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예수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 양재영
  • 승인 2019.05.3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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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언어인 ‘아람어’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보도 되었다.

‘예수의 언어’ 또는 ‘신의 언어’라 불리던 아람어는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5∼10년 안에 멸절될 것이라고 AFP는 28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보도했다.

AFP는 “시리아 서부의 말룰라 등 초기 기독교 정착지에서 일상 언어로 2천년 넘게 사용되어 오던 아람어는 내전으로 말미암아 5∼10년 안에 멸절돼 라틴어처럼 더는 쓰이지 않는 죽은 언어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서부에 자리잡은 말룰라 지역은 초기 기독교 수도원과 교회가 보존된, 시리아 기독교의 상징적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터진 시리아 내전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2013년 수니파 반군이 말룰라를 장악하면서 기독교 주민들은 수도인 다마스쿠스 쪽으로 달아났다. 이후 시리아군이 말룰라 일대를 탈환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돌아왔지만, 아람어 교육센터 등은 문을 닫았다.

현재 주민들의 80%는 아람어를 할 줄 모르며, 아람어를 할 줄 아는 나머지 20%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말룰라 촌장 엘리아 탈랍(80)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천년 넘게 그리스도의 언어를 유지했지만, 지금 우리는 지상에서 그말을 할 줄 아는 영광을 가진 마지막 사람들이다"며 아람어가 사라질 위기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 지방 사람들이 히브리어를 썼으며,

갈릴리 지방 사람들은 주로 아람어를 사용했다

유대인인 예수그리스도는 생전에 약간의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썼다고 전해지지만, 아람어를 주로 썼다는 게 정설이다.

셈계(Semitic) 언어인 아람어는 비옥한 지대인 북시리아 평야에 정착했던 아람 민족의 말로, 기원전 10세기 전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페르시아만, 시리아, 이란, 팔레스티나 등 근동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사용하던 공용어였다.

예수 공생애 시대에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지방 사람들이 히브리어를 썼으며, 갈릴리지방 사람들은 주로 아람어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아람어로는 ‘아빠’(abba, 막14:36), ‘골고다’(27:33) 등이 있으며, 회당장 야이로의 죽을 딸을 살리실 때 말하셨던 ‘달리다굼’(막5:41),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외쳤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막15:34) 등 역시 아람어이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용하는 말은 모두 아람어이다.

아람어는 이후 사용인구가 크게 줄었지만, 현재까지도 시리아 서부의 말룰라 등 초기 기독교 정착지에서는 일상 언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2천년 넘게 이 땅에 뿌리내린 아람어가 시리아내전으로 몇년 안에 멸절돼 라틴어처럼 더는 쓰이지 않는 죽은 언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교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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