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회'가 아닌 '귀족회'라 했어야 했다
'형제회'가 아닌 '귀족회'라 했어야 했다
  • 최태선
  • 승인 2019.03.28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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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회는 오정현 목사님이 전국 교회 가운데 500명 넘는 교회목사들과 만나 조직한 모임의 이름입니다.

수만 명 교회를 목회하시는 오정현 목사님이 참 겸손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의 눈에 500명 모이는 교회가 교회로 보이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하찮은 인물들까지 불러 모임을 만들었으니 그분은 겸손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500명 이하로 모이는 교회 목사님들이야 교회를 크게 하느라 바쁘시니까 일단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 후에 부르겠다는 배려심도 돋보입니다.

이런 목사님이신데 과거에 말실수 몇 번 한 것으로 거짓의 대명사로 몰아가는 것은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살다 거짓말 안 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큰일을 하려다 보면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한 것이 세상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오정현 목사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정현 목사님을 추종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곳에 모이는 분들의 하해와 같은 이해심에 존경심이 우러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이런 생각들은 충분히 가능한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정말 그리스도인들이시라면 이런 생각들은 참으로 잘못된 생각 정도가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참람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분들이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라면 이런 생각은 하나님 나라 자체를 허무는 크게 잘못된 사고입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이방인들의 통치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또 높은 사람들은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사이에서 누구든지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

세상에는 높은 사람과 하찮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을 대변하는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릅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사고로는 제가 상상해본 위의 생각이 하등 잘못된 점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들이어야 할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의 사고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는 세상의 사고를 따라야 할까요. 하나님 나라의 사고를 따라야 할까요.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질문이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주님의 나라가 임할 때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자리에 앉게 될 것인가가 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고보와 요한이 그 문제를 꺼내들자 그 문제가 그 두 제자의 문제가 아님이 드러난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제자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크냐를 놓고 싸웁니다. 그리고 끝없이 커지려 합니다. 커지려는 것이 성령이 하시는 일이라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성령은 결코 커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서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작아지고 약해지라는 것입니다. 자기를 비운 사람, 작아진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그리스도의 능력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가장 큰 범죄는 우리아의 아내를 범하고 우리아를 죽인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숫자를 헤아려본 것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을 지키겠다는 다윗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지요. 다윗의 가장 큰 범죄의 본질은 커지려는 것이었습니다. 크고자 하는 마음은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가장 근본적인 성정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형제란 그리스도 안에서

높낮이가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

저는 ‘형제회’라는 호칭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귀족회’ 혹은 ‘대인회’라고 명명해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 자들만을 선별한 그들의 생각은 다윗의 가장 큰 범죄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오정현 목사님만이 아닙니다. 형제회에 참여한 목사들뿐이겠습니까. 오정현 목사님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분들은 물론 그분들에게 반대하시는 분들까지 모두가 성공하고 인정받고 누리고 부리는 길을 달려갑니다. 커지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반대방향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사람이 믿음을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 방향입니다.

교인이 500명 정도가 되면 목사는 교회에서 군림하는 사람이 됩니다. 높은 사람이 되어 이방인의 통치자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예수의 제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형제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자기들끼리만 교제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그것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헌금을 유용하는 것보다, 세습을 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범죄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토대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형제란 그리스도 안에서 자매와 형제가 된 사람들, 다시 말해 높낮이가 없는 평등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된 사람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입니다. 형제라는 호칭은 무엇보다 높낮이가 사라진 평등을 드러내는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에서의 관계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마이동풍인 이야기라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평등한 평화의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구원 받은 하나님 백성들은 자매와 형제로 만나 결핍이 없는 샬롬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를 이룬다는 것이 복음이 말하는 복됨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형제라는 호칭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회복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복음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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