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목사들 “우리는 싸우겠다!”
LGBT 목사들 “우리는 싸우겠다!”
  • 양재영
  • 승인 2019.03.1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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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목사 총회결정 반대의사 분명히 해
동성결혼 집례와 안수식 계속할 것임도 밝혀
전통주의적 플랜 실효성 의문도 제기

미연합감리교회(UMC)의 보수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동성애(LGBT) 목사와 지지자들은 교단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UMC는 지난 2월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목사를 반대하는 '전통주의적 플랜'을 통과시켰으며, 이에 반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도 LGBT 목사들과 교회 멤버들은 교단을 떠나지 않고, 결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UMC 목사이자 레즈비언인 로라 영(Laura Young) 목사는 지난 10일(일) 아침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보수적 단체이자 이번 ‘전통주의적 플랜’을 지지한 웨슬리안언약연합(WCA)의 의장인 제프 그린웨이(Jeff Greenway)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했다.

차가운 일요일 아침 무지개 스톨을 걸친 영 목사는 예배를 드리러 오는 교인들을 향해 성경구절을 암송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사랑을 호소했다.

그녀는 “하나님은 아들을 이땅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징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구원하려 하심이었다. 하나님은 모든 세상(whole world)을 사랑하신다. 모든 세상을!”이라고 호소했다.

로라 영 목사는 WCA 의장인 제프 그린웨이 목사가 시무사는 교회를 방문해 LGBT에 대한 사랑을 호소했다(사진: Laura Young 페이스북)
로라 영 목사는 WCA 의장인 제프 그린웨이 목사가 시무사는 교회를 방문해 LGBT에 대한 사랑을 호소했다(사진: Laura Young 페이스북)

로라 영 목사는 LGBT에 대한 수용을 호소하며 교단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영 목사는 “우리는 어렸을 때 UMC에 왔고, 수련회와 교회학교, 주일 예배를 통해 관계를 맺어왔다. 우리는 뿌리부터 UMC에서 자랐다.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감리교인들을 위해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엘런데일UMC 교회는 특별총회 결정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사진:Andy Oliver 트위터)
엘런데일UMC 교회는 특별총회 결정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사진:Andy Oliver 트위터)

세인트 피터스버그 앨런데일UMC의 앤디 올리버(Andy Oliver) 목사는 지역 신문을 통해 교단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올리버 목사는 “나와 같은 사역자들은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을 집례해왔다. 내 직업을 잃는다 해도 난 이것을 계속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LGBT 커뮤니티는 이번 결정에 큰 상처를 받았다. 특히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메시지에 충격을 받았으며, 자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총회가 끝난 후 모든 서부(Western)지역회 교회들은 교단의 차별적 정책을 계속해서 무시할 것임을 천명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천명했다.


메이나드 에비뉴 UMC에서 시무하는 제프 뮬리닉스 목사는 게이이다.

그는 남침례교회(SBC) 가정에서 자라면서 늘 배제되는 느낌 속에서 살아왔으나, UMC로 옮기면서 생애 처음으로 환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제프 목사는 “특별총회의 결정에 멍이 들고 상처를 받았지만, 내가 환대받고 성장한 이 교회를 떠날 순 없다”라며 “교단에 남아 저항할 것이다. LGBT에 대한 거부는 하나님의 사랑을 찾아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하나님은 모든 악과 부정에 대항해 싸우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우셨다.

현재, UMC 교단에는 약 300여명의 LGBT 사역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100여명은 지난 2016년 정기총회 전에 징계를 각오하고 스스로 게이임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커밍아웃했다.

이들은 특별총회 직후인 지난달 26일(화) 교단 사법기구에 ‘전통주의적 플랜’의 합헌성 여부를 분명히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안수 금지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전통주의적 플랜’은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안수 금지를 강화시켰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UMC 내에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교회들의 연합체인 WCA의 제프 그린웨이 목사는 “우리는 이번 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현재로서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에 깊이 실망하고 있다”고 밝히며 특별총회 결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교단 언론인 UMNS 역시 “이번 결정을 무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다수의 교회들과 목사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최초의 트랜스젠더 사역자인 바클레이는 트위터를 통해 총회의 결정에 싸울 것임을 밝혔다
최초의 트랜스젠더 사역자인 바클레이는 트위터를 통해 총회의 결정에 싸울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전통주의적 플랜’은 53%의 지지를 받고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안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제3세계 교회들의 현실과는 달리 미국의 다수의 교회들 앞에는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와 필리핀, 그리고 미주 한인교회들에게는 이번 결정으로 한숨을 돌렸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대체로 진보적 입장을 견지한 미국의 대다수 교회들은 향후 치열한 논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UMC 최초로 트랜스젠더 사역자가 된 M. 바클레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나님은 모든 악과 부정에 대항해 싸우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우셨다. 함께하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총회의 결정에 대항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통을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극복하려는 세력간의 향후 추이가 미국 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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