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기총을 '한국 교회'라 호명하는가
누가 한기총을 '한국 교회'라 호명하는가
  • 김기대
  • 승인 2019.05.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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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을 후원하는 한기총에 속한 일부 교회 목사들을 싸잡아 ‘한국 교회’라고 호명한다. 하지만 이 명칭은 틀렸다. 막말을 일삼는 그들이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고 우길 때 반대 진영에서 보여주어야 할 태도는 실소(失笑)여야 하는데 반대 진영에서 조차 그들을 ‘한국 교회’라고 호명함으로써 그 망언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비기독교권의 비판에서 나오는 한국 교회 호명은 잘 몰라서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기독교권에서 비판용으로 하는 ‘한국 교회’ 호명은 그들은 전광훈 류에 속해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하는 왜곡된 순혈주의에서 나오는 면피성 발언이다.

이러한 왜곡된 순혈주의는 역설적으로 한기총을 실체화함으로써 힘을 실어주고 교회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그 모임'을 상대해야 할 ‘존재’로 각인시킨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가 없는 허상이고 일회용 대체물이고 노인정 고스돕판의 100원짜린데 왜곡된 순혈주의자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일단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개교회주의이기 때문에 교회 연합단체의 구속력이 약하다. 교단이 연합단체에 가입되었다고 해서 개교회가 연합단체의 지시를 따를 이유가 없다. 장로교의 경우 노회가 단위조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같은 지역에서 자주 마추져야 하는 교회들끼리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교회들이 교단의 눈치는 볼 수 있어도 연합단체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 주류교단들이 교회 재산권, 연금 등의 제도 때문에 개교회 목회자들이 교단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한국 교단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도 강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개교회 주의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장로교(PCUSA)가 동성혼을 통과시킬 때 재미 한국인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한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 눌러 앉은 것도 재산권과 연금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교단의 건물 유지 재단이나 연금은 미국 만큼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교단의 위세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통합교단이 명성의 눈치를 보고, 합동 교단이 사랑의 교회 눈치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교단이 이럴진대 연합단체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한기총이 생기기 전 한국 교회의 대표 기관은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NCCK)였다. 한기총이 생기면서 경쟁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 기독교 교회 협의회 소속 교단은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 구세군, 복음교단, 성공회 6개 교단뿐이었다. 이들의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많은 교단들이 함께 하지 못했지만 기독교 서회, 성서공회, 기독교 방송, 찬송가 공의회 등과는 초록동색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교회 대표성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소외된 이들이 함께 조직한 단체가 한기총 즉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놓고 진보 보수로 양분되었던 개신교 중 보수진영의 교회 지도자들이 박정희 사후 전두환에 줄을 섰으나 이마저 1987년 6월 항쟁으로 설자리를 잃자 1989년 한기총을 조직했다.

특히 1987년 이후 기라성 같은 개신교 진보 지도자들이 전면에 등장하자 보수층의 조바심은 더 커졌다. 문익환, 강원용, 김상근, 한명숙, 박영숙, 박순경, 신낙균, 인명진 등이 통일 운동이나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은 기장 소속이었는데 이 때 예장 통합 소속의 김진홍이나 서경석을 키워 줬어야 했다. 물론 경력에 있어서 선배들의 그것과 비교할만 것이 못되었지만 그들을 방치한 것은 실책이었다. 나는 그들의 ‘전향’ 이유중 섭섭함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믿고 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지만…

전두환 시절에 기장이 싸워 온 공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지만 기독교 교회 협의회가 병풍으로 기장을 지켜줬던 것이 사실이다. 기장의 진보 순혈성이 오늘날 기장도 쪼그라지게 만들었고 기독교 진보연합 운동도 약화시켰다.

1989년, 한국교회협의회가 통일 선언을 발표하려 했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으로 개신교 내에서 통일이 화두가 되자 보수목사들을 중심으로 한기총을 조직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통과를 놓고 기독교 사학의 재산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보수층이 극렬히 반대하면서 한기총은 그 존재 가치를 드러 내었다.

그러나 이후 지나친 정치개입 발언으로 득이 될게 없다고 생각한 이명박 정부의 거리두기로 이들의 활동은 미약해졌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한 2013년 세계기독교 교회 협의회(WCC)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예장 통합과 충돌해 대부분의 주류교단이 탈퇴한다.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은 이후 한국교회 연합, 한국 교회총연합회를 거쳐 2017년 8월 16일 한국기독교연합이 출범했지만 활동은 미약하다.

한국기독교 연합은 활동이 미약하고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가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을 알고 황교안은 고육지책으로 한기총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기총은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군소교단들과 자신들이 속해있던 대형 교단은 이미 떠나고 명패를 지키고 싶은 역대 회장만이 남아 있는 단체다. 한국 교회 전체가 보수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에 다수의 말없는 보수들은 전광훈을 일단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 보다가 여차하면 버릴 카드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한기총을 찾은 황교안 대표(사진:뉴스1)
한기총을 찾은 황교안 대표(사진:뉴스1)

황교안은 바보가 아니었다. 옆자리에 앉은 전광훈의 극찬에 표정이 밝지 못한데다가 언론사가 와 있으니 말을 조심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다. 그 자리가 불편하다는 말이다.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에서 합장을 거부하던 비장함도 없이 불편한 표정만 지었다. 황교안과 달리 김무성 김문수는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의 교회까지 출석한다. 이들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법요식에서 황교안의 행동을 나무라던 조계종의 성명에 대해 한기총은 좌파 운운하며 조계종을 비판했다. 그러나 황교안의 자신의 행동이 부족했다며 불교계에 사과했다.

한기총을 방문한 황교안을 전광훈은 계속 장로라고 부른다. 알려져 있다시피 황교안은 성일 침례교회 전도사다. 전도사 따위와는 말을 섞기 싫다는 전광훈의 속내가 드러나는 호칭이다. 그런데 이건 대단한 결례다. 침례교에서는 장로 제도가 없는 것이 자랑이다. 일부 침례 교회에서는 신분상승욕구를 가진 평신도들 때문에 장로 제도를 운영한다고는 하나 성서 이외에 어떠한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로 교회를 운영하는 것이 침례교의 기본 정신이다. 거기다 대고 장로라고 부르는 교회사에 무지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이 한기총이다.

한기총이 이런 단체다. 한기총을 마치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처럼 인정하는 발언은 설사 그들을 비판하는 진보진영의 것이라 할지라도 김무성이나 김문수 수준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면 개신교인을 외면할 수는 없고 한기총과는 말 섞기 싫은 더불어 민주당 정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행여 한기총이 한국 교회 대표기관인줄 알고 그들의 표를 얻으려는 마음에 한기총을 방문하면 망신만 당하고 지지 세력의 이탈을 불러올수 있다. 다가오는 큰 선거는 2020년 총선일 터인데 당지도부는 전통적 연합기관이면서 우군인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를 방문하면 된다. 기독교 교회 협의회도 너무 순혈주의에 경도되지 말고 소속 교단에서 비교적 유명한 목사들을 동석시키는 것도 좋다. 평신도들은 교회 연합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기독교 교회 협의회를 방문한 것으로만으로도 교회에 예의를 갖추었다는 효과는 준다. 

글이 원래 목적과 달리 선거 마케팅처럼 이상해졌다.

본래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한기총을 입에 담지도 말고 그냥 무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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