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대잔치의 막장 드라마
거짓말 대잔치의 막장 드라마
  • 권영석
  • 승인 2019.05.0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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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연출, 주연: 트럼프 대통령

"사랑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롬 12:9) 사랑은 그 속성상 악 내지 행악과는 정 반대 개념이니 악에서 사랑이 나올 수는 결코 없는 법입니다. 어쩌면 "하얀" 거짓말(white lie)조차,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후에 전모가 드러나고 나면, '뭔가 개운치 않고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바로 사랑의 이 속성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을 짐짓 가장하는 것, 이보다 더 큰 행악은 없으며 결과적인 해악 면에서도 역시 사랑의 배신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도리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경우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그 의도부터가 의심스러운 악한 일이며, 실제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는 것처럼 생색내는 경우 역시도 그 [갭]만큼은 덜 진실한 사랑 또는 부족한 사랑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랑이 옳은 것이며 좋은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람들이 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때로 위선적이고 무늬뿐인 사랑도 그 정체가 드러나기까지는 진짜처럼 행세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런 만큼 다른 어떤 것보다도 도리어 악용될 위험성이 더 크다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사랑은 그만큼 고상한 것이기에, 위험부담(vulnerability) 또한 그만큼 더 크다 하겠습니다.

사랑이 가장 최고의 덕이라 하겠습니다만, 소위 미덕(virtue)에 해당하는 것들은 다 이런 양날의 칼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의(justice)가 그러하며, 신용(credit)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서 정의로 포장된 불의가 가져오는 폐단이 더욱 피해가 큰 법이며,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배신의 경험이 더욱 분하고 쓰라린 법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의 탈을 쓰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거나, 정의를 위해 쓰도록 한 힘으로 불의를 자행하거나, 신용을 악용하여 사기를 치는 것은 그만큼 "죄질"이 더 나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몇 주일 새 워싱턴 정가에서는 뮬러 특검이 지난 2년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내 놓은 특별 수사 결과를 놓고 그야말로 난투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뮬러의 보고서 전체가 공개되지는 않은 채, 4쪽짜리 요약본(Summary)이 나오더니, 그 다음으로 페이지마다 먹칠을 한 소위 편집본(redacted version)이 나돌면서 마치 판도라 상자처럼 보고서의 진의를 둘러싸고 갖가지 해석과 억측이 난무하면서 양측은 자신들의 해석을 정당화하기에 분주한 채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라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빌 바 장관과 로젠스타인 차관) 측이 '물타기'를 위해 준비한 연출 효과가 처음에는 먹히는 듯 했지만, 하루가 못 가서 판세가 뒤집혀 버렸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이 별반 없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죄는 이미 윤곽이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뮬러 리포트 전문 또는 편집본을 사전(빌 바의 요약본 이전인지, 아니면 편집본 이전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에 입수한 백악관 측이 법무부 장관을 움직여서 기획한 "작전"은 바로/기껏 물타기 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보고서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공개하되 그 여파를 최대한 줄이거나 나아가서 호도하여 반전시켜 보자는 심산으로 심혈을 기울인 것이 아마도 뮬러의 4쪽짜리 요약본 공개[발표]와, 편집본 공개를 앞 둔 시점에서 기자회견(news conference)을 통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의 입장을 재차 확인시키고 쐐기를 박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편집본 문건이 공개된 후로 사태는 예견했던 것보다 거센 후폭풍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빌 바 법무부 장관은 미국의 법무장관이라기보다 도널드 트럼프 개인의 법부 장관이 아니냐'에서부터 시작해서, 로젠 스타인은 왜 함구한 채 부동자세로 서있어야 했던 것인지, 또 특검과 관련하여 백악관과 이미 사전조율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는 등 갖가지 의구심들이 도리어 더욱 증폭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엇이 이런 반전의 빌미가 되었던 것일까요? 한 마디로 이런 반전의 핵심에는 기자회견장에서 뮬러 보고서의 결론이라고 확인 발표한 내용과 몇 시간 뒤에 공개한 편집본의 내용이 정확히 상반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뮬러 특검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공을 하원으로 넘기기 위해 여백을 남겨 둔 것이 일면 법무부 장차관이 끼어 들 여지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이들이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통해 호도 내지 물타기를 시도한 결과로 인해 도리어 더 큰 관심과 거센 반향/역풍을 불러 일으켜서 언론사들이(Fox News까지 포함하여) 일제히 포문을 열기 시작하였고, 이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하루가 못 가서 갈지자로 돌변한 것을 보면 모름지기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겠습니다.

