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과연 강간범이었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과연 강간범이었나?
  • 이욱종
  • 승인 2019.06.21 0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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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본지가 보도한 “강간, 그룹섹스...킹 목사의 성적 일탈 공개”라는 기사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교회에서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설교 예화로도 이 기사를 회자했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킹 목사의 성적 일탈에 대한 의혹의 근거는 FBI 파일밖에 없다. 증인도, 다른 증거도 없어왔고 오직 FBI 파일이 현재 유일한 의혹의 근거이다.

이번에 알려진 킹 목사의 FBI 파일은 2017년과 2018년에 공개된 FBI의 존 에프 케네디 파일 (the John F. Kennedy files)에서 우연히 섞여 있던 녹취록이었다 (킹 목사의 주요 FBI 파일은 2027에 봉인 해제될 예정임). 킹 목사에 관한 역사서 중 가장 권위 있는 역사서이자 베스트 셀러 (Bearing the Cross)를 쓴 데이빗 개로우 (David J. Garrow)는 주류 역사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도 이번에 우연히 공개된 킹 목사의 FBI 파일이 신빙성이 있는 것들이라고 주장하고 적어도 킹 목사가 40~50명의 여성을 강간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의 사실에 기반하여 몇 가지 의문들이 일어난다. 과연 FBI 파일은 믿을 만한가?

데이빗 개로우 자신도 한때 킹 목사의 공산주의자들과의 연계성에 관한 FBI 파일은 조작되어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Kristine Phillips, “In the latest JFK files: The FBI’s ugly analysis on Martin Luther King Jr., filled with falsehoods,” The Washington Post. November 4, 2017). 이번 공개된 FBI 파일 역시 누가 작성했는지도 기록되지 않은 킹 목사로 추정되는 인물을 도청한 것의 녹취록 요약들이다. 데이빗 개로우는 FBI 요원들이 킹 목사가 투숙한 윌라드 호텔 근처 방에서 도청하고 있었고 정황들이 신빙성이 있기에 이번 파일은 믿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이 정황에 대한 다음 물음이 일어난다. FBI 파일이 사실이라면 그럼 왜 다른 증거들이나 증인들이 없는가?

당시 킹 목사는 도청뿐만 아니라 24시간 감시의 대상이었고 FBI, CIA, 몇몇 극우 단체들이 킹 목사의 기세를 꺾기 위해 온갖 사생활을 캘 때였다. 옆방에서 킹 목사가 여성을 강간하고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최고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24시간을 도청과 감시를 당하고 암살당하던 날 로레인 호텔의 주변에서 저격범은 수 시간 동안 잠복 대기하였고 심지어 FBI 요원도 근처에 잠복하여 암살당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옆 소방서에서 아예 FBI 요원들이 불침번을 섰을 정도로 킹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노출되어 있었는데 왜 그동안 40~50명을 강간하는 것을 그들은 못 본 것일까 아니면 묵인한 것일까? 킹 목사가 윌라드 호텔에서 강간을 하였고 FBI 요원들이 실시간 도청했다면 FBI 요원들은 강간범 킹 목사를 체포할 절호의 기회를 방관했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도청이 불법이라지만 왜 이들은 킹 목사의 강간이나 간통의 증인 하나 확보하지 못하고 결정적 사진 한 장 남겨 놓지 못하고 역사 속에서 조작되어왔고 날조되어왔던 FBI 파일에 녹취록의 요약들만 남겨 놓았는가? 수사력 부족인가?

영화 셀마에서 FBI가 킹 목사에게 보낸 자살편지 (suicide letter)를 킹 목사와 그의 부인 코레타 스캇 킹, 그리고 몇몇 동료들과 녹취 테이프를 들으면서 킹 목사는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외도를 하는 목소리가 담긴 녹취 테이프와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차라리 자살하라는 자살편지가 배달된 것은 사실이고 킹 목사가 그의 부인에게 한 말은 영화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인데 이 장면은 FBI가 얼마나 킹 목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데이빗 개로우의 주장이 사실이고 FBI 파일이 킹 목사의 강간현장을 도청한 실제 녹취록이라고 한다면, FBI는 벌써 증인들과 다른 증거들을 확보하고 킹 목사를 시민권리운동 (civil rigts movement)에서 끌어내고 자신들의 유리한 정치적 입장을 얻어내었을 것이다. 특히 우파들의 전국적 지지를 얻고 킹 목사를 끌어내려고 몸부림쳤던 제이 에드가 후버 (J. Edgar Hoover) FBI 부장이나 윌리엄 설리반 (William C. Sullivan) 국장은 자신들의 평생 정치적 기반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들을 몇 번이나 알고도 일부러 놓친 것이 된다.

