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좌파 목사님...
내로남불 좌파 목사님...
  • 최태선
  • 승인 2019.06.29 0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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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선거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찍었다. 그가 대통령을 하는 내내 나는 그 사실을 아는 분들로부터 시달렸다. 심지어 내 둘째 누나도 사회가 조금만 혼란해지면 쟤가 노무현 찍어서 그렇다는 말을 했다. 내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대학을 안 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법고시라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스펙이 있지만 그것 역시 법대를 나오지 않고 합격했다는 또 다른 이유를 나에게 제공했다. 그러니까 내가 노무현 후보를 찍은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그래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책으로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는 내 생각대로 소외된 사람들을 가장 많이 챙기는 대통령이 되었다. 퇴임 후 다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그분의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런 그의 실패가 더욱 그를 그답게 만들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답게 명예심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겼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그의 지지자여서도 아니고 그가 속한 정당 때문도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그가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에 가장 부합한 정책을 구현하려는 후보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며칠 전 한 목사님이 조심스럽게 나의 정치적 견해를 물었다.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문빠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요즘은 누구나 정치적인 견해를 묻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우리 사회가 촛불과 태극기로 매우 분명하게 대조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촛불집회를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러나 나는 무조건적인 촛불은 아니다. 촛불 안에는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와 요구가 들어있다. 대체로 비폭력적이고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를 선호하지만 내가 가진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에 역행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언제든 촛불 참여자들의 입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고 해서 무조건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해하려 노력은 하지만 경우별로 찬성과 반대를 분별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방식에 부합한 정책이 실현되는 일에는 찬성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회의 요구에 의해 그 반대의 정책이 채택되는 경우 나는 분명히 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런 나의 방식은 촛불 지지자들에게는 변절처럼 보이고 태극기 부대들에게는 여전히 촛불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나는 이도저도 아닌 비겁한 사람이 된다. 그런데 과연 내가 이도저도 아닌 사람인가. 맞다. 나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것이 정말 비겁한 것인가. 아니다. 이도저도 아닌 것이 비겁하다는 생각은 옹졸한 편 가르기 식 사고일 뿐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름지기 이도저도 아닌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차선을 추구하는 정치제도이고 다수의 행복을 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세상의 방식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역시 ‘희생의 체제’라는 권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진리가 아니다. 따라서 진리의 사람이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으로 민주주의가 가능한 희생양이 없는 정책을 택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망각한지 오래다. 경쟁과 효율을 숭상한지 오래고 가시적인 성취를 하나님의 역사로 바꾸었고 편 가르기 식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애써 모든 사회적 장벽을 허무신 그리스도의 사역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고 그리스도처럼 일하고 존재하려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역그리스도인들이 되었다. 그래서 나치나 파시스트들처럼 전체주의를 신봉하는 폭력의 사람들이 되었다. 평화의 사람들이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옹졸한 폭력의 사람들이 되었다는 이 엄연한 현실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감옥에 있는 이재록이 그가 속한 기독교 단체에서 총회장으로 피선되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는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그를 추종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이단이 아닌 정통은 안 그런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정통 역시 마찬가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자기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낫을 들고 돌진하는 사람이 속한 교회가 이단인가. 동성애를 옹호한 것도 아닌데 꼰대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상하는 교회는 또 어떤가. 자신들의 교회와 목사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고 해서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교회가 이단인가.

(이해를 돕기 위해 참담하지만 그대로 인용한다) 아니다. 그들은 단순한 정통이 아니라 가장 좋은 교회라는 자의식을 가진 교회이다.

좃까세요 2019-06-24 16:09:28 
내로남불 좌파 목사님 입 닥치시고 자식을 꼭 동성애자로 키우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항문섹스

그 교회는 이 댓글을 단 사람이 자기 교회 교인인가를 확인해보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물론 확인하지 않았고 확인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교회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임은 분명하지 않은가. 부끄럽다. 정말 부끄럽다. 나는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과 함께 천국에 갈 의향이 조금도 없다.

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길 기대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편이 없다. 모든 사안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인 사안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것까지 그래야 한다. 그래도 욕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깨어 있어야 하고 그래서 늘 기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은 비틀거리는 존재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주님과 동행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폭력이 없는 평화의 나라이고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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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욱 2019-06-29 11:30:23
늘 목사님의 글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하시는 목사님 화이팅입니다