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목사는 애초에 잘못된 길이다
스타목사는 애초에 잘못된 길이다
  • 최태선
  • 승인 2019.05.19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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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장례식에서 조카를 만났다. 나이가 오십이 훌쩍 넘은 조카다. 그는 얼마 전 일산에 '쭈꾸미 명가'라는 식당을 차렸다. 교수인 그가 백세 시대 나머지 오십 년을 준비한 것이란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는 요리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장례식 방문 후에 그는 후포항 근처에 있는 국수집을 갈 것이라 했다. 해풍국수집으로 전에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는 집이다. 국수집을 하나 더 열기 위해 계약차 그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국수집 개업을 위해 치밀한 준비를 마친 후 최고의 국수를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하러 간 것이다. 그는 전국의 맛집들을 순례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만일 내가 목사가 되지 않았다면 조카가 걷고 있는 길을 나도 걸었을 것이다. 나 역시 요리에 관심이 많다. 소질도 있다. 어제는 아내와 딸이 인터넷으로 열무얼갈이 김치를 팔자고 했다. 내가 만든 열무얼갈이 김치가 알맞게 익었는데 그걸 먹으며 한 말이다. 열무얼갈이 김치는 처음 해보았다. 얼마 전 큰딸이 나와 아내를 가평에 있는 휴양림으로 데려갔다. 남편이랑 그곳엘 갔었는데 피톤치드가 나오는 숲이 너무 좋아 우릴 모시고 다시 오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는 길에 중간에서 춘천닭갈비를 먹었다. 동네 전체가 닭갈비집이다. 닭갈비 옆에 열무얼갈이 김치가 나왔는데 딸이 그것이 맛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만들어주기로 약속을 했다. 내가 열무얼갈이 김치를 만들게 된 동기다. 그렇게 만든 김치를 우리 집을 방문했던 제주도에 사는 동생에게 맛을 좀 보라고 조금 싸주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김치 냄새는 막을 수가 없다며 아주 조금 단단히 싸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아주 조금 싸라는 걸 아내가 몇 젓가락을 더 담아주었다. 국물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국물도 넉넉히 넣어주었다. 이튿날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첫 마디가 김치가 맛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치를 좀 많이 담아올 걸 그랬다고 해서 함께 웃었다.

나는 열무얼갈이 김치를 처음 담아보았다. 사실 열무얼갈이 김치만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음식을 먹은 사람들에게 늘 이런 말을 듣는다. 그냥 공치사가 아니다. 비록 모양은 파는 음식처럼 멋지게 만들지 못하지만 비슷하게 맛을 낼 수는 있다. 내가 여자였다면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질도 있지만 나는 이런 일들을 섬김을 위한 준비로 생각한다. 오래 전 교회 식구들 가운데 음식점을 하는 이가 있었다. 나는 그분을 섬기기 위해 그분을 도왔다. 메뉴도 개발하고 맛도 감식해주었다. 서빙이나 설거지는 기본이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도 해주었다. 나는 목회를 설교나 하고 거들먹거리며 가르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목회의 초점은 교인들이 가장 생생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단순히 돈만이 목적이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에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이끌어주고 섬기는 것이다. 나는 예배의 궁극적인 목표를 생생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졌든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잘 활동하도록 돕는 역할이 내 목회의 초점이라는 말이다.

목사는 결코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스타목사는 애초에 잘못된 길이다. 목사는 성도들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에서는 물론 자기 분야에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을 세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내 목회의 주안점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정원사인 교인이 있으면 나는 정원에 대해 공부하고 정원 일을 배운다. 나아가 그가 더 큰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생태와 환경과 창조의 목적 등에 관한 지식은 물론 관련 서적들도 소개해준다. 그가 창조의 계획된 방향으로 잘 나갈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고든 코스비 목사
고든 코스비 목사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의 많은 직업들에 그렇게 반응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어렵지 않다. 나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따라 전체 교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교회를 꿈꾼다.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사랑하면 그것이 가능하다. 물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교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 핵심이다. 교인이 많으면 안 된다. 교인이 많으면 목사가 스타가 되고 지배하고 군림하는 세상의 대인처럼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에서 목회자는 성도를 섬기는 사람이다. 성도들을 사랑해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형교회에서는 그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재록처럼 자기교회 여성도들을 제 맘대로 유린하는 진시황제가 된다. 오정현처럼 더 커지려고 안달이 나 온통 자기인생을 거짓으로 도배하는 미화부장이 된다. 김삼환처럼 비자금을 만들고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자살을 하도록 만드는 재벌이 된다. 모두가 목사가 주인공이 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 목사는 결코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하나님이 주인공이 되셔야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가 아니다. 교회의 성도들이 자기 분야에서 스타들이 되어야 한다. 목사가 할 일은 교인들이 스타가 되도록 돕는 것이며 스타가 된 목적이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한 것임을 자기 삶으로 본이 되어주는 것이다. 목사는 흙을 담는 화분처럼 성도들이 꽃으로 피어나게 한 후 다시 사용되거나 깨어져 버려져야 한다.

얼마 전에도 빵을 만들어다 준 사람에게서 목사님은 재주가 참 많으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재주가 많은 것이 아니다. 내가 섬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어린 자녀들이 있고 그 자녀들을 위해 이틀 동안 하루는 과자를 만들고 하루는 빵을 구웠을 뿐이다. 그것도 재주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하지 말라. 더듬거리며 만든 것이다. 사랑은 위대한 창조의 출발점이다. 사랑하면 못할 일이 없어진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내 자랑을 하려는 것이 정말 아니다. 목사는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사가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알려지지 말아야 한다. 나는 목사 중에 고든 코스비 목사님을 가장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서 고든 코스비 목사님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세이비어교회의 목사님이셨다. 그 교회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교회 목사님이셨던 고든 코스비 목사님의 이름은 잘 모른다. 베드로처럼 말이다. 나대던 그가 소리 없이 섬기는 사람이 되어 이름 없이 사라졌을 때 주님은 그를 반석으로 삼아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다.

목사는 베드로처럼, 고든 코스비 목사님처럼 주님이 교회를 세우실 수 있는 이 시대의 반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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