조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2016년 말)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연전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 당시(2014년 4월) 회자하였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구호였음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자면, 작금의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부터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로 인한 반사이익에 기반하였지만/기반하였기에, 동시에/따라서 러시아 연루설의 의혹이 결국은 태풍의 핵으로 작용하였다 하겠으며, 이제 바야흐로 그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뮬러 특검의 보고서[에 담겨 있는 증거들]는 최순실씨의 테블릿 PC와 같은 폭발력/휘발성(volatility)을 지니고 있다 하겠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하려던 법무부 장차관의 충정어린 그러나 어설픈/역부족의 시도는 그 폭발성의 위력을 도리어 증폭시키는 '효과'로 작용하였다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공은 의회(하원)로 넘겨졌습니다. 아직까지는, [일반] 청문회를 통해 뮬러 특검을 포함하여 실제 조사를 받은 증인들을 직접 다시 소환하여 국회 차원에서 재조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탄핵 절차에 들어가서 '탄핵 청문회'로 들어 갈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A)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나 덕을 전혀 갖추고 있기는커녕 신뢰할 수 없고 부도덕하기 이를 데가 없는 인물이기에 한 시라도 빨리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 강경론과, B)남은 임기 동안 탄핵으로 인한 법정 다툼에 얽매여서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는 내년 대선에서 투표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심판하도록 하면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확실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욱 실리가 있을 것이라는 온건론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법무부 장관의 물타기도 이번 사안의 발단이 아니며, 심지어 뮬러 특검도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캠페인과 러시아 정보국 사이의 모종의 연계 관계 여부가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불법/위법적인 월권을 한 사실이 이 모든 사안의 핵심 쟁점인 셈입니다.

특검 보고서의 결론은, 1)러시아 연계 문제는, 불법을 저지른 것(crime)이라고 확신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빈약하다는 것과, 2)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불법적인 압력 행사에 대한 문제는, 증거는 충분하나, 이것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만한 것인지(임기 만료 후에는 기소할 수 있겠지만)에 대한 판단은 특검의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이기에, 의회의 권한으로 남겨 두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내용이 서로 조응(照應)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작금의 혼란을 초래한 동인이 된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당시 대선 캠프와 러시아 측의 조우가 없었다기보다, 그런 접촉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crime)였다거나 그래서 대선의 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거나 재투표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으로 볼만한 증거는 [지금으로선] 불충분하다는 것이 특검의 결론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대선 캠프 측이 주장하는 접촉(collusion)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은 명백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곡해 내지 오용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여백에 근거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접촉(No Collusion)을 주장하고, 나아가서 수사 방해 부분도 전혀 없었다(No Obstruction)고 하는 완전 무혐의(Total Exoneration)를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만일 법무부 장관이 진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팀과 사전 조율이 있었으리라는 가정이 맞다면, 여기까지는 그야말로 사전 각본을 따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더욱 명백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두 번째 수사 방해 건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번째 부분의 결론을 보면 이 사안은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No Exoneration)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뮬러의 보고서가 휘발력을 지니게 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즉 이 두 번째 사안에 대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는 첫 번째 사안을 곧바로 다시 소환해 내기 마련입니다. 만일 러시아 측과 공모/공조한 것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 굳이 FBI 국장을 해임하고, 특검에 압력을 가하면서 수사 방해를 할 이유가 무엇이었겠습니까? [또한 뮬러 보고서가 공개 되기도 전에 마치 완전 무혐의가 확인되었다는 식으로 주제 넘게 스스로 나서서 자화자찬을 늘어 놓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법무부 차관과 장관이 입을 맞추고(임명 시점으로 보자면 빌 바 법무부 장관보다는 로젠스타인 법무부 차관이 요약본과 편집본을 작성하는 데 핵심적으로 관여했다 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안에 대한 증거 불충분(No Crime)을 근거로 이것이 마치 무접촉(No Collusion)을 입증한 것처럼 확대[해석]하고, 나아가서 [내친걸음에] 두 번째 사안인 수사 방해도 전혀 없었다(No Obstruction)는 식으로 밀어 붙인 것은 명백히 특검의 결론을 [작정하고] 뒤집어엎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즉 '혐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를 '완전 무혐의다'로 왜곡함으로 정반대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입니다. 법무부의 두 핵심 요인은, 뮬러 보고서의 첫 번째 사안에 대한 기소 요건 불충분이란 돌멩이를 거짓이란 눈밭에 굴려서 증거가 명백해 보이는[ 그래서 기소 요건으로 충분한] 두 번째 사안까지도 전면 부정하는 식의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눈사람을 만들어서 기자 회견장에 들고 나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당장 괘씸해 보이는 것은 법무부 장차관임에 틀림없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하여 국민들을 함부로/우습게 보고 능멸하려는 이런 무모한 담대함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하루 동안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야 했습니다. 뮬러 특검의 보고서를 해석하는 것에 못지 않게 이들의 방자함을 해석하기란 그리 간단할 것 같지 않습니다. 바로 몇 시간 후에 보고서를 공개할 작정이면서, 그 보고서의 내용과 정반대되는 해석을 최종 결론이라고 '우기는' 이 각료들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독해력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순진하다고나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뮬러 보고서가 편집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간 데에는 이런 정서적인 격앙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들이 무슨 심보로 이처럼 악마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된 것인지, 처음부터 이들의 인간됨됨이가 기회주의자였던 것인지, 말 못할 불가항력적인 어떤 압력이 작용한 것인지, 그리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들 사이에 어떤 거래나 공작이 오갔는지, 생각할수록 의심스럽고 분개할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이 법무부의 왜곡된 해석에 맞추어져선 안 되며, 애초 보고서를 작성한 뮬러 특검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는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것과, 그리고 그에 의거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참람하고 오만한 위법 행위를 어떻게 제어 내지 응징할 것인지 나아가서 러시아가 또 다시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년 여 집권하는 동안

