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의 진정성 vs 트럼프의 진정성
코헨의 진정성 vs 트럼프의 진정성
  • 권영석
  • 승인 2019.03.0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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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행을 앞두고 자청한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헨(이하 코헨 변호사)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리"와 "거짓"의 실상을 작심하고 쏟아내었습니다. 10년 어간을 측근에서 입 안의 혀처럼 트럼프를 보필해 오던 집사 격(fixer)의 변호사가 마치 '개가 주인을 물어뜯듯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주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만 보면 일면 "의리" 없는 인간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건 더 이상 아니다'는 자각 역시 지근거리에서 충성스러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오늘과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더더구나, 최고 권력자의 각종 비리와 의혹을 둘러싼 팩트 자체에 접근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면에서 보자면, 인간적인 의리를 넘어서서 일말의 [진리와 정의에 대한] 양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신빙성'에 더 무게를 둘 수 있겠습니다.

마이클 코헨 변호사(좌)와 도널드 트럼프(우)(사진:뉴스1)
마이클 코헨 변호사(좌)와 도널드 트럼프(우)(사진:뉴스1)

공화당과 민주당이 마치 패거리 싸움하는 것처럼 서로 편이 갈려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대립 구도로 인해 진실을 가리기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도리어 더욱 진정성이 돋보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헨 변호사 본인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청문회 소회라 하겠습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코헨의 진정성 없이 살아온 인생 역정을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코헨의 "회심"의 깊이와 진정성은 도리어 더욱 두드러져 보였던 것 같으니 말입니다.

과연 코헨 변호사의 증언은 신빙성이 있을까요? 따라서 청문회에서 한 그의 증언과 같이 '트럼프는 못 믿을 사람이라'고 하는 결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한 번 거짓말쟁이는 영원히 거짓말쟁이일 수밖에 없으며, 코헨 변호사는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막장의 거짓으로 일관한 것일까요? 만일 우리가 코헨 변호사를 신뢰하기로 한다면, 이는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기로 한다면 코헨 변호사는 이전보다 더욱 사악한 위증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는 진실 공방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결과적인 이해관계를 계산해 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 뻔한 데도 진리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혹 더러 있을 수 있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상황에서도 거짓을 고수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일단 코헨 변호사의 현재 처지는 감옥행이 이미 정해진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어떻게든 자신이 당할 불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서 자신이 기왕에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이상은 잃어버리지 않고 손실을 최소화해 보려는 가증한 노력으로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다른 한편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까지 협박하면서까지 입을 막으려 드는 트럼프 사단(私團)의 가증스러운 힘을 의식하게 되면서 즉각적인 보호 본능이 작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참 모습이 드러남으로 잃어버릴 게 더 많은 쪽, 그리고 자신의 참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손을 쓸 힘이 더 많은 쪽이라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진실을 호도할 가능성이(의지/'용기'와 능력 양면 모두) 더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헨 변호사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오랜 시간 갑-을의 구도에서 을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갑의 위치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한다는 건, 권력으로나 금력으로나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국가니 국민이니 하는 대의명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선 자신의 가족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해서 코헨 변호사가 [자신의 힘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 대단한 게 없었던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검사/특검의 제안(plea deal)을 받아들여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진솔하게 진술하는 것과 의회의 청문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에 호소하는 것 말고는 말입니다. [미국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적어도 절차 민주주의의 인프라 면에서는 여전히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그야말로 '법대로'만 하면 최소한의 정의는 그래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니 말입니다.]

진실 공방(credibility)의 근저에는 해당 사안의 진실/사실 여부만이 아니라, 행위자/연관자의 진정성(authencity) 내지 인간성(integrity of character) 이슈가 언제나 대두되게 마련입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 더욱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팩트 자체가 확실히 보전되지 않은 경우 또는 팩트를 보전할 수 없는 경우에 진실 공방으로 치닫게 되면 어느새 사건의 본질적인 이슈는 사라지고 인신공격성 이전투구로 발전하게 됩니다. 정치꾼들이 자주 활용하는 전략이 바로 이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인신공격을 위한 불쏘시개는 무궁무진하기에 결국은 시간만 끌다가 유야무야 끝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팩트 자체도 정치적인 수사(소위 '정치적 진실')로 뭉개 버리려는 풍조가 만연한 마당이니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진정성 있는 인물을 찾기가 더더욱 힘들어진 것이 현대 사회의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공화당의 전략은 이런 정치판의 정석을 좇아 사건/증언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증언자 코헨 변호사의 인간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던 셈이지요. [사실 궁지에 몰린 공화당으로선 이 해묵은 전략 말고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해야겠지요.]

