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가 과연 미국을 구원해 낼 수 있을까?
뮬러가 과연 미국을 구원해 낼 수 있을까?
  • 권영석
  • 승인 2019.05.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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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미국의 민주주의를 구원해 낼 것인가, 아니면 빌 바 법무부 장관이 뮬러 특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 내고 '위기' 상황에서 그를 구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워싱턴 정가의 절박한 상황을 수습하고 미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결정지을 한 수는 다시 뮬러에게 주어졌다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워싱턴 정가는 물론 미국민 전체의 관심은 이제 뮬러의 입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빌 바 법무부 장관은 어떻게든 뮬러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차단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트럼프를 구출하고자 안깐힘을 쓰고 있고, 반대로 의회는 밥 뮬러의 진실된 입을 여는 데에 마지막 승부수를 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밥 뮬러 특검(사진:CNN 방송 갈무리)
밥 뮬러 특검(사진:CNN 방송 갈무리)

백악관 측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이 계속 먹히고 미국민들의 지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결한 애국심으로 뭉쳐진 밥 뮬러의 진실된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영향력을 깎아 내려야만 합니다. 그 [고결한] 이미지에 편승하기 위해 뮬러에게 특검을 맡겼던 미국 법무부가 이제 와서는 그 이미지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과연 빌 바는 트럼프를 뮬러로부터 지켜내고 차기 대선의 가도에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민주당 측에서 보면, 거짓말장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미국의 건국정신과 핵심가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 어떻게든 밥 뮬러의 입을 열어서 진실을 증언하도록 해야 합니다. 빌 바에게 의회를 능멸한 혐의를 씌워서 손발을 묶어 놓은 다음, 뮬러 리포트 원본과 근거자료들을 넘겨받고 나서, 뮬러 자신의 입으로 이를 다시 확증하게 한다면, 대통령 탄핵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는 눈치입니다.

빌 바가 트럼프를 뮬러로부터 끝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뮬러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트럼프로부터 건져내어 다시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막장 현실 정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정치적인 '소음'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미국인들도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는 드라마의 결말은 단연코 놓칠 수 없게 된 셈이지요. 이제 곧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 엔딩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현재로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쁜 밀땅의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라 하겠습니다.

빌 바 법무부 장관의 트럼프 구출을 위한 작전은 두 가지로 축약된다 하겠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지나친 언행심사가 비록 거슬리고 덕스럽지 못한 것(Offensive)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범죄 행각처럼 부각되는 것(Criminal)은 현직 대통령의 직책과 그에 부여된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뮬러 특검을 마치 무슨 "포청천"이라도 되는 양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실제로 뮬러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그를 폄하하는 작전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 작전은 그야말로 궁색한 처지에 몰린 쪽에서 마지막 배수진으로 써먹을 수 있는 소극적이고 얄팍한 전략으로 수사 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지극히 좁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평가의 기준을 가장 하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그 시험대를 통과하겠다는 심산인 셈이지요.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에 전혀 걸맞지 않지만, 일단 탄핵은 면해보자는 꼼수에 불과하다 하겠습니다. 만일 그리된다면,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가 아니라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다"가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과 공화당은 빌 바의 이런 작위적 해석이 마치 무슨 대단한 변명이나 정당화의 빌미가 되는 양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부각시키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No Collusion, No Obstruction"을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되는 양 외쳐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색어린 허세와 심지어 역공까지 펼치려 드는 거드름이 이런 하향조정된 기준에 근거한 것임을 실은 누구보다 법무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고, 어쩌면 허세가 그만큼 당당해 보이는 것은 그 내용물에 해당하는 것은 그만큼 볼 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반증인 경우가 많은 법이지요.