9000번도 더 넘게 진실과는 거리가 먼 발언들을 쏟아낸 것으로 보아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두 번째 사안인 위법적인 수사 방해가 확실히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의 부족이나 분노 조절력의 결핍 등으로 호도할 것이 아니라, 다시 첫 번째 사안인 러시아 정부와의 공조 내지 공모 여부로 돌아가서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입니다. 차후로 다시 이런 러시아[나 또 다른 제 3국]의 대선 개입을 확실히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결코 손실이 아닐 것입니다. [법무부 장차관을 포함한 위증자들의 처벌은 그 후속 조처에 포함되는 사안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뮬러 특검의 보고서의 진의를 해석하고 후속조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우선적으로는] 의회(하원과 상원)라고 한다면, 하원(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은 정치적인 현실성이나 시간표에 얽매여서 그 소임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제가 당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미국이 자랑하는 민주주의 제도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대의를 추구하고 그 대의가 요구하는 바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순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설사 차후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막장 드라마(혹자는 마치 "God Father IV"를 보는 것 같다고 함)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랑과 정의와 같은 미덕은 결코 거짓이 버무려져서는 미덕이 될 수 없는 법입니다. 해서 거짓으로 위장하거나 포장해서는 안 될 이런 미덕을 가장하거나 짐짓 위장하는 것이야말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이며, 그런 만행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역풍을 감당하지 못하여 결국은 자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랑과 정의와 같은 핵심 가치는 그저 한 두 번의 행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에서 우러나오는 덕(德), 곧 인격(character)의 일부라고 봅니다. 사랑과 정의, 자비와 용기 등은 다 우리의 아이덴티티("who we are", 참조 메시지 롬 12:9)를 묘사하는 속성이라 하겠으며, 우리의 인격이 그리 형성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쩌다 보니] 사랑을 하게 되고 정의를 좇게 되고 용기를 발휘하게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지금도 노심초사하여 밤잠을 설칠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입을 열어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 앞에 사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2년 여 집권하는 동안 9000번도 더 넘게 진실과는 거리가 먼 발언들을 쏟아낸 것으로 보아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남은 대안은 결국 3권 분립의 정신에 기반한 법적/제도적 [견제] 장치를 활용하여 진실을 밝히고 적어도 [빌 클린턴이 한 것처럼] 자백과 사과를 받아 내어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미국의 위기는 결코 제도나 법적 장치의 부족이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제도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결행을 할 줄 아는 용기 있는 개인들의 부족에 기인한다 하겠습니다. 국민 전체의 58%가 특검의 결론을 왜곡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믿으면서도 실제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은 37%에 불과하다고 하니, 어쩌면 드럼피쉬한 국민들이 드럼프 대통령을 만든 셈이며, 지금도 드럼피쉬한 관료들이 거짓을 일삼는 드럼프 대통령의 방자함을 부추기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제 공은 의회로 넘겨졌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녹을 먹고 사는 선견지명을 자부하는 정객들의 솔선수범하는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국민들의 민의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계도하기 위해서는 한 수 앞을 먼저 내다보고 본대로 결행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에 또아리를 틀었다면 적어도 자릿값을 하든지 아니면 적임자를 물색하여 자리를 넘겨야 할 것입니다. 물론 당장 시급한 것으로는, 더 이상의 갑론을박의 빌미를 차단하고 민의가 수렴될 수 있도록 뮬러 특검이 적극 나서서 그 동안의 수사 결과를 소상하고 진솔하게 증언함으로써, 그간의 흘린 땀이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정쟁의 소도구로 하찮게 전락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리고, 미국을 미국답게 [강하게] 하는 길은 결코 어렵고 험한 길이 아닙니다. 흰 것은 희다하고 검은 것은 검다할 수 있는 진정성(integrity)과 그로부터 나오는 담백한 용기 곧 담대함(confidence)이면 충분합니다. 소망하기는 거만한 트럼프 대통령이 있어서 겸손한 뮬러 특검이 더욱 빛나고, 약삭빠른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있어서 우직한 뮬러 특검이 더욱 빛나게 되는 역설과 반전이 미국의 핵심가치를 재확인하고 미국민들의 위대한 건국정신을 DNA로 내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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