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9년 대한민국 배회하는 역청산 망령
[시론] 2019년 대한민국 배회하는 역청산 망령
  • 이활 기자
  • 승인 2019.04.26 0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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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독재' 운운하는 황교안 대표, 비틀린 역사 데자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발언은 물론 정치적이지만,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 이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발언은 물론 정치적이지만,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 이활

“이 정권의 좌파 독재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제가 선봉에 서겠다.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

- 20일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 발언

“지금 이 순간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무너진다.”

- 24일 국회 로텐더홀 비상의원 총회 발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던 시절 황 대표는 다소곳한 이미지를 풍겼다. 비록 과잉의전 등 논란도 일으켰지만 말이다. 

정치 입문 전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 정부에 날을 세우긴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수위는 아니었다. 그런 황 대표의 발언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경북 포항 지진피해 현장, 부산시 청년스타트업 업체, 공주보 등을 찾는 등 '민생대장정'이라 명명한 외부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 역시 '독했다.' 

황 대표는 18일 충남 공주보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 2월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부분 해체 방안을 낸 4대강 보 중 하나다. 부분 해체 방안이 나오자 일부 주민이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공주보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데 정부는 당사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자기들하고 생각이 같은 좌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말만 듣고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의 공주보 철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PD수첩'을 동원해 여론까지 조작하고 있다"고도 했다. 

민생대장정에서 나온 발언들은 이후 장외집회와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스트트랙' 공방에서 나올 발언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물론 '정치적'이다. 즉, 보수층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말이라는 뜻이다. 황 대표는 4.3보궐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현장에서 목격했다. 범여권 단일후보로 나선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세결집에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구나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일정 수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황 대표로서는 발언 수위를 끌어올려 당 기반을 다지는 한편, 총선·대선 가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독재 운운하는 공안검사 

그러나 이 같은 셈법과 별개로, 황 대표가 과연 '좌파 독재', '폭정' 운운할 자격은 있는지 의문이다. 먼저 '좌파' '독재' 이 두 낱말은 황 대표 발언의 단골 메뉴다. 17일까지 나온 황 대표 발언을 분석했더니 공식회의에서만 좌파 24회, 독재 20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황 대표가 말하는 좌파란 무엇인가? 또 그가 말하는 독재란 무엇인가? 고전적인 정치이론에 따르면 좌파는 대게 사회변혁을 기치로 내건 급진주의 정파를 의미한다. 그리고 독재는 다수가 아닌, 1인 지배자의 의중이 전체를 지배하는 정치체제다. 

이 지점에서 묻는다. 황 대표가 말하는 좌파와 독재는 이 같은 고전적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가?

황 대표는 이제껏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논란, 5‧18 망언 관련자 징계 등 논란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할 때가 많았다. 이런 탓에 '황세모'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하나, 황 대표는 공안검사로 이력을 쌓아 박근혜 보수정권에서 법무장관·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서 정부측 대리인으로 나서 공안 검사 DNA를 유감없이 발휘한 이력도 있다. 요약하면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 체제의 전위대 역할을 한 셈이다.

황 대표가 공안검사로 이력을 쌓던 시절,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이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면 정권의 위기탈출 목적으로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초를 당했다. 만약 현 정부가 진짜 독재정부라면 황 대표는 당장 어딘가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역청산의 역사다. 무슨 말이냐면, 해방 이후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할 친일세력이 주류로 득세해 독립운동가를 몰아냈다는 말이다. 친일경찰 노덕술이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을 모욕한 건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일로 김원봉은 원통함을 금치 못했고, 결국 월북을 선택했다)

이런 역청산의 역사는 오늘에 되풀이 되기에 이른다. "해방 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역청산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발언이다. 황 대표는 이런 역청산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협동전도사 이력을 가진 보수 개신교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보수 개신교는 일찍부터 황 대표를 주시해왔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은 황 대표를 외곽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보수 개신교 역시 역청산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가해자로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다보니 황 대표의 독한 발언은 당연한 귀결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시 말하지만 황 대표는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기생했던 공안검사다. 그런 황 대표가 심판자를 자처하며 좌파독재 운운하는 모습은 불행했던 역청산 역사의 데자뷰다. 

지금 시국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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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원 2019-04-28 17:59:22
예수를 정치세력으로 보는 생명 없는 뉴스M. 바나바가 구원이 있을까?

저들은 예수그리스도의 오심을 지들의 정치 이들세력으로 이용해먹는 세력임...

예수의 구원됨을 만방에 지들의 정치 세력에 이용해먹는 예수를 알지 못하는 자들과 같다.

이들의 열매는 마지막날 태워질 가라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