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을 반대하는 분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오정현을 반대하는 분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 최태선
  • 승인 2019.03.10 0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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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푸코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는 예수를 안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가난한 무슬림들을 섬기다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살다가 제게 평생 기억에 남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나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푸코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기 원하고 주님을 만났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닙니다. 푸코의 말대로 주님은 가장 낮은 곳에 계십니다. 그러니까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은 사람들이 성공의 자리에서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을 만났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암시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주님은 가장 낮은 곳에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낮은 곳을 향해 내려가지 않으면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날마다 내려가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몇 가지 한계를 실천하는 것으로 자신이 내려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열락이나 안전을 추구하며 위로 올라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가장 분명한 예가 오정현의 말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자신의 교회 당회원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교수, 의사 법조인이라는 것을 자랑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그를 추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도 똑같은 길을 추구하고,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뱅글뱅글 돌며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의 길을 통해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정현을 반대하는 분들은 내려가는 길을 가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도 역시 오정현을 추종하는 분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하는 말이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사랑의 교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정현을 반대하시는 분들의 모임인 마당기도회의 고난주간 새벽 설교를 해달라는 부탁을 며칠 전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를 주일 예배설교에 모시고 싶어도 제가 그쪽 설교자 섭외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새벽 예배 설교를 하고 반응이 좋으면 초대할 수 있으니까 꼭 와달라는 해설을 덧붙이셨습니다. 잘 압니다. 저 같은 사람을 그곳에 초대하는 것은 파격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초대해주신 그 목사님의 결정에 정말 크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초대를 거절하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분들이 위를 향해 올라가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초대하신 목사님은 그분들도 상처받은 분들이고 목회자가 상처 받은 그런 사람들도 돌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도 하셨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상향의 길을 걷는 분들입니다. 저처럼 하향의 길을 걷는 사람은 그분들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다만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 순간적인 잠시 동안의.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참 무서운 말입니다. 그들은 주님, 주님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기까지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평생을 주님을 믿고, 주님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주님으로부터 이런 매몰찬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주님은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그처럼 매정한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예수님이 계신 곳과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하향의 길이 아니라 상향의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감히 말합니다. 마당기도회에 모이는 분들이 초대하는 설교자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그분들은 교수고 박사고 훌륭한 목회를 하신 성공한 분들이 맞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주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듣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분들 가운데 주님으로부터 위의 매몰찬 말씀을 듣지 않을 분들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요. 어쨌든 주님은 당신의 판단기준을 너무도 분명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저는 마당기도회에 모이는 분들도 주님의 기준에 합당한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이제까지의 방향과 반대의 방향을 향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길 어디쯤에선가 저와도 만나게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쪽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때 우리가 반갑게 만나서 더 힘차게 아래를 향해, 아니 주님을 향해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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