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오정현
삼성과 오정현
  • 최태선
  • 승인 2019.06.04 06: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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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친이 사랑의교회 헌당식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의 메시지를 올렸다. 그것을 보고 거기에 가나안 농군학교와 예수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페친이 거기에 분노를 표했다. 페친들은 축하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주님보다 돈과 권력이란 세상의 힘을 사랑할거라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그동안 제게 당신의 정체성을 숨기느라 힘드셨지요? 당신의 이름과 보낸 축하 메시지 잊지 않고 꼭 기억하겠습니다.”

“이것이 예수원 전체의 의견이라면 나는 예수원조차 내 마음에서 지워야겠다. 돈 앞에 무릎 꿇은 그곳에서 희년을 외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예수원에서 희년 학교를 한다는 게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맘몬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는 희년을 맘몬의 제단인 사랑의 기업의 세워짐을 축하하는 그곳에서 한다는 것이 마땅치 못하다.”

나는 이분들의 분노를 이해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분들의 이런 판단과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먼저 사랑의교회 헌당식에 축하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주님보다 돈과 권력이란 세상의 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단정은 지나치다.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돈과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있는가. 그러면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 본인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가. 주님을 돈과 권력보다 더 사랑하는가. 나는 이 대답이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돈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제할 수 없고 권력 역시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은 유혹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언제든 나를 사로잡을 수 있고 나는 그것들에 언제든 기꺼이 사로잡히는 존재이다. 바울은 그런 자신을 사망의 몸이라 칭했다. 나는 나 역시 그 사망의 몸을 가진 존재임을 늘 깊이 통감한다. 그러나 바울이 그 말을 한 이후 곧 승리의 선언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사실에 깨어 있는 동안 주님은 이길 힘을 주신다. 내가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 나는 도로 사망의 몸이 된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많다.

여기서 삼성을 말하고 싶다. 삼성은 권력을 가진 여당 정치가들에게만 정치자금과 떡값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양측 모두에게 돈을 준다. 그들은 언제든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삼성은 줏대가 없는 기업인가. 아니다. 삼성은 분명한 자신들의 관점과 철학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과 철학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 있다. 어쩌면 그들 자신들조차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돈이다. 그들은 돈을 신봉하는 맘몬 숭배자들이다. 그들은 돈을 신앙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돈의 전능함을 믿고 돈을 숭배한다. 그래서 그들은 돈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영원한 삼성맨이 된다. 삼성에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나 삼성에서 광고를 실어주어야 운영이 가능하거나 유리한 언론은 장학금을 받은 삼성맨들보다는 좀 낫지만 그들 역시 삼성에 등을 돌리거나 매몰찬 태도를 취하기가 어렵다. 받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드시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아도 돈이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대학시절 나는 고민한 적이 있다. 삼성 장학금을 신청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때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한 분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분은 내게 개의치 말라고 했다.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고 삼성맨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학비조달이 막막한 딸에게 신청을 하지 말자고 했다. 삼성의 돈 철학이 불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내가 그것을 신청하는 것은 더 불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게 고민하지 말라던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분의 충고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도 우리는 세상 속에 있다. 그것은 곧 우리가 돈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돈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일 돈의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돈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그것으로 우리의 존재를 규정한다면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넘어지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털고 일어나 다시 하나님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흔들리고 넘어진 것이 오히려 은혜의 시간이 된다. 그것은 우리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며 그럼에도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그런 우리에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주님의 은혜를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생명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그러한 긴장상태와 모순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욕망을 거슬러 돈을 미워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을 택할 때 하나님은 우리의 사랑을 기쁨으로 받아주신다. 그림자가 없으신 하나님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오직 유일한 가치 있는 예배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두 페친분들에게 사랑의교회 헌당식에 축하메시지를 보냈다고 그들을 정죄하거나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그들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마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나쁜 것은 속아 넘어가 삼성맨이 된 삼성장학생이 아니다. 장학금을 미끼로 공부하려는 학생을 삼성맨으로 만든 삼성이 나쁘다. 마찬가지다. 헌당식 축하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이 모두 사단의 하수인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먹는 오정현이 나쁘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사람은 축하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 오정현이다. 그는 돈과 권력에 함몰된 전형적인 맘몬숭배자이다.

주일이다. 주님은 오늘도 욕망을 거슬러 돈을 미워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을 기다리신다. 그것이 당신을 향한 진정한 예배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하나님을 완성하는 것은 그런 예배를 드리는 그리스도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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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Moon 2019-06-05 14:41:18
오정현은 사탄인가? 천사인가?

sam 2019-06-05 23:21:42
비판하는자는 비판을 받을것이며, 정죄하는 자는 정죄함을 받을것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