'민주'라는 시스템 속에 꼼수와 적폐만 계속 쌓아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됨과 코헨 변호사의 인간됨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 것 자체가 이미 트럼프의 패배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코헨 변호사의 인간됨이 어떻든 그가 맡은 역할이나 국민된 도리에 비추어서 그가 몰고 올 파장은 그닥 크다 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됨은 그가 맡은 역할이나 국민된 도리 면에서 미국이라는 국가와 국민들 전체에(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트럼프 대통령 안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겠습니다만) 심각한 손상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헨 변호사의 거짓말은 개인의 인격적인 결함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선출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하는' 대통령을 뽑은 미국과 미국민 전체를 부끄럽고 난감하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거짓말쟁이도 수완만 있으면 대통령도 될 수 있고 또 되어도 아무 문제없다는 허상을 미국 사회 전체에 만연시킴으로써 진리니 정의니 또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고상한 가치들마저도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는 적당히 포장/위장하여 쓰다가 버리면 되는 수단적 가치로 종속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당리당략을 위해 이런 꼼수를 구사하는 것이겠지만 먼 안목으로 보면 결과적인 적폐만 자꾸 쌓아왔으니, 문명사회를 자처하는 오늘 우리 사회는 "민주"라는 고상한 제도를 스스로 고안한 것처럼 자부해 왔지만, 실상은 그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우민화(愚民化)의 내리막길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진리와 정의 나아가서 긍휼과 자비 같은 고상한 가치는 결코 짐짓 위장할 수 없는 절대적인 덕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위장하려 든다면 결국은 역풍(부메랑)을 맞아 스스로 파탄에 이를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도탄에 빠지게 하는 법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나선(螺旋)을 끊고 선순환으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진정한 회심에서 나오는 양심선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은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라 하겠습니다. 잘못된 길에서 돌이키기 위해서는 가던 길을 [당장] 멈추고 방향을 틀어야 하며, 그리고 사실 방향을 틀면 또 틀립니다.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시간과 에너지 면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방향을 틀게 되면 다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심이 [살아] 있는 곳에는 언제나 희망이 함께 있다고나 할까요?!

이제 문제는 워싱턴 정가에서 코헨 변호사의 이런 선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후속조처를 할 것인가에 달렸습니다. 그의 증언이 양심선언에 더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형기를 줄어보려는 배은망덕하고 가증한 위증으로 볼 것인지요?! 그의 증언대로라면, 대통령의 과거가 포르노 배우와 정사를 나눈 것도 모자라서 대통령의 현재가 그 사건을 덮어 가리기 위해 뒷거래(hush money)를 하고, 그 뒷거래 사실을 또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증언자를 인신공격으로 음해하는 이런 악순환이 현재 백악관과 정치 일번지인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유구무언일 따름입니다.

