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의’가 유대인을 죽였다(?)
‘칼빈주의’가 유대인을 죽였다(?)
  • 양재영
  • 승인 2019.05.07 0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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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증오범죄…칼빈주의가 배경
존 어니스트, 보수 장로교 교인...아버지는 장로

샌디에이고 근처 유대교회당에서 ‘증오범죄’ 성격의 총격 살인을 한 용의자가 성명서를 통해 발표한 신학적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주장의 대부분이 개혁신학의 중심인 칼빈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북쪽으로 약 30여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도주하다 자수해 잡힌 용의자 존 어니스트(John Earnest, 19)는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 마지막 날에 모인 군중들을 표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인해  예배에 참석했던 60대 여성 한명이 사망하고, 랍비와 어린이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존 어니스트(좌)와 존 칼빈(우)
존 어니스트(좌)와 존 칼빈(우)

문제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재학중인 존 어니스트가 사건 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선언문에 유대교에 대한 증오와 함께  칼빈주의를 바탕으로 한 신학적 주장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7 페이지 분량으로 쓰여진 그의 선언문에는 ‘예수의 죽음과 미디어 장악에 이르기까지의 유대인들의 죄악들’을 언급하며, “유대인들은 죽어 마땅하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다”고 주장하는 등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과 ‘성도의 견인’ 등 칼빈주의의 중심 사상이 그의 성명서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미셀 부어스타인은 ‘무장된 칼비니즘’이란 글을 통해 신학적 관점이 이번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어스타인은 “핵심은 어니스트가 그의 선언문을 통해 치명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분명 그가 다니는 교회의 보수적 칼빈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구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어니스트는 칼빈의 5대 강령(TULIP) 중 ‘무조건적 선택’과 마지막 강령인 ‘성도의 견인’(Preservation of the Saints), 즉 ‘한번 구원받은 사람은 영원히 구원 받는다’는 교리를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어니스트의 선언문의 일부이다.

“내가 기독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선택하셨다. 그 아들이 나를 구원하셨다. 그리고 성령께서 나를 지키신다.”
(I did not choose to be a Christian. The Father chose me. The Son saved me. And the Spirit keeps me.)

“하나님은 왜 내가 이런 일은 했는가를 이해하신다. … 모든 족속의 그리스도의 형제들에게 말한다. 담대하라. 비록 사탄과 마귀에 의해 영감을 받은 유대인들이 그들이 쏟아낸 죄와 악행으로 너의 영혼을 더럽히려고 하지만, 기억하라. 너는 그리스도 안에서 안전하다.”
(My God understands why I did what I did. … To my brothers in Christ of all races. Be strong. Although the Jew who is inspired by demons and Satan will attempt to corrupt your soul with the sin and perversion he spews — remember that you are secure in Christ.)

그는 이외에 그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임을 강조했다.

“나의 구원은 나의 행함이나 내가 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뜻에 의해 이뤄진다.”
(My salvation was based not on my actions or lack of sin but on God’s will.)

그의 신앙의 배경엔

'이신칭의'와 '구원의 확신'이 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어니스트의 신앙의 배경엔 ‘이신칭의’와 ‘구원의 확신’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성명서의 두 가지 주제를 말하자면, ‘성경 서사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의 죄’와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어니스트는 주류 장로교단의 급진주의에 대항하기위해 설립된 미국의 작은 복음주의 교단인 ‘정통 장로교회’(Orthodox Presbyterian Church) 소속 교회의 교인이었다. 그의 부친은 이 교회의 장로였으며, 그는 매주 정기적으로 이교회를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의 목사인 미카 에드몬슨 목사도 성명서를 통해 ‘교회가 어니스트 신앙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했다.

에드몬슨 목사는 “우리가 어니스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우리 교회 가운데 존재하는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에 의해 급진화되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단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교단은 성명서를 통해 “반유대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용의자에게 동기를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 대한 배척과 인종차별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가족 역시 이번 사건은 가족의 신앙과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어니스트의 부모는 “다섯 남매 중 한명인 어니스트의 신앙은 우리의 신앙과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행동에 경악했고, 그의 성명서에 나타난 반유대주의와 백인우월주의는 우리 가족으로부터 배운 신앙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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