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남묘호렌게쿄에 배우라
전광훈, 남묘호렌게쿄에 배우라
  • 김기대
  • 승인 2019.06.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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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묘호렌게쿄’는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의 일본식 발음이며 묘법연화경 즉 불교경전인 ‘법화경’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의미로 일본의 신흥종교 창가학회(創價學會)의 주문(呪文)이다. ‘나무아미타불’이 열반을 바라는 내세적 불교 주문이라면 ‘남묘호렌게쿄'는 법화경의 가르침에 기초해서 불법(佛法)의 정신은 현 세계를 개혁하는데 있다고 믿는 현세적 주문이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은 창가학회의 한국 포교를 중지시켰으나 이듬해 종교탄압이라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한국에서 공식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묘호렌게쿄’는 ‘남묘호랭교(敎)’ 등으로 잘못 불려지면서 주문(呪文)이 종교 명칭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 대중들이 잘못 이해한 이상한 이름으로 조롱을 받았던 터라 우민(愚民) 종교, 왜색(倭色) 종교로 인식되었다. 그 때와 달리 지금 한국에는 서울시 구로구 본부 건물 및 여러 곳에 회관을 소유한 150만 신도(자체 통계)규모의 종단이다.  '경북매일신문', 주간 ‘화광신문’, 월간 '법륜'을 발행한다.

전광훈 목사와 창가학회의 삼색기
전광훈 목사와 창가학회의 삼색기

창가학회는 1930년 11월 18일 마키구치 쓰네사부로와 도다 조세이가 창가교육학설(創価教育学説)이라는 교육철학 전파를 목적으로 니치렌 정종(일련 정종-일본 불교의 대표적 교파)의 신도단체인 창가교육학회(創價敎育學會)를 설립한 데 기원을 둔다. 소학교 교장이었던 쓰네사부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창가)하기 위해 교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모태가 된 창가학회는 현재 일본의 3대 종교에 꼽힐 정도의 교세를 가진 종단으로 성장했다.

쓰네사부로는 자신의 교육철학에 근거해서 신사참배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반대한 죄로 투옥되었다가 1944년 옥사했다. 한국 기독교에서 존경하는 일본 침략기의 신학자인 우찌무라 간조, 가가와 도요히코 모두 국가주의 횡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때 쓰네사부로는 일본의 폭력성과 맞섰다. 한국의 주요 기독교단이 신사참배에 굴복할 때도 창가학회는 거부했다.

‘내안에 부처가 있다’는 전통적인 불교 가르침과 달리 평화와 환경문제에 집중하며 지(知) 행() 학(學)을 통해 현실을 개혁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설파한다. 쓰네사부로와 함께 창가교육학회를 시작한 도다 조세이가 1945년 출감하여 단체명을 창가학회로 바꾸고 조직을 정비한 이래로 현재 192개국에서 활동 중이며 1975년 국제 창가학회(SGI-Soka Gakkai international) 를 창설했다.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알리소 비에호 지역에 1987년 개교한 창가(Soka) 대학은 US News & World Report가 매년 매기는 대학 순위에서 전국 인문계 단과대학 20위권을 유지하는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평화학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소득 60,000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일본에 있는 창가대학교는 한국의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교수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알리소 비에호 지역에 위치한 Soka University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알리소 비에호 지역에 위치한 Soka University

창가학회는 1964년 공명정치연맹(公明政治連盟)을 결성함으로써 현실 정치에 뛰어 들었다. 몇 번의 해산과 분당을 거쳐 1998년 새롭게 출범한 공명당은 현재 일본 자민당과 연정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헌법개정 반대,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민당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지역구에서 8백만표 가량, 공명당은 비례대표에서 6백만표 가량을 더 받았다. 지역구는 자민당을 찍어주는 공명당 지지자의 숫자가 대략 5-6백만은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2017년 7월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공명당이 연정한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49석, 공명당 자민당 각각 23석을 차지했다. 2010년대부터 우경화 등에 반발해 공명당을 지지하지 않는 창가학회원들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2018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창가학회원들은 미군기지 이전, 오키나와 차별 문제 등으로 일본 공산당 등 혁신 세력의 지원을 받은 타마키 데니 후보에 투표하는 등 평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8월 8일 공명당 소속 의원 5명이 한국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 추모비에 헌화했다. 직전인 8월 6일에는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일본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 내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2014년 이후 공명당의 활동은 위키백과에서 인용).