문제의 발단과 대안은 역시 매한가지로 이런 거짓의 악순환을 멈추고 방향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미국민 전체가 결국은 이런 거짓말과 은폐 행각에 놀아난 셈이니, 이는 비단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역시도 유사한 약점을 안고 있었기에 소위 '똥 묻은 개'에게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였던 것이며, 대선의 판도 전체가 거짓과 왜곡 그리고 인신공격의 이전투구판(개판)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진 예상 밖의 결과(트럼프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로 끝맺음하면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나 추정됩니다. 그야말로 2016 대선은 부정과 거짓으로 얼룩진 선거였으며, 여기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것이 위선과 부정에 기초한 결과임을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헨 변호사의 증언처럼, 그렇지 않아도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찌하다 보니' 대권을 거머쥐게 되었지만, 실은 그것이 다분히 의도된 거짓과 부정에 기초한 결과임을 본인 스스로 뚜렷이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 본다면, 사태는 그야말로 더 나빠질 것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거짓은 스스로 거짓임을 알기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더 큰 거짓을 끌어들이게 되고, 위선은 스스로 위선임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거듭 참선을 파괴하게 되기 때문에 거짓과 진실이 뒤바뀌고 위선과 참선이 범벅이 되어서 인격 전체가 꼬이고 병드는 파국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극과 불행이 뻔히 예견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최대 관심사는 그것을 남이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가 하는 모든 말과 모든 행동의 최대 공약수는 바로 이것이기에 대의니 정의니, 또는 공익이니 국익이니 하는 것에 눈 돌릴 여유를 기대하기 힘들게 됩니다. 이리하여 결국 자신을 파괴할 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소득없는 소모전에 빠지게 하고 나아가서 분열과 도탄의 위험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작금의 트럼프 행정부의 현주소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치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진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하겠습니다. 자타를 속이면서 자행하는 꼼수가 당장은 일을 쉽게 처리하고 성공을 앞당기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일을 꼬이게 만들고 자신과 주변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은폐하고 덮어 가리려는 '가상한' 노력이 당장은 먹힐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복기가 더욱 어려워져서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 없게 되며 나중에는 멈추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게 됩니다. 진정성이란 오직 진실이 모여서 다져지는 것이지 거짓과 위선의 기초 위에는 결단코 세워질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의 탈선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차선책입니다. 코헨 변호사의 증언이 양심선언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의 인생은 사실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마침내] 회심하기로 결정한 셈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비하면 오랜 세월 갑의 위치에만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는 이제 돌이키는 것조차도 자신의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에 이미 접어들지 않았는가 하는 데에 사안의 심각성이 있어 보입니다. 코헨 변호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만일 자신의 일부처럼 되어버린 "제 45대 미국 대통령"이란 칭호 자체가 거짓과 위선의 기초 위에서 된 일로 드러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일 화려한 거짓과 허세로 위장된 트럼프의 껍질이 벗겨지고 그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면 그리하여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다시피 한 절대 권력의 정당성 자체가 통째로 흔들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그의 자아 전체가 멘붕을 넘어 공중분해 차원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로 인해 그는 쉬이 자신의 껍데기를 "용납"하고 인정하기가 더욱 힘들어 지게 된 것이 아닐까요? 연일 '날조된 음모'(hoax)니 '마녀사냥'이니 '가짜 뉴스'(fake news)일 뿐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런 징후가 다분히 엿보인다 하겠습니다. 사실 작은 거짓은 털어놓기가 쉬워도 큰 거짓은 인정하기가 그만큼 더 힘든 법입니다. 더 큰 거짓으로 취한 것이 그만큼 더 많았기에 놓기가 힘든 것이며, 큰 거짓 덕분에 그만큼 더 높이 올라갔기에 내려오기가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비극이 있으며, 그를 선출한 미국민들의 난감함이 있다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된 [본]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트럼프 개인은 파국을 맞이하겠지만 미국과 미국민의 위신은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잘못된 투표로 선출했지만, 공정한 절차(check and balance)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고 최소한 원점으로 되돌려놓을 수는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된 모습을 그대로 덮은 채 정치적 꼼수로 유야무야 적당히 마무리하고 만다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직은 적당히 유지되겠지만 미국의 민주역량과 미국민들의 민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민주공화국에서는 한 번 선출한 직분이 비록 잘못된 판단으로 적합치 않은 사람을 세웠다 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거나 바로 잡으려면 역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하면서 해야만 합니다. 아마도 지난 2년간 미국민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어 온 셈이라 하겠습니다.