과연 빌바 법무부 장관은 뮬러 특검의 신뢰도와

친구의 우정마저 배신하면서까지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두 번째 전략은, 빌 바 장관은 자신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밥 뮬러의 인격(character)이 그 정도로 신뢰할 만한 것은 못 된다는 식으로, 그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특검의 위상을 격하/축소시킴으로써, 마치 최종적인 판단의 권한은 자신에게 있음을 정당화하면서 "무혐의 종결 선언"을 끝까지 밀어 붙이겠다는 심산입니다. 4쪽 짜리 요약본으로 특검 보고서의 최종적 결론을 대체하고자 했던 무모한 시도 직후에 나온 뮬러의 항의 편지를 '신경질 섞인 볼 멘'소리(snitty)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묘사한다든지, 특검은 애초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맡을 권한이 없었으며 나아가서 아예 출범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식의 깎아내리기 식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속들여다보이는 "논점을 이탈한 오류"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특검의 수사/조사 결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공조/방조설 문제나, 수사에 대한 외압이 사실이었느냐 하는 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로, 특검의 위상이나 참여한 검사들의 인격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관심의 초점을 돌리면서 기존의 입장인 "No Collusion, No Obstruction"을 은연 중 각인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비본질로 본질을 덮여 보려는 전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바야흐로, 의회는 물론 미국민들이 빌 바의 이런 [꼼수] 작전에 말려들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이 꼼수의 허울을 벗겨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빌 바의 작전이 먹힌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구출되겠지만,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은 이후로 긴 시간을 거짓말장이 대통령에 놀아난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 곧 진실이자 정의라는 궤변이 더욱 성행하는 병든 사회로 추락할 것입니다. 반대로 빌 바의 작전에 숨겨진 꼼수들이 또 다른 음모(conspiracy)였음이 드러나게 되면 비록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과 허세에 쩔은 인물로 불명예스럽게 도중하차(내지 1차 임기로 마감) 하게 되겠지만, 미국은 3권 분립 시스템에 기반한 민주주의 정신이 여전히 건재하는 정의로운 사회임을 도리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에 곁들여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는, 과연 빌바 법무부 장관은 뮬러 특검의 신뢰도와 친구의 우정마저 배신하면서까지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이며, 그의 인간됨을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빌 바 자신의 명성도 그리 나쁘진 않았던 편이며, 요직을 두루 거쳤던 베테랑 법조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의 명성과 가문의 명예를 위험스런 도마 위에 올려 놓으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하려는 자가당착적인 행동을 과연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의인을 위하여 죽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는데, 빌 바 법무부 장관은 거짓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륜과 평판을 다 쏟아 붓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아무리 악한이라 해도, 하나 뿐인 자신의 목숨을 거짓과 불의에 바치려 하지는 않는 법입니다. 진리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사람들은 그래도 더러 있겠지만, 거짓과 불의를 위해 자신의 마지막 남은 것을 희생하려는 경우는 [사적으로 큰 신세를 졌거나 은혜를 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찾기 힘든 법입니다. 더군다나 법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무부 전체를 총괄하는 직책상의 권위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빌 바 법무부 장관의 숨은 동기나 의도를 드러내는 것 역시 이번 드라마에 숨겨져 있는 볼거리이자, 미국 민주주의/관료주의의 건전한 발전과 미국민의 민도 함양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세기적인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예단할 수 없겠지만, 그 결과와 상관 없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주자인 미국의 건국 정신과 핵심 가치를 재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뒤틀린 논리 곧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의 허상/참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막장 드라마도 그런 대로 볼 만하다 하겠습니다. 거짓과 불의가 당장은 득세하는 것 같고 진실과 정의는 도리어 무력해 보일지라도 역사와 시간은 결국 진실과 정의 편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믿음의 눈으로 이 [막장] 세상을 바라보고 또 때로 녹녹지 않은 상황에서도 [거짓과 불의의 실상을 드러내시기 위해 묵묵히 두고 보시면서 오래 참고 인내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가운데] 인내와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막장 드라마 같은 세상을 그저 바라볼 뿐만 아니라 도리어 믿음으로 살아내고 도전해야 하는 믿음의 자녀된 우리들의 바른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Thy Kingdom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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