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을 만났다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을 만났다
  • 다니엘
  • 승인 2019.02.23 02: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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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을 찍다. –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살아가기(2)

캐스팅 회사에 등록만 하면 엑스트라 배우일이 쏟아질 줄 알았더니 몇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2주 정도 있다가 텍스트 메시지로 첫 작품이 들어 왔다. 아마존에서 제작하는 미국 법정 드라마인 골리앗(Goliath), 주인공 빌리 맥브라이드가 한 때는 거대 로펌을 운영했던 명변호사였지만 음모에 의해 로펌

을 뺏기고 알콜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퇴물 변호사가 되어 버렸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짐작할 수 있듯이 그가 거대 로펌과 싸우면서 옛 실력을 되살린다는 그저 그런 드라마다. 하지만 주인공을 맡은 빌리 밥 손튼(Billy Bob Thornton)은 안젤리나 졸리의 전남편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이 드라마로 2017년 74회 골든 글로브에서 TV 드라마부문 남우 주연상을 탔으니 꽤 인기 있는 드라마다. 아마존 별점도 무려4.5다.

알려준 시간에 약속 장소로 가니 해가림용 텐트가 쳐져 있고 그 안에 동원된 BGA(Background Actor)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영화용 거대 트레일러가 여러 대 동원되었는데 이동식 화장실, 출연 배우들의 개인 휴게실,탈의실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트레일러들이다. 그런데 바로 옆 텐트에 후질그레 앉아 있는 남자가 빌리 밥 손튼이 아닌가? 규정에 따르면 BGA는 출연배우에게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된다. 그냥 유명한 배우를 지근거리에서 봤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크루(Crew)들이 나와 바우쳐(Voucher)를 나눠주는데 인적 사항을 적은 뒤 자신이 보관해야 한다. 나중에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갈 때 마지막 시간을 적어 제출하면 며칠 뒤에 수표가 날아온다. 바우처를 받고 또 한 참을 기다린다. 이 직업을 추천한 사람이 혼자서 공부하기 딱 좋은 직업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모이는 시간이 오후 4시 였기 때문에 일찍 어두워지자 조명이 환하게 들어와 책읽는 데는 지장이 없다. 책 읽기가 지루해 질 때쯤 저녁이 나오는데 요리사가 직접 나와 바베큐를 구워주는 제대로 된 식사다.

식사 후 미니버스가 와 모두 LA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이동시킨다. 맡은 역할은 천문대 앞 잔디밭에 놀러 나온 관광객, 히스패닉 청년과 파트너가 되어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 시간 주인공은 저 멀리서 멋진 스포츠카에서 내리면서 뭐라 대사를 한다.  주연배우와 나와의 거리는 적어도 200피트는 되니 내가 그 장면에 나올리가 없다. ‘출연은 하되 가능하면 카메라에 나오지는 말자’라는 나의 배우 철학(?)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파트너 청년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는 시늉을 하며 나름 연기를 한다. 이 업계에 나온지 5년이 되었는데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입이 닳도록 수다를 떤다. 크루가 와서 천문대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연기도 시킨다. 역시 카메라에 나올 일이 없거나 멀어서 보이지 않는 장면이다.

드라마 '골리앗'의 한 장면
드라마 '골리앗'의 한 장면

1분 정도 찍다가 컷을 하면 길게는 몇십분을 기다려야 한다.  쉬는 시간에 파트너인 BGA선배를 통해 모르던 정보를 얻었다. 일단 캐스팅 회사에 의존만 해서는 안되고 대행 회사에 등록을 해야 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캐스팅 회사는 많은 엑스트라를 일일이 캐스팅할 수 없기 때문에 대행 회사에 대부분 일임을 한다. 대행 회사에 등록을 하게 되면 한 달에 $100 정도의 회비를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calling service라고 부르는데  내가 보기에는 노래방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보도방’이 하는 일에 다름없다. 그가 가장 큰 보도방을 소개해 줬다.

그리고 영화 배우 노조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배우조합( Screen Actors Guild, SAG)은 미국의 영화 · 텔레비전 배우 가맹 노동 조합이다. 조합원 수는 약 12만명이라고 한다. 1995년부터 전미 영화 배우 조합상 (Screen Actors Guild Awards)을 통해 배우들에게 시상까지 하는 거대 조직이다.  2012년에 미국 텔레비전 라디오 연예인 조합과 합병하여 SAG-AFTRA가 되었다. 여기에 가입하려면 $3,000정도의 가입비를 내야 하는데 가입비만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크루들이 눈여겨 봤다가 노조 가입용 바우처를 주는데 이게 3장이 모여야 비로소 가입이 된다. 바우처에 인색해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권한이 절대적으로 크루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복불복에 더 가깝다.

노조에 가입하면 일단 권익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출연료가 2배로 오른다. 노조 가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다양하다. 전문 영화 배우가 되려는 사람들, 특히 백인이나 흑인, 히스패닉 등 미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종들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으나 엑스트라 출연 비중이 적은 아시안들에게는 출연기회가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선택이다.  할리우드가 아무리 진보적이라고 해도 굳이 아시안 엑스트라에게 두배의 돈을 주면서 엑스트라도 선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불복으로 얻은 바우처가 아까워 노조 가입을 했다가 부르는 빈도가 줄어들어 울상을 짓는 아시안들도 많이 봤다.

첫 데뷔(?)를 한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길어야 2분정도의 씬이었을 것이다. 2분을 위해  7시간 동안 수많은 크루들, 차량들, 엑스트라들, 식사, 간식 부스, 텐트, 의자가 동원되었으니 제작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베이스캠프라고 부르는 대기 공간과 그리피스 천문대 측에도 많은 사용료를 지불했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밤 11시쯤 일이 끝났다. 첫 경험이라 용어도 낯서니 크루들의 빠른 말을 더더욱 못알아 듣겠다.옆사람 것을 슬쩍 슬쩍 보면서 퇴근용 바우처를 작성했다.  7시간 했지만 기본 8시간은 보장해준다. 며칠 뒤 수표가 날아 오는데 meal penalty라는 낯선 항목이 있다. 그제서야 현장에서 어설프게 알아 들었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밥을 6시간 동안 안주면 규정상 한 시간의 일당을 주어야 한다. 한 마디로 밥시간을 뺏었기 때문에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시작할 때 밥을 주었는데 그것 뭐였지? 아무튼 시간상 6시간이 지났나 보다. 그 날은 내 차가 촬영에 이용되지도 않았지만 일단 그들이 차를 쓰겠다고 미리 알려 주었기 때문에 차 비용도 추가 되었다. 밀페널티 $12에 Auto $15, 8시간 일당에 $27이 추가되었다. 내가 최근에 언제 $27에 이렇게 기분좋아 본 적이 있었던가?

아~ 이렇게 겸손하게 만드는게 BGA의 매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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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곤 2019-03-10 10:18:50
혹시 엑스트라가 본인이 원하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일 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