이런 친한국적 행보로 재일한국인들의 창가학회 가입도 1957년 이후 꾸준이 늘어났다. 1963년 한국에 창가학회를 처음 가져온 사람들도 김종식, 박성보 등 재일교포였다.

일본의 창가대학교가 제주대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을 당시 학교측에서는 제주대 사회학과 조성윤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종교사회학에 대한 글을 많이 써왔던 터라 자문을 구했던 것인데 조 교수는 자신도 이름만 들어봤지 자세히는 몰라서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저서 ‘창가학회와 재일한국인’(한울아카데미, 2014년)는 창가학회에 대한 한국의 유일한 연구서라고 할 수 있는데 조교수에 따르면 공명당을 지지하는 재일 한국인들의 열정은 대단히 높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고집해오던 조선 국적을 포기하고 공명당에 한 표라도 더 주기 위해 일본국적을 취득한 재일 조선인의 이야기도 나온다. 

재일 조선인은 분단조국을 인정하지 않고 1945년 이전의 국적과 국호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그들은 일본법에 따르면 무국적자다. 그들은 조선학교를 통해 고집스레 민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교 이름이 '조선'이고 학교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많아 북한이 세운 학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재일 조선인들은  하나의 조선을 바라는 민족주의자들로 자녀들이 ‘무국적자’가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이런 사람들 중 일부가 조선을 포기하고 일본을 택할만큼 공명당은 일종의 난민인 조선국적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다. 

창가학회도 절복(折伏-전도행위)을 통하여 한때는 기성 종교에 대한 비판에 몰두했지만 현재 이런 공격적인 절복은 금한다.

한기총의 전광훈이 연일 막말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보기에 창가학회는 일본의 전통 불교와도 맥을 달리하는 왜색짙은 신흥종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잘못된 명칭이지만 '남묘호랭교'라는 '아스트랄'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면에는 이러한 선입견도 한몫한다. '남묘호렌게쿄'라고 중얼거릴 때 무당의 주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폭력과 혐오를 조장하는지는 최근의 막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장경동은 북한 사람들 하나씩 죽이고 우리도 죽자는 살귀(殺鬼)의 언어를 쏟아냈다. 전광훈은 문재인 대통령을 죽이자며 입에 거품을 물고 내란을 선동한다. 사실 그들만 탓할 수 없다. 동성애,무슬림, 난민들을 향한 기독교인들의 혐오는 상식을 넘어 버렸다.

창가학회가 국가 폭력에 반대할 때 국가폭력의 상징인 박정희 전두환 등이 찬양되고, 그들이 난민이나 다름없는 재일 조선인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때 기독교인들은 난민과 무슬림을 적대시한다. 그들이 원전에 반대할 때 많은 기독교인들은 원전폐기(아직 폐기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가 나라를 망친다고 우기는 세력에 동조한다. 전광훈은 기독당을 만들겠다며 한국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와 똑같은 253명을 지역 책임자로 임명했다. 창가학회가 만든 공명당과 전광훈이 만들겠다는 기독정당 중 어느 정당이 종교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가를 보면 우열, 아니 옳고 그름은 확실히 나누어진다.

빨갱이 죽이자며 폭력을 선동하고, 평화정책에 시비를 거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시절을 살고 있다. 남묘호렌게쿄를 주문으로 외우는 사람들보다 못하니 기독교가 어떤 종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한국 교회는 이제 그릇된 욕망을 벗어버리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평화운동에 나서야 할 때다. 외국에 대학을 세울 정도의 능력이 안되면 각 대학에 평화학 개설을 돕고 난민 무슬림들을 향한 지정 장학금제도를 만들어 보라. 정당을 만들기 보다 '평화'와 '공존'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을 지지하고 혐오에 편승한 정치인들에게 반성을 촉구해보라. 현재 근거없이 우기는 ‘천만신도’가 실제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교이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창가학회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박정희 시절 왜 그렇게 창가학회를 ‘핍박’했는지 이해가 될 듯하다. 창가학회의 ‘반일’사상, 그들이 말하는 평화,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박정희에게는 그의 과거를 들추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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