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신부, 이승만의 동판에 침을 뱉다
한 노신부, 이승만의 동판에 침을 뱉다
  • 안마태
  • 승인 2019.04.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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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가 나에게 안겨준 충격적인 경험 - 트라우마

1960년 4월 19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학생들의 이승만 독재 정권에 항의한 사건을 4.19라 부른다.

이날 학생들은 85세나된 이승만(1875년생)이 정권 연장을 위해서 부정 선거를했고 이를 항의하는 마산의 학생데모에서 한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최류탄이 눈에 박혀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려고 죽은 학생의 몸에 돌을 달아 바다에 던졌으나 이 학생의 시체가 바다 위에 떠오른 사진이 신문에 보도되자 이에 흥분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나는 군대를 먼저 다녀와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5살이나 더 많은 연세대 1학년 학생이었다. 그래서 데모하던 학생들의 뜻에 의해 데모대의 맨 앞장을 설 수 밖에는 없었다. 이날 나는 피흘려 쓰러진 사람도 보았고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것 처럼 총쏘는 경찰도 보았다.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구름떼처럼 전진하자 총을 쏘다가 골목길로 도망가는 경찰도 보았다.

이날 죽은 사람은 200명도 안되지만 부상자는 6천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상을 당한 사람은 통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거의 6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도 그 후유증이 가끔 발작하는것으로 보아서는 육체적인 부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정신적인 부상이다.

지난달 리들리라는 곳을 방문했을때 그곳에 있는 버제스라는 호텔 정문 옆에 붙어있는 이승만의 동판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침을 뱉았다. 지난주에는 이곳 샌 가브리엘 산으로 올라가 깊은 산중에서 잠을 자는데 갑자기 일어나 차 밖으로 뛰어나가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날 낮에 이곳으로 들어올수 있는 허가를 받으러 연방 정부 산림국을 방문했다가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그로서리를 방문했던 때에 갑자기 설사가 나서 사고를 내었기에 얼른 나의 RV로 달려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몸이 좀 불편하고 긴장하였기에 과거에도 종종 자다가 일어나는 이상한 충동임을 알게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쫓겨난 1969년까지 도시산업 선교회 총무로 일했는데 강화도의 심도직물 회사 노동자 쟁의를 도와주러 갔다가 그곳에 동원된 깡패들에게 테러를 맞을 뻔했지만 젊은 미국 신부님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다. 그후 매일 안기부의 까만 찦차에 실려서 종로 1가에 있었던 백조 다방으로 끌려다녔다. 

이런 한국에서의 경험 때문에 종종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이상한 생각을 갖게된다. 나는 이런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아직도 무척 노력하고있다.

안마태 신부 / 성공회 은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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