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과 김정숙, 언론의 '동문' 가설 이제 그만
손혜원과 김정숙, 언론의 '동문' 가설 이제 그만
  • 김기대
  • 승인 2019.06.19 08: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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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손혜원 의원(무소속)이 불구속 기소됨으로써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18일 손혜원 의원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다고 밝혔다. 또한 손의원의 차명재산을 몰수할 계획이라는 기사도 등장하는데 유죄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재산 몰수는 또 다른 재판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언론은 마치 확정된 것처럼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다.

TV조선은 손혜원 의원과 김정숙 여사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면서 그동안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였나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두 사람은 숙명여고 동기동창으로 각별히 친밀한 관계였다고 한다. 전통적인 동창관계를 바라보는 언론과 세간의 시선을 고려한다면 의혹을 제기할만 하지만 두가지 점이 의혹과 충돌한다.

하나는 손혜원을 정치로 끌어 들인 사람은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다. 그는 사사건건 문재인 후보의 발목을 잡던 사람인데 김정숙 여사의 절친인 손혜원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아군을 보강해야 할 입장에서 상대방에 힘을 실어줄 인사를 천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다른 하나는 절친인 두 사람이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겨우 ‘목포’냐는 것이다. 문화거리로서 목포는 ‘부정’으로 주고 받기에는 그 몫이 너무 적다. 하지만 언론이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관계는 거의 박근혜 최순실 급이다. 국민연금에 손을 대고 삼성의 부정을 조장한 박-최의 관계를 김-손 두 사람에게 대입함으로써 부정의 시선을 극대화 하려는 저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에 녹음중인 사람은 본보 기자였던 김성회 손혜원 의원 보자관(사진:오마이뉴스)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에 녹음중인 사람은 본보 기자였던 김성회 손혜원 의원 보좌관(사진:오마이뉴스)

한국 언론의 오랜 폐습인 동문관계의 과도한 강조가 이런 가설과 억측을 낳는다. 동문이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이 가설은 소설에 능숙한 한국의 기자들이 수십년 동안 의지해온 각종 의혹의 보물창고다. 여기에 편승한 일부 정치인들은 이것을 이용해 자신을 과대포장한다.

강효상의원은 조국 민정수석을 국회로 부른 자리에서 조교수와 자신을 하버드에서 동문수학한 관계로 포장한다. 조선일보 기자 시절 연수의 경력도 조국 교수와의 동문관계에 활용하는 강의원의 발언은 언론이 만들어낸 동문 가설에 묻어가기 위해서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관계를 이용해서 미국 대사관에서 기밀을 유출했다.

한국에서 동문의 역사는 조선시대 서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서원은 고급 관리를 배출하는 기관이었고 서원에 따라 노론 소론 등 당파가 나뉘어 졌다. 근대식 교육이 자리잡은 후 서원대신 자리 잡은게 이른바 명문교였다. 일제하 제1 고보, 제 2고보로 시작한 경기고등학교와 경복고등학교는 오랫 동안 한국 인재의 산실이었다. 남북분단 이후 남으로 내려온 이북 출신의 지식인들이 평양고보를 생각하며 만든 서울고등학교가 경복고등학교를 제치고 2위로 뛰어 올랐다. 그밖에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경북고등학교가 부상했으며 그 틈새에 부산고, 경남고, 광주일고가 있었다.

그러나 1977년 첫 고교 졸업생을 배출한 평준화 세대 이후 동문의식은 많이 약화되었다. 평준화 초기 잠시 강북의 신흥 명문고들이 부상하는 듯 했으나 강남과 강북의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면서 강남의 학교들이 명문으로 부상했다. 이제 명문이라기 보다는 ‘학군’ 즉 계층이 미래를 결정하는 신자유주의시대로 접어 들었다. 강남이 강북학생보다 잠재력 노력 등에서는 1.7배 우수하지만 실제 서울대학교 입학에서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김세직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가 그것을 증명한다. 

또한 외국어 고등학교를 비롯한 각종 특목고들이 명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전통적인 3개 명문고에 비해 떨어진다. 첫 평준화 세대가 은퇴기인 60대에 들어섰고 따라서 50대 중심의 고위 관료 사회에서 동문의 응집력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동문 가설은 여전히 좋은 기사거리다.

