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존슨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나 했더니
드웨인 존슨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나 했더니
  • 다니엘
  • 승인 2019.04.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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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서 배우로 살아가기(3) - 스카이스크래퍼

헐리우드의 엑스트라 배우에게도 홍콩에서 촬영할 기회가 주어질까? 현지에서 직접 엑스트라를 구하거나 홍콩 아닌 곳을 홍콩으로 만들면 미국 거주 엑스트라들에게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 주연한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 로슨 마샬 터버 감독, 2018년)는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지만 거의 모든 장면은 헐리우드 세트장에서 이루어졌다.

스카이스크래퍼의 한 장면
스카이스크래퍼의 한 장면

블랙 팬서(Black Panther, 라이언 쿠글러 감독, 2018년)에서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의 이상한 한국어 구사가 문제 되었었는데 그 배우는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다. 잘은 모르지만 그 장소도 자갈치 시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부산의 거리를 담기 위해서 부산에서 일부 촬영이 이루어졌지만 디테일한 장면은 헐리우드에서 촬영되었을 것이다. 자갈치 아주머니는 많은 대사를 하는 역할이 아닌데도 이미 여러 편에 출연한 적이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를 썼다는 말은 헐리우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엑스트라를 고용하는데 조심한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스카이스크래퍼는 블랙 팬서의 자갈치 시장처럼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홍콩의 가상 빌딩 '펄’이 주요 공간이기 때문에 굳이 홍콩에서 찍을 이유가 없다. 

스카이스크래퍼에서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은퇴한 FBI 출신의 월 소여는 퇴직 후 보안업체에서 일하던 중 홍콩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펄의 보안 전문가로 발탁된다. 윌 소여의 가족만 입주한 상태에서 빌딩이 테러리스트에게 점령되고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는데 윌 소여는 이 높은 건물에서 가족을 구해내고 테러리스트와 건물주 자오 롱 지의 비밀스런 관계를 밝히는 ‘히어로’다.

내가 투입된 장면은 드웨인 존슨이 딸을 구해낸 뒤 이미 지상에 있던 아내 그리고 아들과 조우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주인공은 딸과 함께 헬리콥터에서 내리고 그곳에는 기자들, 방송사 카메라들, 소방차, 경찰차, 앰블란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폴리스 라인 밖에서 영웅을 기다리며 환호하는 군중 중 하나인 나는 열심히 박수치고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어디서? 제작사인 유니버설의 거대한 실내 세트장 안에서.

영화 스카이스크래퍼의 한 장면
영화 스카이스크래퍼의 한 장면

그날 촬영은 헬리콥터가 이미 착륙한 상태의 장면이므로 공중에서 착륙하기까지 과정은 실외에서 찍었거나 중세의 천동설처럼 헬리콥터는 가만히 있는데 바깥 세상이 돌아갈 수도 있다. 어쨌든 세트장 안의 헬리콥터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착륙해도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좀 더 돌아갈텐데 그것마저 돌지 않고 대형 선풍기가 배우들의 머리카락을 날리게 하는 등의 프로펠러 바람 효과를 내고 있다. 프로펠러가 도는 장면은 나중에 편집과정에서 추가되었을 것이다.

소방복이나 경찰복이 잘 어울리는 젊은 엑스트라들은 복장을 갈아 입어야 하지만 환호 군중들은 평상복을 입고 있으면 되니 편하다. 드웨인 존슨이 헬리콥터에서 내려와 가족에게 가는 도중 몇마디 질문을 하는 기자들은 모두 정식 배우들이다. 옆에서 카메라 플래쉬를 계속 터뜨리고 녹음기를 들이미는 이들은 모두 엑스트라 즉 BGA (Background Actor)들이다.

영화에서 마지막 약 3분을 위해 12시간 이상을 촬영했다. 드웨인 존슨 역시 똑같은 장면을 수없이 반복한다. 중간 중간 카메라 각도를 바꾸거나 디테일한 변화가 있지만 결국은 아내와 만나는 장면을 반복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가 이해가 될 정도다. 두 아역 배우의 고생도 만만치 않다.

BGA들과 달리 연기에 신경써야 하는 배우들이 같은 연기를 12시간 이상 반복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드웨인 존슨의 열정에 감탄하지만 시간당 최저 임금을 받는 BGA들은 괴롭다. 나중에 오후가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피로가 밀려온다. 나는 저녁 즈음에 촬영 사각 지대에 가서 드러누워 버렸다. 지나가는 스탭들이 촬영 강행군이 심하다 싶었는지 누워버린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제일 부러운 배역은 소방차 앰블런스의 운전 기사 역할이다. 12시간 운전석 앉아 있어야 하는 그들도 지루하겠지만 책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꿀보직이다.

3분 짜리를 촬영하는데 도중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 드웨인 존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주연 배우들이 감독과 의논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이상이었다. 나중에 영화 정보를 보니 드웨인 존슨은 주연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정해진 개런티를 받는 주연 배우가 아니라 영화의 흥행과 수익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제작자여서 그렇게 열심히 했구나!

스카이스크래퍼의 총 제작비는 1억 2천 500만 달러. 그날 오랜 촬영 시간과 연기 흡입(흙먼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스탭들에 의하면 인체에 무해하단다) 수당으로 인해 평소 수당의 2.5배 정도를 받았다. 1억 2천 500만 달러 중에 250달러는 나에게 든 제작비다.

밤 11가 다 되어서 끝나자 BGA 모두 파김치가 되었다. 경찰이나 소방관 역할을 했던 사람은 제복을 벗고 반납해야 하는데 탈의실까지 가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서 남녀할 것 없이 BGA 대기실에서 훌러덩 갈아 입는 이들도 있다.

다른 영화에서도 중국, 베트남, 19세기 퀘벡 등등 관객이 믿을만큼 현지 분위기를 만들어 놨으니 그곳에 간듯해 재미도 쏠쏠하다. 베트남(in Hollywood)에서는 날지 않는 비행기지만 1등석에 앉는 호사도 누렸다. 일등석 몇 좌석 동체만 덩그러니 있는 비행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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