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기억하는 건...
그를 기억하는 건...
  • 최태선
  • 승인 2019.05.23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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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재수사의 추이를 보면서 권력의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 이유를 하나, 하나 설명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세상의 면모다. 신학자 마커스 보그가 말하는 ‘문명의 정상성’이다. 새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드러진다. 그는 대통령으로 그 권력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가 이루어낸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건 그의 도전 자체가 귀중하기 때문이다.

어제 김제동의 토크쇼를 보았다. 유시민과의 대담과 중간 중간 시민들의 인터뷰와 지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과 일화들을 화면으로 보았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의 꿈이 하나님 나라와 닮았고 그 꿈을 향한 그의 행보가 오롯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꿨다. 반칙을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승리한 자도 권력에 함몰되지 않고 횡포를 부리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그가 꿈꾸던 세상의 완결판이 하나님 나...라라고 나는 확신한다. 어쨌든 그의 그런 오롯한 행보는 오늘도 그를 기억하고 존경하는 이들에 의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의 그런 행보를 보며 나는 깊은 동료의식을 느꼈다. 내가 가는 길이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권력을 지향했다. 그러나 나는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완전히 무력해지는 길을 가고 있다. 그가 미친 사람이었다면 나는 도대체 뭘까. 이 세상 단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무모한 행보를 나는 가고 있다. 그러나 아는가. 그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맨몸으로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허황된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그 허황된 꿈을 가지는 것이 하나님 백성들이다. 그 꿈을 이루시는 이도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간다.

나는 어제 한 페친의 담벼락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세상은 우파로도 좌파로도 변화되지 않는다. 세상은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으로 변화된다.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바뀐 사람들의 무리, 교회를 통해 변화한다."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대체적으로 위 내용을 클리셰나 기만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과연 위 내용이 단순한 상투어나 기만에 지나지 않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며 오늘까지 달려왔고 또 내 남은 삶 동안 그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나는 내가 노무현 대통령처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도전을 이루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한 모든 노력들이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일부분, 아주 작은 일부분을 이루는 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노력은 땅에 떨어진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나의 쓸모없어 보이는 조그만 실천들을 당신의 나라의 일부로 승화시켜주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다. 아무런 변화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실천을 계속할 수 있다.

주님은 자신을 핍박하던 바울에게 나타나셔서 그를 변화시키신다. 주님은 바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일어나서, 발을 딛고 서라. 내가 네게 나타난 목적은, 너를 일꾼으로 삼아서, 네가 나를 본 것과 내가 장차 네게 보여줄 일의 증인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행26:16)

바울만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바울처럼 일어선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히지 않고 일어서 악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일어서라고, 발을 딛고 서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그분이 우리와 함께 싸우실 것이라는 약속이다. 우리는 그분의 영을 받아 그분이 꿈꾸시던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는 어버이날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노인에게 작은 선물 상자를 보내드렸다. 그런 분은 세상에 많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분을 위해 나는 내 적은 용돈으로 선물을 사고 꾸리고 보내드렸다. 전철역을 나올 때면 늘 ‘빅판’을 찾는다.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주변에 노숙자 선생님이 안 계신가 두리번거린다. 언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내 작은 노력으로 덜 외로워질 수 있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일을 한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해지는 길을 간다.

그럼에도 나는 확신한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여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은 내게 당신의 일을 계속하라고 채근하신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꿈이며 그 꿈이 내 꿈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바울처럼 주님이 불러일으키신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 사람을 어둠 가운데서 건져 빛으로 돌아서게 하는 일이며 자신만을 위해 살던 이들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거룩한 삶으로 초대하는 일이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오직 유일한 길이다.

페친의 담벼락에서 보았듯이 그 일은 가나안 교인들은 물론 목사들까지도 빈정거리는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나의 투지를 불태운다. 내가 가는 길이 소수가 가는 길이며 진리의 길임을 확신시켜주기 때문이다. 물론 어리석다거나 무모하다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허경영이가 말하는 것보다 더 허황되게 보일 것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러나 성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런 꿈을 꾸고 그런 환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미 예언한 바 있다.

나는 주님이 나를 불러 일으켜 세우셨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나님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 내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맙다. 무모한 도전을 한 그분께 갈채의 박수를 보낸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더듬거리며 유세연설을 하던 그 모습이 내겐 큰 힘이 된다. 그에게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오늘도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는 주님의 기도를 읊조리며 그 길을 간다. 하나님의 꿈을 마음에 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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