여전히 열쇠는 팩트 자체를 일단 정확히 복기해야만 합니다. 거짓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어두움을 물리치는 것은 또 다른 어두움이 아니라 바로 빛 밖에는 없습니다. 꼼수는 또 다른 꼼수를 불러 올 것이며, 이는 빛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이를 위해 공화당 의원들은 뒤늦게나마 어두움에서 돌이켜서 진실의 빛을 선택하기로 한 코헨 변호사의 진심을 일단 믿고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의 증언에 무게를 두고 팩트를 밝히는 불쏘시개로 십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미국의 위신을 다시 세우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명실상부하게 공고히 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공화당 자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신뢰란 신빙성 있는 증거가 수반할 때에 강화되는 것이긴 하지만, 깨어진 신뢰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해서는 일단 믿고 들어가야 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돌이켰다고 하는데 그 말조차 신뢰하기를 거부한다면 그는 영영 돌이키지 못하게 될 것이며, 관계는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그가 다시 돌이켰노라고 하면 일단은 받아주어야 한다고 하신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마이클 코헨과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자신들의 진정성과 인간됨을 미국민 전체 앞에서 테스트 받는 시험대 위에 오른 셈입니다. 한 쪽은 거짓된 자기를 내려놓고 돌이키겠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쪽은 그의 회개마저도 진정성이 없는 위악(僞惡)이라고 받아치기에 분주합니다.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 아니 결말을 어떻게 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명백한 것은 이 게임은 그 구도상 이미 패자가 결정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서로 맞대결을 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마이클 코헨과 도널드 트럼프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반대편은 사실 민주당도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세운 미국민 전체 앞에서 자신의 참 모습을 드러낼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하겠습니다. 나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자신과 맞닥뜨릴 수 있는 마지막 싸움을 싸우고 있는 셈입니다. 아마도 더 이상의 싸움은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기회, 그래서 이기고 싶어도 더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그 마지막 기회 말입니다. 진실된 자신을 가감 없이 직면하는 것 그것이 곧 진정성이며, 그것이 곧 이기는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는 더 이상 대상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것 곧 자신의 진실된 양심에 거짓된 욕심을 굴복시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장렬한 패배 '위대한 몰락'만이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전체를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는 윈윈의 길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의 떳떳한 진실 고백이 필요한 때이다

따라서 코헨 변호사가 지든 이기든, 그의 증언이 사실이든 위증이든, 마이클 코헨과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싸움을 잘 싸워야 합니다. 코헨 변호사를 패배시킨다 해서 자신이 승자가 되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코헨 변호사의 증언과 상관없이 트럼프의 성적인 일탈 행동은 이미 있었던 기정사실이며, 러시아와 모종의 거래를 도모하려던 것 역시도 전혀 없었던 일을 뮬러 특검이 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코헨 변호사를 공격하고 그를 물 먹일 궁리나 하기 위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특검에 나가서 그리고 미국민들 앞에 사실을 사실대로 솔직히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가 떳떳하다면 직접 나서면 될 일인데, 그 동안은 마이클 코헨 변호사를 방패로 사용해 오다가, 이제 그 방패가 사라지니까 그 방패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비겁하고 못난 일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두 사람은 일대일 관계도 아니며 상명하복의 관계 곧 피고용된 가신(家臣) 변호사대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고용주의 관계로 존재해 왔습니다. 대체로 약자가 강자를 공격하기란, 그것도 거짓말을 동원하면서까지 그리하기란 상식적으로 봐서도 어불성설이라 하겠습니다 대개는 그 반대가 상식이겠지요. 그 동안의 코헨 변호사를 포함하여 지금까지의 수많은 가신 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을 포장하고 위장하느라 노심초사했던 것은, 그리고 지금도 그 수하에서 입조심을 하면서 협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기울어진 관계 구도 때문인 셈이지요. 공화당 내에 용기 있는 [자아] 비판자들이 이렇게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운 일이며, 백악관이나 트럼프의 측근들 중에 양심선언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의외가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사람이라 했는데, 진정성 있는 리더십, 국가와 민족의 대의명분을 좇는 리더십, 맡은 역할에 대해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공인의식과 봉사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아쉽고 귀하게 여겨지는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만일 이것이 문명국 미국의 현실이라면 너무나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화당 안에서 백악관 안에서 트럼프의 측근들 가운데서 또 다른 "코헨"들이 더 늦기 전에 양심에 근거한 참 용기를 발휘해 주기를 희망하며,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떳떳하고 정직하게 자신 앞에 그리고 국가와 민족 앞에서 진실을 가감 없이 [자원하여] 밝혀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만일 이도 저도 안 된다면, 마지막으로 국회와 사법부에서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고 법대로 판단/심판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권력의 권위와 민족의 기강/정기를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그리하여 작금의 정치적 혼란과 위기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우리 미국이 여전히 선진 문명국이며 민주국임을 다시금 입증해 보이는 반전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코헨 변호사의 청문회 증언이 만일 양심선언에 근접한 자기고백이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가 나즈막히 기대하는바 역시 바로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증언이 만일 양심선언에 근접한 자기고백이 맞다면, 아마도 코헨 변호사가 자신과 가족의 명예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한 이 돌이킴의 사건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이후로 미국인[ 후손]들에게 살아 있는 양심과 용기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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