이번에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에 추천된 윤석열 서울지검장은 서울 충암고 출신인데 정부 고위관료에 만약 충암고 출신이 있었다면 언론은 하나같이 그와 윤검사의 관계를 기사화 했을 것이다. 일면식이 없는 관계라고 해도 윤신임검찰총장 내정자의 개혁적인 능력은 오간데 없이 동문가설이 언론의 좋은 먹이감이 된다.

외국에도 이러한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예일 옥스포드 출신들이 학교 내에서 특정한 모임으로 맺어진 관계가 훗날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있으나 한국처럼 동문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사례는 드물다.  한국언론에서만 유독 동문은 ‘안되는 것이 없는 긴밀한 관계’가 된다.

이 글을 쓰던 중 점심약속이 생겨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LA시간으로 18일 조간 교민 신문에 차기 평통회장 추측기사가 실렸는데 그 기사가 주제였다.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위원은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직책으로 교민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회장은 그 중의 수장이기에 2년 마다 교민사회는 다음 회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각종 추측기사와 영사관 및 한국 평통에 쏟아지는 각종 투서로 몸살을 앓는다. 옆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는 대충 이랬다. “나머지는 다 들러리야. 아무개가 문재인이 경희대 후배잖아. 아무개가 당연히 되지.” 이 말만 들으면 문대통령과 아무개씨가 오래 전 부터 친밀한 유착관계가 있는것처럼 오해하기 십상이다. 

아무개는 차기 평통의장 추측 기사에 오른 다른 인물들에 비해 LA 한인 진보 시민 사회내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로 그동안 통일운동,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 테러방지법 반대 운동, 무엇보다도 박근혜 퇴진 운동 등에 거의 나타나지 않던 인물이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후보 경선시절부터 경희대 출신을 앞세우면서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고 한국의 정치인들과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노출함으로써 그는 ‘대표적’인 LA 진보인사가 되었다.

오른쪽 두번째가  K목사. (사진:MBN  스크린샷)
오른쪽 두번째가 K목사. (사진:MBN 스크린샷)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랑 사진 찍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사진을 보는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동창관계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리고 결국 그의 위상은 분식(粉飾)되어 문재인의 측근으로 인정받는다. 동시에 교민사회에서는 ‘문재인이가’라는 식의 조롱이 지속될 것이다.

아무개씨가 추진력이나 기획력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단점은 아니다. 과거의 이력에만 의존하는 삶도 비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무개라고 하면 문재인의 비호를 떠올리게끔 만든 데는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그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LA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기동창인 K목사가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와 문대통령의 관계도 자신이 엮어 주었다고 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K목사가 대학시절 나란히 찍은 사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다. 자신의 절친이 대통령이 된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K 목사는 그 관계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뿐 어떤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간다. 동문이란 딱 그까지여야한다.

문재인 정부도 인재가 있다면 학교나 출신지역을 고려하지 과감하게 등용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억측 속에서 만들어낸 가설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언론도 동문, 출신지역 등으로 패거리문화를 만들어낸 가설 주장하기를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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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2019-06-23 14:54:34
그리스도인 하늘의 속성을 가졌으면서도 세상의 육신을 지닌 하늘의 자녀들...그러나 이름은 하늘의 그리스도 인들 이란 이름을 가졌으나 실상은 그들의 열매는 심판때 태워질 가라지들 이라는 사실...
거짓 선지자들과..가라지의 자식들..
그들의 허망함은 잠시후면 나타날 그들의 심판이라..
하늘의 기운을 가지지 못하였으므로 태워질 악한 사단의 자식들...
세상을 어지럽히고 하나님의 자녀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악의 자식들...
그들은 세상의 가라지들 자식들이라..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의 이치에 이욕에 빠져 하나님의 나라를 팔아먹는 이 시대의 가롯 유다라..
그들은 심판날 태워지리라...
잠시후면 사라질 육신의 보존을 위하며 허망함을 쫓는 허망한 육신의 자식들...
하나님의 나라에 사라질 자기 세력들..

빤스내려야내신도 2019-06-20 14:43:54
ㅋㅋ 우리 즉, 전 세계 지구인은 모두 노아 가족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혈육인 것을 고작 대학 동문으로 엮냐 ㅍㅍ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