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루이비통, 아르노...'도둑들의 자비'
피노, 루이비통, 아르노...'도둑들의 자비'
  • 최태선
  • 승인 2019.04.23 02: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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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투스’는 물고기라는 뜻의 헬라어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단어를 암호로 사용했다. 익투스(ἸΧΘΥΣ)라는 단어는 예수(Ἰησοῦς) 그리스도(Χριστὸς) 하나님(Θεοῦ )의 아들(Υἱὸς) 구세주(Σωτήρ)의 첫 단어들로 이루어진 단어로 ‘예수는 그리스도이시고,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구세주이시다.’라는 기독교의 본질이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었다. ‘익투스’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비밀스럽게 자기 신분을 드러내며 교회와 신앙을 지켜온 그들만의 암호였다.

그렇게 단어를 만들어 암호로 사용하는 것을 ‘아크로스틱’이라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라는 단어 역시 아크로스틱을 사용해 해석하고 이해했다. 로마(ROMA)라는 단어를 아크로스틱으로 '라딕스 옴니움 말로룸 아바리타'(radix omnium malorum avarita)라는 문장으로 이해했는데 '라딕스'는 '뿌리', '옴니움'은 '모두', '말로룸'은 '악', 그리고 '아바리타'는 '탐욕'을 뜻한다. 따라서 이 라틴어 문장은 "탐욕이 모든 악의 뿌리다."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세상 이해이기도 했다. ‘탐욕의 화신’이라는 것이 그들의 세상 이해였다. 그것이 바로 제국이고 세상의 진면목이라는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사진:BBC 영상)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사진:BBC 영상)

그런 로마가 기독교를 인정하고 신앙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탐욕의 화신’이라는 세상 이해와 그래서 쌓아놓았던 세상에 대한 장벽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세상에 대한 기독교의 이해가 무너지면 결국 기독교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것을 목도하고 있다. 오정현이나 김삼환의 잘못은 단순한 그들만의 일탈이 아니라 기독교의 일탈에서 비롯된 열매일 뿐이다.

‘탐욕의 화신’이 된 교회에서 십자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본질 회복은 무엇보다 먼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이해했던 세상 이해를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탐욕의 화신’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교부들은 "부는 본래 선하지만 부유한 자들은 도둑들이다" "상속은 훔친 재물의 양도와 축재이다." "네 자녀가 너의 창조주보다 오히려 너의 세습재산을 의지하지 않게 하라." "사적 소유는 우상숭배이다." "사적 소유는 수많은 불행을 초래한다."와 같은 메시지들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 여기고 있는 사적 소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것은 로마라는 사회가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는 부에 관한 이해가 일반화되고 법제화되어 정착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런 메시지들을 강력하게 전한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의 세상 이해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세상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된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를 다수 소유한 피노(Pinault) 가문과 세계 최대 명품 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그리고 아르노가(Arnault), 베탕쿠르가(Bettancourt) 등이 각각 1억 유로(약 1280억), 2억 유로(약 2570억)씩을 노트르담 성당 복구 기금으로 내놓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아는가. 그들은 그동안 조세도피처 명단에서 보아왔던 이름들이었다. 교부들이 말하는 도둑들이다. 뒤이어, 좀 더 사이즈 작은 부호들이 그 다음 계단을 채워갔다. 그리고 마침내 노트르담 성당의 복원사업에 드는 비용 대략 10억 유로(약 1조2800억 원)에 거의 근접한 8억8천만 유로(약 1조1000억 원)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맞는다면 그것이 바로 ‘도둑들의 자비’임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베 피에르 신부
아베 피에르 신부

프랑스 파리에는 3600명의 노숙자들이 있으며 그 숫자는 두 배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566명이 거리에서 죽었지만 지붕 없는 그들에게 지붕을 가져다주는 예산은 깎이고 말았다. 그런데 지붕 잃은 성당에 지붕을 다시 씌우는 일을 위해 1조 원 넘는 돈이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간단히 나온 것이다. 그래서 노숙인을 돕는 '피에르 신부 재단'은 노트르담 성당 재건을 위해 거금을 희사한 거부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트위터로 전하기도 했다.

"노트르담 성당을 위해 거금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삐에르 신부의 장례식이 행해졌던 그 장소(노트르담)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해온 싸움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성당을 위해 기부한 돈의 1%만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부해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새삼 자신의 관 위에 꽃 한 송이도 놓지 말라던 삐에르 신부님이 그리워진다.

천국행 티켓이라도 된다고 믿은 걸까? 부호들의 거액 투척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구원을 확신하며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내가 김삼환이 말하는 사단이기 때문일까.

아! 로마는 영원할 것인가. 로마의 휴일은 언제일까. 새삼 하나님 나라가 그립고 또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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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 2019-04-25 08:09:32
기사 감사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를 언급하고 또 노트르담성당과 신부님 에 대해.언급하는데 기사라면 하느님이라고 표기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니 개신교의 입장에서 작성하신 글인지요?
용어가 중요한데요(전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