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노골화되는 보수 개신교·자유한국당 유착
[뉴스 뒤끝] 노골화되는 보수 개신교·자유한국당 유착
  • 이활 기자
  • 승인 2019.03.21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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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보수 개신교에 잇단 러브콜....정치적 이익은 미지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한기총을 찾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황 대표를 맞이하면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쏟아냈다. Ⓒ CBS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한기총을 찾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황 대표를 맞이하면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쏟아냈다. Ⓒ CBS

보수 개신교와 자유한국당의 유착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먼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성태·김한표·이은재·안상수·장제원 등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설교는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목사가 맡았다. 

김장환 목사는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을 때 종교적 멘토로 찾은 목사다. 김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며 위기에 몰리자 김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그만큼 보수 성향이 강하다. 

김 목사는 기독인회 예배에서 보수적 색채를 그대로 드러냈다. 먼저 예배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을 향해선 "자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설교했다. 또 황교안 대표에겐 "모세의 소원은 세 가지가 있다. 주의 길을 보는 것,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이다. 새로 당선된 (황교안) 대표님의 소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이어 황 대표는 20일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찾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을 비롯해,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 등 전 대표회장이 황 대표를 맞이했다. 이 자리에선 수위 높은 정치적 발언이 잇달아 나왔다. 

먼저 전광훈 대표회장은 "일찍이 하나님께서 준비해주셔서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워주셨고 이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황 대표를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200석을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다. 길자연 목사는 "어차피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셨으면 그 다음은 정권인수를 해야되지 않겠나"고 했다. 이용규 목사도 통영 보궐선거, 내년 총선거, 차기 대선을 언급하며 "모든 문제에 놀라운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개신교의 유착은 새삼스럽지 않다. 보수 개신교계는 200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또 황교안 대표가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그리고 정치 입문설이 고개를 들자 보수 개신교계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장로에 이은 '전도사' 대통령, 가능할까? 

그러나 황 대표가 이 전 대통령만큼 정치적 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보수 개신교계의 '표' 결집력은 선거에서 두드러진다. 

2007년 대선에서 보수 개신교는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단 종파인 신천지와 유착 의혹을 받자 한기총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실 정치에서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추진하는 의제에도 지지를 아끼지 않아왔다. 이 같은 선례에 비추어 볼 때, 황 대표를 앞세워 보수 개신교계가 다시금 결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07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보수 개신교는 보수 정권을 지지한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종교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백중현은 자신의 책 <대통령과 종교>에서 이렇게 적었다.

"개신교는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키웠지만, 이명박 집권기를 거치면서 여러 형태의 위기상황을 맞는다. 이미지와 신뢰도, 교세의 동반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개신교의 하락 양상은 박근혜 전 정권 시절 더욱 가속화됐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12.28한일 위안부 합의·역사 교과서 국정화·개성공단 폐쇄 등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의제에서 어김없이 정권의 우군을 자처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흐름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 해 9월 보수 개신교는 <한겨례> 보도로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황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엔 자유한국당과 보수 개신교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3월 10일자 '보수 기독교계의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는 성공할까'란 제하의 기사에서 "황 대표는 기득권 세력과 야합한 보수 성향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대어 정치와 정당과 국정을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가려 해서도 절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충구 전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에 대해 "불의한 정치에서 기독교를 이용하려는 자, 정치를 보수 기독교인 속에서 이용하려는 자가 손을 잡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요한복음의 말씀처럼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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