 소개했다.

그녀는 “한 여성은 그녀가 성폭행을 당한 후 부끄러움에 첫번째 순결반지를 버리고 두번째 순결반지를 구입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여성은 혼전순결을 하나님의 뜻으로 여겨 결혼때까지 약속을 지켰으나, 그녀의 결혼은 ‘끔찍하게’ 파탄이 났고, 결국 우리에게 결혼반지를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순결반지’는 1990년초에 미국 복음주의 교계에서 등장한 문화현상이다. 이 반지는 결혼전까지 순결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언젠가 이 반지가 결혼반지로 대체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남편에게 내 몸의 모든 것을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당시 수십만명의 청소년들에게 열풍처럼 번져갔다.

일부 교계에서는 AIDS 및 성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미주지역 미국최대 교단인 남침례교회는 이 운동을 지지했으며, 1997년 캐나다 리젠트 칼리지의 대학원생이었던 조슈아 해리스는 <나는 데이트와 작별을 고했다>(I Kissed Dating Goodbye)를 통해 남녀간의 데이트마저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한인교회들 역시 이 운동에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매년 혼전순결식을 거행하고 있다.

미주한인교회에서 청소년 순결서약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 M 자료사진)
미주한인교회에서 청소년 순결서약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 M 자료사진)

하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순결반지는 혼전 섹스를 한 소녀들을 ‘중고차, 휴지, 껌’ 등으로 불리게 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죄의식과 수치심만을 부추긴다.  또한, 이성애 결혼만을 절대시 함으로 동성애 성향의 십대들에게 위험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결:젊은 여성에게 수치심을 안겼던 복음주의 운동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졌는가>를 저술한 린다 케이 클라인은 순결을 강요받은 여성들은 결혼 후 ‘심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클라인은 “결혼 전 섹스는 죄라고 교육받은 젊은 남여 중에서 여성이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남성은 그들의 마음이 문제이지만, 여성은 몸이 죄를 낳는다고 교육을 받는다. 그들이 성적욕망을 느낄 때마다 갖게되는 부끄러움과 일탈은 평생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스스로도 그런 경험을 했다. 교회가 원하는 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000년대 초반에 복음주의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볼즈-웨버 목사는 미가 4장을 언급하며 “이번 프로젝트는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는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게 해를 입혔던 물건을 회복과 유머를 품은 것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치유’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반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실리콘으로 만든 ‘불순’(Impurity) 반지와 ‘불순 증명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볼즈-웨버 목사가 반지를 기부한 사람들에게 보낸 '불순증명서'
볼즈-웨버 목사가 반지를 기부한 사람들에게 보낸 '불순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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