당시 킹 목사와 그의 시민단체 남부기독교리더쉽연합 (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A. G. Gaston 이라는 A. G. Gaston 모텔의 사장의 지원으로 어디를 가든지 A. G. Gaston 모텔의 방을 무료로 빌려 썼고 회의 장소로도 이용했다. 멤피스에서 살해당할 때도 Loraine 호텔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장 덕에 방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 모텔들을 이용한 것은 잘 알려진 모텔 암살현장 사진에서 보듯 미국의 많은 모텔의 구조와 같이 방들의 문이 발코니에 있어서 밖에서 누가 들어가고 나오는지 다 알 수 있는 모텔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항상 도청과 감시를 받던 킹 목사 일행들은 일부러 FBI 요원들에게 자신들의 행적을 떳떳하다고 노출 시켰고 도청 사실을 알고도 감출 것이 없다며 도청을 당했고 알리지 않고 싶은 일들은 은어나 메모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했다고 한다.

도청과 감시를 다 알면서도 40~50여 명의 여성을 강간했고 다른 성적 비행도 일삼았다면서도 현재까지 어설픈 녹취록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킹 목사의 증거 인멸 능력과 도청과 감시를 피하는 능력은 FBI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27년에 FBI 파일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나 녹취록의 신빙성을 밝히는 데는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이다.

킹 목사의 성 스캔들에 대해 평생을 함구했던 그의 아내 코레타 스캇 킹은 최근 출판된 그녀의 자서전 My Life, My Love, My Legacy (말콤 엑스의 자서전과 같이 본인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말한 것을 출판한 것)에서 당시의 자살편지를 받고 들었던 일들을 노년에 회상하며 자신의 견해를 작가에게 밝힌다. 그것은 킹 목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고 (Bernard Lee), FBI가 주장했던 다른 성 스캔들도 증거도 없고 정황도 없는 황당한 것들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FBI가 결백한지 킹 목사가 결백한지 생각해보라고 반문하며 킹 목사가 자신이 아는 한 자신과의 관계에 아무런 불성실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그것을 왜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는지 반문한다 (Coretta Scott King, My Life, My Love, My Legacy: As Told to the Rev. Dr. Barbara Reynolds,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2017), 128-130).

미국 현지에서 킹 목사와 그의 시대의 시민권리운동 (civil rights movement)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논평을 하고 있는 필자도 킹 목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식이나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확한 풍문에 의해 왜곡되어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킹 목사에 대한 이해는 백인들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들이 킹 목사에 대한 왜곡되고 편향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킹 목사를 잘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주로 바다 건너 언론들에 의해 이슈가 되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들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들이다. 보수적인 한국 교회 신도들은 흑인이고 자유주의 성향의 목사이며 설교 강단보다 집회 연설이 더 익숙한 목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망설여질 것이다.

미국 현지인들이 가지고 있는 킹 목사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의 충돌들은 그가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이자 수치인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운동에서 정점에 활동하였으며, 기독교 목사였고, 인종 소수자가 주류사회의 급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민감한 해석들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킹 목사의 친구들 중 몇몇 사람, 그의 가까운 시민운동 동료들 몇몇은 킹 목사가 여성들을 좋아했고 음담패설을 좋아했고 놀기 좋아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었다. 실제로 킹 목사의 가장 측근 운동가였던 랄프 애버너시의 성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들도 있었지만 관련 없다고 재판에서 판결된 바 있다. 필자도 최근 작고한 킹 목사의 60년대 가장 측근 운동가 중 한 명인 도로시 카튼 (Dorothy Cotton)을 인터뷰하면서 묻지도 않았던 말인데 갑자기 킹 목사가 여자 좋아하더라 하며 껄껄 웃던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고작 일부만 공개된 FBI 파일을 가지고 킹 목사가 강간을 일삼으며 외도를 즐겼다고 누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킹 목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확증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타인의 성생활에 대해 이랬다저랬다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만약 2027년에 FBI 파일이 공개되고 증거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다면, 데이빗 개로우가 킹 목사의 명성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파문은 매우 클 것이다. 로자 파크스, 엘라 베이커, 셉티마 클락, 파니 루 해머 등 시민권리운동의 리더들은 킹 목사뿐만이 아니기에 시민권리운동에 대한 명성은 여전하겠지만, 킹 목사 개인에 대한 존경은 매우 줄어들 것이며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링컨과 같이 미국의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는 더없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검증할 수 없는 이 논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바로 데이빗 개로우 이다. 버락 오바마의 전기도 쓴 이 작가는 근거 없는 논란을 일으키는데 유명하며 이슈를 일으켜 베스트 셀러인 그의 책이 더 팔리는 것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킹 목사의 성 스캔들에 대한 가장 현명한 견해는 지금까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 마이클 잭슨이나 오제이 심슨의 스캔들같이 검증되지 않은 이슈들을 만들어 거짓 뉴스의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이 과연 진실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차라리 킹 목사보다 현명하고 주체적인 시민운동가였던 그의 부인 코레타 스캇 킹의 증언을 FBI보다 더 신뢰하며 2027년 후에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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